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계열생보사 '다시 악몽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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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동부·금호 등 지급여력비율 150% 하회...모기업 자금난 등으로 고전 

 

[서울파이낸스 이양우 기자] 동양·동부·금호생명 등 중견그룹 소속 생보사들이 지급여력비율 하락 등으로 경영난에 봉착했다. 금융전업그룹 소속의 보험사들과는 사정이 다르다. 자칫, 최악의 상황도 우려된다. 모기업의 자금사정과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이미, 금호생명은 매각작업을 진행중이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자금수혈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들리지만, '주인없는' 은행과 달라서 보험사에 대한 자금투입은 쉽지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알아서 하라는 얘기다.

80년대 후반 보험업 개방과 동시에 봇물처럼터졌던 중견제조업들의 보험사 진출이 불과 10년도 지나지 않아 P&A(자산 이전)등의 방식으로 시장에서 퇴출될 당시의 악몽이 재연될까 우려된다. 과거 그랬던 것처럼 은행이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 하는 뒤안길에서 보험사들이 소리없이 사라지는 상황도 완전히 배제할 수없어 보인다. 

도끼자루 썩는 줄 쉬이 느끼지 못하는 게 보험업의 속성이다. 그래서, 당시 대한전선 계열 생보사 두 곳이 무더기로 시장에서 사라지는 등 섣부른 생보시장 개방과 금융업에 목말라서 거액의 로비자금을 쏟아붓고 '라이센스'를 따냈던 일부 생보사들은 냉혹한 시장논리에 속절없이 희생당했었다. 물론, 거기에는 동아생명과 같은 '대형보험사'도 포함돼 있었고, 일부는 외국의 거대자본과 동업했던 합작사였다. 당시 '배보다 배꼽이 큰' 모양새로 주목받았던 동아생명을 먹었던 금호생명이 다시 매물로 나온 것은 일종의 아이러니다.


29일 금융감독원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들 생보사들은 지난해말 기준 지급여력비율이 권고치인 150%를 하회해 최근 금감원으로부터 자본확충 권고를 받았다. 지급여력비율은 은행의 BIS 비율과 유사한 것으로, 보험사의 대표적인 건전성 지표다.  

특히, 동양생명의 경우 지난해말 금감원으로부터 이미 한차례 자본확충 권고를 받았음에도 여전히 지급여력비율이 150%를 밑돌아 재권고를 받았다.

무엇보다 이들 생보사들은 소속 그룹이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크고 작은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어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금호생명의 경우 모그룹인 금호아시아나가 대우건설 풋백옵션으로 인한 유동성 위기에 처하면서 지난해 매물로 나왔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국내 경기도 얼어붙어 적당한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금호생명은 9월 이후 본격화된 금융위기에 따른 투자손실 등으로 인해 재무건전성이 악화됐지만 자본확충보다는 우선 매각에 치중하면서 지급여력비율이 떨어졌다.

이에 금호생명은 최근 유상증자와 후순위채 발행 등 총 1400억원 규모의 자본확충에 나설 방침이다.

동양생명은 당초 지난해 중순경 상장할 계획이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으로 증시가 침체되면서 상장이 지연되고 있다.

동부생명은 지난해 9월 동부화재·제철·증권·CNI 등 계열사들이 참여해 6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했지만 지난해말 기준 지급여력비율이 여전히 150%를 넘지 못했다.

또 지난해말에는 동부화재가 동부생명이 보유한 동부금융센터 지분 303억원어치를 매입키로 결정하면서 간접 유동성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계열사의 지원에 대해 시장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내재가치보다 높은 매입가격이 해당 계열사의 주가하락 요인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경기침체로 인한 기업의 자금난이 쉽게 해소되지 않고 있으며 이 같은 상황은 중견그룹들에게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즉, 소속 생보사만의 경영난이라면 그룹의 지원으로 어느 정도 해소가 가능하겠지만 그룹 자체의 상황도 녹녹치 않다는 소리다.

한편, 이 보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지급여력비율이 150%에 미달하는 생보사 9곳(ING·하나HSBC·미래에셋·KB·알리안츠·PCA·AIG·교보·동양)에 대해 자본확충을 권고한 바 있다. 10년전 역사가 '재연'될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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