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축년 은행들 '다시 일어날 수 있기를'
기축년 은행들 '다시 일어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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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문선영기자]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08년이 저물었다. 특히 지난 한 해는 은행들에게 너무나 가혹한 한해였다. 2008년 초 수성과 도전의 경영전략을 내세우며 힘차게 한해를 출발한 은행들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미국발 금융위기 '강풍'에 휘청였다. 지난 9월 중순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시작된 미국발 금융위기는 국내 경제까지 뒤흔들었고 은행 역시 무사할 수 없었던 것.

문제는 은행권 스스로가 어려움을 자초했다는 점이다. 전 세계를 강타한 미국발 금융위기를 감안하더라도 내실을 다지지 못했던 은행들의 책임을 간과할 수 없다는것.  최근 몇 년동안 '글로벌 메가뱅크'를 목표로 몸집키우기에만 급급했던 은행들의 문제점이 이번 금융위기를 겪으며 여실히 드러난 것이란 지적이다.

10년 전 외환위기 당시 80조원의 공적자금 받고 외환위기를 견뎌냈던 은행들은 이후 위기를 기회로 활용(?) M&A를 통한 덩치키우기에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리딩뱅크' 싸움에 목숨을 걸면서 은행들은 외형순위에 집착했다. 결국 은행들은 돈이 되는 곳을 찾아 우르르 몰려다니며 부실을 키워왔던 것이다.

시중은행들의 이같은 쏠림현상은 부동산 붐이 한창이던 2004년 중반부터 심화되는 양상을 보여왔다. 규모확대에 집착하던 은행들은 떼일 염려가 없는 주택담보대출 시장에 집중했고 그 결과 지난 2003년말 191조원이었던 주택담보대출은 2007년말에는 292조원까지 늘어났으며 같은 기간 원화대출에서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7%에서 50% 수준까지 뛰어올랐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기 시작하면서 은행들은 중소기업대출로 눈을 돌렸다. 이에 2005년 12조5000억원 증가한 은행권의 중기대출 잔액은 2006년 45조9000억원 늘어난 데 이어 2007년엔 사상 최대치인 68조2000억원이나 급증했다.

경쟁적으로 대출을 늘리다 보니 2006년 말 109%를 기록한 예대율은 지난해 9월 말 현재 124.2%까지 악화됐으며 무리한 대출 확장은 결국 부실대출로 연결됐다. 2007년 말 0.74%였던 가계·기업 대출채권 연체율이 지난해 9월 말 현재 0.97%로 높아진 것이다. 대책없는 덩치 경쟁이 결국 은행의 발목을 붙잡은 것이다.

그러나 은행들은 여전히 자신만만했다. 규모가 커진만큼 자신감도 커진 은행들은 국내시장은 좁다며 세계적인 은행으로 발돋움해야 한다고 나서기 시작했다. 이에 은행들은 '글로벌 메가뱅크'를 외치며 앞다퉈 해외로 진출했다.

은행의 자신만만했던 행보는 미국에서 불어온 리먼發 바람에 허무하게 무너졌다. 다시 찾아온 경제 위기에 여지없이 흔들리고 있다. 내실 없이 외형만 키워왔던 은행들의 부실이 여과없이 드러나고 있다. 외환위기를 당시 국내 은행들의 퇴출 여부를 결정했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은 이번 위기에도 역시 은행들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별다른 문제를 보이지 않았던 은행들의 BIS비율은 3분기에 급격히 하락하며 은행권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정부는 은행들에 BIS비율을 12%까지, 기본자본 기준 비율을 9%까지 늘릴 것을 요구하고 나선 상황이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화려한 실적을 자랑하던 은행들이 이제는 정부 눈치를 보며 BIS비율 맞추기에 급급하다. 문제는 올해 경영여건이 더욱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최근 한 시중은행장은 "위기는 곧 기회다"라고 말했다.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은행장들이 여지없이 반복하는 말이다. 위기는 분명 또 하나의 기회일 수 있다. 은행들이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슬기롭게 이번 위기를 극복해 이번에야 말로 내실을 다질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로 삼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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