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텐도? 안해봤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
“명텐도? 안해봤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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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상균 기자] “닌텐도가 우리나라에서 왜 안나오냐 고요? 모르면 말을 하지 말던가. 우리나라 IT현실이 도대체 어떤지 알고나 하는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 이상균 기자
지난 4일 이명박 대통령의 이른바 ‘명텐도’ 발언에 대해 한 국내 SW업체 대표가 보인 반응이다. 이 대통령 발언의 파장이 이제는 슬슬 식어갈만 하지만, 아직도 국내 IT업계는 분이 삭혀지지 않는 모습이다. 대통령의 발언을 이해할 수도 없거니와, 이런 어처구니 없는 발언이 나올 정도로 IT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정부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다.

IT업계의 이런 격앙된 반응은 예상된 수순이었다. 우선, 이제까지 정부가 IT업계에 일관되게 취한 행동이 그랬다.

MB정부 출범 이후, IT업계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보통신부를 해체시켰다. 명목상으로는 IT정책을 각 부처에 나눠 정책의 효율성을 끌어올리겠다는 취지였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돌아가고 있다.

우선, 가뜩이나 방송과 통신 위주 정책을 남발하던 정부 부처의 쏠림 현상이 더욱 심해졌다. 같은 IT 테두리로 묶였지만, 철저히 ‘주변인’ 취급을 받던 소프트웨어(SW) 업계는 더욱 비빌 언덕이 없어진 것이다. 과거 정통부 시절에는 SW 진흥을 담당하던 부서에게 하소연이라도 할 수 없지만 이제는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는 얘기다. 부처 통폐합으로 기존 정통부의 IT전문가들이 다른 부서로 떠난 탓이 크다.

닌텐도는 겉보기에는 게임기지만, 그 속에 들어가는 SW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IT업계 역시 과거 PC‧서버‧스토리지 등의 하드웨어 위주에서 소프트웨어로 중심이동을 하고 있다. PC업계의 대명사였던 IBM이 SW업체로의 변신을 모색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번 발언에서 보듯이 정부가 과연 SW가 IT산업의 뿌리 역할을 하고 있는지 자각하고 있는 이가 얼마나 되는지조차 의심스럽다.

‘4대강 정비’ 사업을 비롯해 토목건설에 치중해 온 정부의 그간 행보를 감안할 때, 이번 발언이 진정성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IT시장의 양대 축은 공공과 금융이다. 이중 작년에 공공시장의 IT프로젝트 발주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이 때문에 공공시장에 크게 의존해온 한 국내 대형SW업체는 작년 말 구조조정과 사옥매각을 단행하며, 경영정상화에 안간힘을 쏟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게임업계는 어떤가? 청소년들의 온라인게임 이용을 밤 12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 금지하는 ‘셧다운제도’와 ‘유해매체 지정’ 등 각종 규제로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은 갈수록 설 땅이 좁아지고 있다. “닌텐도 같은 업체가 왜 안 나오냐?”는 발언을 하기에 앞서 이 같은 규제를 먼저 없애는 게 우선이다. 정부당국에서 게임을 신성장동력으로 바라보는 시각 전환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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