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금산분리완화는 금융판 대운하 정책"
이동걸 "금산분리완화는 금융판 대운하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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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문선영기자] "연구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한갓 쓸데없는 사치품 정도로 생각하는 왜곡된 '실용' 정신, 그 거대한 공권력 앞에서 짐이 돼 가고 있다는 생각에 금융연구원을 떠나기로 결정했습니다"

28일 돌연 사의를 표명했던 이동걸 한국금융연구원장은 갑작스런 퇴임이유를 금융연구원 연구위원들에게 보낸 '금융연구원을 떠나면서'라는 제목의 이임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퇴직 이유가 정부의 직간접적인 압박때문인 것으로 풀이될 소지가 있어 파장이 일고 있다.

이 원장은 "정부가 연구원을 '씽크탱크(두뇌집단)'가 아닌 '마우스 탱크(Mouth Tank)'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며 "정책 실패의 원인을 오류에서 찾기보다 홍보에서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정책을 앞장서서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는 연구원이나 연구원장은 현 정부의 입장에서는 아마 제거되어야 할 존재인 것 같다"면서 "(정부가) 경제성장률 예측치마저도 정치 변수화했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정부와 이동걸 전 금융연구원간의 불편한 동거의 결별 신호탄은 성장률 예측부터였다. 지난해 연말 금융연구원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1.7%로 하향조정했다. 당시 국내 연구기관중 1%대 성장률을 예측한 유일한 기관은 금융연구원뿐이었다.

특히 은행소유를 제한하는 금산분리완화 등 현 정부의 중요 정책에 대해서도 이동걸 전원장은 다른 목소리를 낸 것도 정부와의 갈등설을 부추겼다. 

때문에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 원장의 갑작스런 사의표명이 현 정부와의 불협화음 때문일 것이라는 추측이 무성했다. 

실제 이 원장은 현 정부에 대해 거침없는 쓴소리를 쏟아내, 정부와의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 원장은 "돌이켜보면 정부의 정책이 지금처럼 이념화된 적도 흔치 않았던 것 같다"며 "경제적 논리와 경험적 증거보다는 주의와 주장만 난무하는 무리한 정책, 네 편과 내 편을 가르는 정책, 특정 집단에게 혜택이 집중되는 정책들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의 거듭된 오판과 실정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우리의 경제위기로 키우고 있다"며 "위기상황에 대한 판단마저 정책적으로 왜곡되고 수시로 번복돼 정책대응에도 실기를 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 원장은 특히 금산분리법와 관련, "금산분리법은 금융분야에서의 대운하 정책과 다를 바 없다"며 "재벌에게 은행을 주는 법률 개정안(금산분리 완화정책)이 어떻게 '경제 살리기 법'이라고 부를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원장은 마지막으로 "이럴 때일수록 연구원의 역할과 연구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눈앞의 이익에 눈이 멀어 정부의 요구에 맹목적으로 따라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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