기준금리 0.5%p 인하…기대보다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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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부담↑…유동성함정+단기부동화 우려 여전
"산업구조조정 및 재정정책 병행돼야"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한국은행이 12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이로써 한은 기준금리는 2.0%까지 떨어졌으며,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5개월만에 3.25%포인트 급락했다.
당초 시장의 기대치에는 부합하는 수준이지만 '유동성 함정' 우려를 배제했다는 측면에서 다소 공격적인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경기위축 심각"
한은은 이날 '최근의 국내외 경제동향' 자료에서 내수부진이 심화되는 가운데 수출도 해외수요의 급격한 위축으로 큰폭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제조업의 감산이 확대되고 있으며, 서비스업도 부진이 심화되고 있어 우리 경제의 하방리스크가 클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다만 물가 오름세는 국제 원자재 가격과 임금의 하향 안정에 따라 크게 둔화될 것으로 관측했다.
앞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올해 한국의 성장률이 -2%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으며, 이성태 한은 총재 역시 마이너스 성장의 불가피함을 피력해 왔다.
즉, 경기침체 가속화 및 물가의 하향 안정 전망이 이번 금리인하의 배경이다.

■물가상승률 '동상이몽'?
그러나 이날 기획재정부는 한국의 물가상승률이 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 수준이라는 상반된 결과를 발표해 주목을 끌고 있다.
OECD 최근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연평균 물가가 4.7%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30개 회원국 가운데 6번째이며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8년 이후 10년만에 최고치이다.
이는 일본(1.4%), 캐나다(2.4%), 스위스(2.4%), 독일(2.6%), 프랑스(2.8%) 등 OECD내 선진국들의 물가와 비교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OECD 평균이 3.7%라는 점을 감안해도 1%포인트 가량 높은 수치다.
특히 OECD는 한국의 물가상승률이 지난 2007년 2.5%에서 지난해 4.7%로 무려 2.2%포인트나 급등해 충격이 컸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경기침체가 본격화됐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한은의 금리인하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접어들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물가가 안정세로 접어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유동성 함정 '우려'
한은이 기준금리를 아무리 내려도 시중금리가 반응하지 않게 되는 '유동성 함정'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일단 한은은 시장의 유동성 함정 우려를 일축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단기금리를 중심으로 시장금리가 크게 떨어진 만큼 유동성 함정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91일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9월 말 5.83%에서 11일 2.92%로 2.91%포인트 하락했다.
91일물 기업어음(CP) 금리도 같은 기간 6.67%에서 3.78%로 2.89%포인트 내렸다. 단기 시장금리가 기준금리 인하분 이상으로 하락한 것.
회사채 금리가 충분히 떨어지지 않고 있고 소비나 투자도 전혀 살아날 기미가 없지만, 시중금리가 전반적으로는 내리고 있기 때문에 유동성 함정에 빠졌다고 보기는 무리라는 분석이다.

■문제는 '단기부동화'
그러나 시중 유동성의 단기 부동화 연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정부와 한은의 유동성 확대정책이 연일 계속되고 있지만 시중에 풀린 돈이 실물경제로 이어지지 못하고 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금융시장으로 쏠리고 있다.
실제로 지난 10일 기준 MMF 설정액은 116조4300억원으로 연일 사상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올 들어 MMF 누적 순유입액도 28조375억원에 육박하고 있으며, 전체 펀드시장에서 MMF가 차지하는 비중도 2006년 6월 이후 처음으로 30%를 넘어섰다.
MMF를 포함해 증권사 CMA, 단기채권형 펀드, 은행의 실세요구불예금 등 만기 1년 미만의 단기 유동성도 500조원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시중에 떠도는 돈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한은의 통화정책 효과의 의문의 목소리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은의 기준금리가 하한선에 도달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통화정책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분석이다.
하나금융연구소 김완중 연구위원은 "기준금리 자체만으로 유동성 함정을 논하기는 어려운 단계로 보인다"며 "산업 구조조정과 정부의 재정정책이 조화를 이뤄야 시중자금의 선순환 구조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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