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같은 듯 다른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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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경기 하향세, 新 3D업종 기피는 같은 점
일본, 토종HW 업체 많고 자동차․철강이 큰손

[서울파이낸스 이상균 기자] 한국과 일본의 IT시장이 같은 듯 하면서도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HP가 15일 일본 도쿄에서 개최한 ‘보다 나은 비즈니스를 위한 메인프레임 현대화 전략’ 세미나를 통해 본 일본 IT시장은 이제 한국IT 시장과는 외견상 큰 차이가 없어 보였다.

오히려 기술의 진보면에서는 한국IT시장이 더 나은 모습을 보이는 부분도 많았다. 최근 일본 역시 IT업종이 새로운 3D 업종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인재 구하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습도 닮았다.

하지만, 한국 하드웨어(HW) 업계가 IBM, HP 등 외산벤더들이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는 반면, 일본은 후지쯔, NEC, 히다찌 등 토종 업체들의 분전이 눈에 띄었다.

■일본도 IT시장은 피라미드 구조
한국과 일본의 IT 경기 하향세는 같았다. 일본도 2000년대 초반의 IT 버블 붕괴 이후로는 IT 경기가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SI업체인 도쿄시스템하우스의 마코토 시미주는 “버블 붕괴 이후 IT경기는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올해는 세계적인 경기 악화의 영향으로 마이너스 성장마저 점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과거보다 인재구하기가 힘들다고 덧붙였다. 마코토 시미주는 “IT직종이 야근은 많고 연봉은 적은 새로운 3D 업종이라는 인식이 광범위하기 퍼졌다”며 “예전보다 좋은 인재 구하기가 2배 이상 힘들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IT 성장에 대해 놀라움을 표시하는 일본 측 인사도 있었다. 일본HP의 MFA 세일즈 사토시 키다모토는 “20년전만 해도 한국의 IT는 일본에 비해 크게 뒤쳐졌지만, 이제는 오히려 우리를 앞지르는 분야가 많아졌다”고 감탄했다.

실제로, 한국은 전세계에서 스페인과 함께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로의 전환이 가장 빠른 나라다. 실시간으로 인터넷뱅킹과 주식 거래가 가능하며, 빠른 거래 처리가 가능한 곳은 한국뿐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일본의 IT시장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대기업 계열사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마코토 시미주는 “일본의 IT 시장은 대형 SI업체, 중견 SI업체, 중소형 SI업체로 이어지는 완벽한 피라미드 구조”라며 “대기업의 IT자회사가 차지하고 있는 시장과 경쟁구도가 형성되는 시장의 비중이 약 5:5가량”이라고 말했다.

HP BCS(비즈니스크리티컬 서비스) 사업부 강원무 이사는 “일본은 치약과 칫솔을 제외하고는 재벌이 진출하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라며 “산업자본이 금융권에 진출해있는 것은 물론, IT시장도 거의 장악하다시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IT프로젝트 진행은 한국이 가장 빨라
상반된 분야도 적지 않았다. 우선 한국의 IT시장이 공공과 금융의 의존도가 높은 반면, 일본은 제조업, 특히 철강과 자동차의 비중이 높았다. 일본오라클 다카시 히토미는 “일본에는 도요타, 혼다, 닛산 등 10여개에 달하는 자동차업체가 IT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철강 업종 역시 신일본제철을 위시한 대기업들이 IT업계의 큰 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일본 토종 업체의 분전이었다. 히다찌, NEC, 후지쯔 등의 일본IT 업체는 HW업종에서 선두권을 차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도쿄시스템하우스 신이치 노자와는 “하드웨어 업종은 순위는 후지쯔, NEC, 히다찌, IBM, HP 순”이라며 “아무래도 일본 업체들이 탄탄한 영업력과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IT 프로젝트의 진행 속도는 한국에 비해 크게 느린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무 이사는 “한국과 중국의 IT프로젝트 진행 속도가 빠른 반면,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은 초기에 설정해놓은 프로젝트 기간이 3배 이상 늘어지기 일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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