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제몫챙기기' 지나치다
은행권 '제몫챙기기' 지나치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유자금 있어도 대출기피
변칙적 방법으로 임금인상

[서울파이낸스 문선영 기자]정부와 한국은행의 전방위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 기피현상이 여전하다. 은행들의 중기지원 외면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은행들의 제몫 챙기기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대출은 외면하면서 여유자금을 MMF에 운용하고 있는 것. 또한 은행노사는 지난해 고통분담 차원에서 임금동결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변칙적으로 임금을 인상하거나 인상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유돈은 있어도 중기대출은 안한다(?)

지난해 12월 은행들의 기업 원화 대출이 6조6000억원 감소해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통상 연말이면 은행들이 BIS비율을 맞추기 위해 대출 규모를 줄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정부가 은행에 기업대출 확대를 위해 전방위적인 자금지원을 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은행몸사리기는 다소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은행들의 기업대출 잔액이 2006년 말 344조원에서 2007년 말 428조원, 2008년 515조원으로 해마다 100조원가량 급증했지만 금융위기가 시작된 지난해 9월 이후 증가액이 미미하다는 점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은행들이 경기가 좋을때는 대출을 확대하다 경기 나빠지자 대출을 꺼리고 있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은행들은 BIS 비율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 대출을 줄일 수 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경기 침체로 기업들의 신용이 불안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확대하기는 어렵다는 것.

아울러 은행들은 정부가 은행에 BIS비율 12%를 유지할 것을 주문한 상황에서 중소기업 대출 확대를 요구한 것은 무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은행들의 주장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은행들이 BIS비율 사수를 핑계로 돈을 풀지 않고 있고 이를 MMF와 같은 단기 국채투자 상품에 운용하고 있기 때문.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자산운용사들이 운용하는 MMF 수탁액이 7일 현재 99조9,953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9월말 62조3000억원이던 MMF 잔액은 금융위기 발생 이후 급증, 연말엔 88조9000원까지 늘어났다. 한은이 금융위기 대처를 위해 자금공급을 확대한 이후부터 MMF도 함께 늘어난 것이다.

MMF에 돈을 넣는 주 투자자가 은행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MMF 잔액이 늘어났다는 것은 은행이 여기에 투자하는 비율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은행들이 기업 대출을 의도적으로 기피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임금 동결 한다더니

지난해 말 은행노사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은행들의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는 점을 감안해 고통분담 차원에서 임금동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은행권의 높은 연봉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노사의 이같은 결정은 크게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막상 은행들의 개별협상 내용을 살펴보면 당초 임금동결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경기침체로 은행들의 경영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특별 시간외수당과 성과급 지원 등이 계속되고 있는 것. 이는 임금인상률에는 변화를 주지 않지만 변칙적으로 임금을 올려주는 결과를 낳게 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 노사는 최근 초과 근로자에 대해 연 70시간의 시간외수당을 특별 지급했다. 대리급이라면 연 200만원 이상의 임금을 더 받는 셈이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의 임금 인상률은 1% 내외 일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은행도 노조가 특별 성과급 100%와 시간외 수당 추가 지급을 요구해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노조는 올해가 은행 창립 110주년인 점을 들어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는 차원에서 성과급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나은행 노조 역시 성과급을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정부는 다음 달부터 은행들의 BIS비율이 10%만 넘으면 경영실태평가 시 문제를 삼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금융당국은 "2월 이후 은행들이 대출을 늘려 현재 12% 선인 BIS 비율이 10%대로 떨어져도 당국은 어떤 개입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량 은행을 판단하는 기준은 여전히 BIS 비율 10%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은행권의 중기대출 확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