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수익성 악화, 이제 시작?
은행권 수익성 악화, 이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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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은행권 순익 5년만에 최저치, 지난 4분기 8년만에 적자전환
예대마진 감소, 구조조정 등으로 올해 순이익 20~30% 감소 전망

[서울파이낸스 안보람 기자] 지난해 국내 은행들의 당기순이익이 5년 만에 최악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 4분기의 경우 8년만에 적자를 기록, 은행들의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문제는 지난해가 수익성 악화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올해에는 기업구조조정이 본격화 되는 등 지난해보다도 순이익이 20~3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은행 수익, 반토막
금융감독원은 3일 국내 18개 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이 7조9천억원으로 지난해보다 47.4% 급감한 것으로 잠정집계 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03년 1조9천억원을 기록한 이래로 5년만에 최저치다.
또 지난 4분기에는 3천억원의 순손실을 기록, 2000년 4분기 4조6천억원의 순손실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고 전했다.

금감원은 이러한 최악의 영업실적의 원인으로 부실여신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을 꼽았다. 지난해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9조9천억원으로 전년 4조5천억원의 두배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된 16개 건설·조선사에 대한 대손충담금 1조원을 지난 4분기 실적에 반영한 것이 적자전환의 원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국민·우리·신한·하나 등 7개 시중은행의 순이익은 5조3천억원, 산업·기업 등 5개 특수은행의 순이익은 1조7천억원으로 각각 43.6%, 64.6% 쪼그라 들었다. 반면, 부산·대구·광주 등 6개 지방은행의 순이익은 12.5%증가한 9천억원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의 이자이익은 대출규모 증가의 영향으로 9.1%증가한 34조를 기록했지만, 수수료 이익과 유가증권 이익 등 비이자이익은 5조3천억원으로 50.3%감소했다. 특히, 유가증권 이익은 89%나 줄어든 7천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49%, 자기자본이익률(ROE)은 7.29%로 각각 0.61%포인트, 7.31%포인트 곤두박질했다. 순이자마진도 0.15%포인트 내려선 2.29%로 나타났다.

■수익성 악화, 이제 시작
문제는 은행들의 수익성 악화가 이제 시작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물경제의 침체가 가속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주재성 은행업서비스본부장은 "경기상황과 기업구조조정, 시중금리 하락 등을 감안할 때 올해 수익 전망도 좋지않다"고 전했다.

은행권은 최근 CD금리의 급락으로 대출금리가 크게 낮아져 역마진 해결을 위해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오는 3월부터 은행들이 일제히 신용위험 평가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져 이에따른 구조조정과 추가적인 충당금 적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에 주목한 국내 증권사들은 올해 은행들의 순이익이 지난해보다도 20~30%이상 줄어들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은행들의 작년 실적은 금융위기 여파로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해외 금융기관에 비해 선방한 것으로 봐야한다"며 "다만 부실채권 증가로 대손충당금이 늘어날 올해 6대 시중은행 기준으로 순이익이 30%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구용욱 대우증권 연구원 역시 "상반기 대손충당금이 늘어나고 마진율이 떨어짐에 따라 올해 은행들의 순이익은 20~30% 이상 감소할 것"이라며 "다만 하반기에 경기하강이 완화되고 구조조정의 강도가 약해지면서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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