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 잦은 실수 ...'불가항력'이냐 '人災'냐
삼성SDS 잦은 실수 ...'불가항력'이냐 '人災'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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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예전에 삼성같지 않다"던 이건희 회장의 진심은..

[서울파이낸스 이상균 기자] 지난 2007년 7월, 당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수원에서 열린 ‘2007년 선진제품 비교전시회’에서 황창규 삼성전자 전 사장의 보고를 받고 격노를 한 적이 있다. 반도체 D램 생산성 지표인 수율에서 하이닉스에 일시적으로 뒤졌다고 실토하자 이 전 회장이 어떻게 해서 하이닉스에까지 D램 기술력이 뒤졌느냐고 화를 버럭낸 것이다. 이 전 회장의 질책은 10분 넘게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 이상균 기자
이 전 회장은 삼성전자의 인력과 기술력이 세계 내놓아도 뒤질 것이 없는데도 이 지경까지 이르렀냐며 격한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이후 이 전 회장은 “요즘 삼성이 도저히 예전의 삼성 같지가 않다”는 지적을 수차례 제기했다.

 결국, '황의법칙'으로 유명세를 탔던 삼성전자의 스타CEO였던 황 전 사장은 연초 인사에서 '자의반 타의반'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이 전 회장의 말하는 예전의 삼성은 어떤 것일까.  기본에 충실한다는 창업주 이병철 전 회장의 정신에 있다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고 이병철 삼성 회장은 돌다리도 두드리면서 건널 정도로 꼼꼼한 경영자로 정평이 나 있다. 이런 창업주의 정신은 오늘의 삼성에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삼성SDS가  어이없는 실수로 500억 규모의 한국예탁결제원 차세대 프로젝트를 놓쳤다. 담당직원이 공인인증서를 갱신하지 않아 조달청의 입찰에 참여하지 못한 것이다. 최근 조직개편으로 인해 이전 담당직원이 부서를 옮기자 입찰 마감 시간인 오후 3시를 코앞에 두고, 부랴부랴 공인인증서를 갱신했지만, 2시 57분에야 마무리됐다는 후문이다. 설령 인터넷 응찰이 아니더라도 전화 한 통화만 했었어도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는 불상사는 없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삼성SDS는 입찰도 안한 상태에서 조달청에 제안요청서를 들이내미는 억지를 부린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07년 기준으로 매출만 2조원이 넘는 국내 IT서비스 업계 1위 회사가 한 행동치고는 지나친 면이 없지 않다. 그리고 어찌 보면 마치 코미디와 같은 이 촌극을 보면서 이건희 전 회장의 발언이 전혀 근거 없는 얘기가 아니란 생각이 든다.

더욱이 삼성SDS의 이 같은 어이없는 실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 5월에도 담당직원의 실수로 3년마다 해야 하는 정보통신공사업자 등록을 갱신하지 않은 전례가 있다. 이 때문에 삼성SDS는 3개월간 공공사업 입찰에 참여조차 못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작년 6월에도 역시 삼성답지 않은 실수가 있었다. 삼성SDS가 전격 공개한 오픈소스 커뮤니티인 ‘애니프레임자바’에서 악성코드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자료가 올려진 것이다. 이 때문에 이용자들은 특정 파일을 통해 50여개의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피해를 봤다.

이 같은 실수가 반복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예전의 삼성은  ‘관리’라는 말로 요약될 정도로  철두철미함을 돋보였다.  예탁원과 정보통신공사업자 사례만 봐도, 이런 실수는 개인이나 영세한 자영업자 수준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다. 어느 누구도 국내 IT 업계 1등 기업 삼성SDS의 관리 수준이 이 정도일 줄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왜 삼성SDS는 기본에 충실하지 못했을까. 삼성SDS의 태생적 한계를 지적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삼성SDS의 대주주는 이부진 이재용 등 이건희 전 회장 자녀들로 구성돼 있다. 이 회사는 출발부터 매출의 대부분을 계열사들의 SI와 SM 사업에 의존하면서 국내 IT 간판회사로 성장했다. 때문에 일각에서  '부의 편취'라는 사회적 논쟁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번 해프닝도 어찌보면 과거 그룹 계열사에 의존하던 영업방식이 아직도 잔존해 있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삼성SDS는 국내 간판 IT기업이라고 보기엔 딱히 내세울 기술력이나 경쟁력이 없다는 것이 이번 해프닝을 통해 입증된 셈이다.

기본에 충실한 창업주의 정신이 손주때부터 맥이 끊기는 것도 어떻게 보면 자연스럽다. 기업의 생존력이 100년을 넘기지 못한다는 통설이 삼성인들 피해가기 힘들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 절차를  삼성SDS가 그대로 밟아가고 있지만 그것이 순리라면 따르는 것이 맞다. 그러나 그것이 불가항력이냐, 인재(人災)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 전 회장의 말은 단순한 ‘군기잡기’가 아닌 삼성의 변질된 모습에 대한 안타까움이었다는 해석에 더 공감이 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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