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IT프로젝트 통합발주로 ‘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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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절감 차원…정부 SW분리발주 추진 ‘퇴색’
증권예탁결제원, NH투자證, 한국증권금융 등

[서울파이낸스 이상균 기자] 경제위기가 지속되면서 금융회사들이 IT 프로젝트를 통합발주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분리발주에 비해 통합발주는 SI업체들이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를 한꺼번에 묶어서 제안을 하기 때문에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 경제위기로 인해 IT예산이 줄어들자, 궁여지책으로 통합발주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정부가 SW 분리발주를 활성화 하겠다는 방침과는 대조되는 것이어서 묘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증권예탁결제원, NH투자증권, 한국증권금융 등이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통합발주로 추진 중이다.

예탁결제원의 경우 750억원의 예산을 배정해,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추진 중이다. 지난 7일 나라장터를 통해 SI업체를 선정하기 위한 입찰을 공고한 상태다. 올 상반기 금융IT 최대 프로젝트로 예상되고 있지만, SI업체들이 HW와 SW를 묶어서 제안하는 통합발주 형태를 취하고 있다.

예탁결제원 차세대시스템 추진단 김명진 파트장은 “통합발주는 분리발주에 비해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며 “일일이 업체들을 접촉할 필요가 없고 SI업체를 통하면 되기 때문에 업체 컨트롤도 수월하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원장이관과 함께 차세대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현재 SK C&C, 티맥스소프트, 코스콤으로부터 사업 제안을 받은 상태이다. 프로젝트 추진은 농협정보시스템이 맡고 있다. 역시 통합발주로 이뤄질 계획이다.

작년 11월 삼성SDS를 SI사업자로 선정해 차세대 프로젝트에 착수한 한국증권금융도 통합발주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증권금융 IT기획팀 배진호 팀장은 “분리발주를 하면 SW의 정합성과 호환성을 알아보기 위해 BMT(벤치마크테스트)를 실시해야 하기 때문에 예산이 증가하고,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며 “이에 비해 통합발주는 예산절감과 기간 축소를 통해 얻는 시너지 효과가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도입 규모가 큰 서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금융기관이 통합발주를 선호한다”며 “최근 경제위기로 인해 예산절감의 필요성이 높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통합발주의 피해가 결국 SW업체와 하도급 개발업체에게 전가될 것이란 비판이 만만치 않다. SI업체들이 가격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이들 업체에게 원가절감을 강하게 요구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SW업체 관계자는 “발주업체가 통합발주를 추진하는 것은 예산절감이 첫 번째 이유인 만큼, (SI업체가) SW업체와 하도급 개발업체에 가해지는 비용 절감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이 뻔하다”며 “결국 프로젝트를 수주해도 남는 게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또 다른 SW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SW 분리발주를 추진하고 있지만 공공에서나 먹히는 정책일 뿐, 금융권에서는 전혀 ‘약발’이 들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아무리 분리발주를 추진해도 일반 기업에서 획기적인 정책 전환을 하지 않는 한, 분리발주가 확산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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