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금융 무색한 美 월가 돈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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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 위기 불구 CEO에 고임금.. 총 16억달러 지급

전용기 사용도 줄지 않아.. 여전히 '흥청망청'

파산 위기를 넘기기 위해 미국 정부로부터 대규모 구제금융을 지원받았던 미국 주요 은행들이 지난해 경영진에게는 무려 16억달러 규모의 보수와 성과급, 각종 혜택을 제공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AP통신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주요 은행들의 회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미국 내 116개 은행이 경영진 600여명에게 지급한 보수와 성과급은 총 16억달러로 나타났다.

이 은행들이 올해 미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구제금융의 규모는 모두 1천180억달러에 이른다. 파산을 막아달라며 연방정부에 손을 벌리던 은행들이, 경영진에 대한 '화끈한 보상'은 계속해 온 셈이다.

1999년 이후 처음으로 영업 손실을 기록하며 미 정부로부터 100억달러의 자금을 지원받았던 골드만 삭스의 경우 로이드 블랭크페인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경영진 7명에게 지난해 2억4천200만달러의 성과급을 지급한 데 이어, 손실이 발생한 올해에도 각각 60만달러에 이르는 기본급을 제공했다.

일부 주주들이 과도한 성과급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지만, 회사 측은 "회사의 앞날을 좌우할 판단을 내리는 경영진에게 동기를 부여하려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돈 잔치'를 계속한 것이다.

지난 9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회사를 넘긴 메릴린치의 존 테인 CEO의 경우는 더 심하다. 테인 CEO는 메릴린치에 2007년 12월이 되어서야 합류했지만, 12월 한 달 동안 임금으로 약 5만8천달러, 계약 보너스로만 1천500만달러를 챙긴 데 이어 6천800만달러 어치의 스톡옵션을 챙기는 데 성공, 총 8천300만달러를 얻어내며 지난해에 월가 CEO 중 가장 높은 수익을 올렸다.

CEO들의 전용기 이용 행태 역시 여전하다. 미 연방항공청(FAA) 자료에 따르면, 올해 미 정부로부터 1천500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지원받은 아메리칸 인터내셔널 그룹(AIG)을 포함해 씨티그룹, 웰스파고, BOA, 모건스탠리, JP모건 등 미 주요은행 6곳은 모두 전용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제트기 네 대와 헬리콥터 한 대를 보유한 씨티의 경우 2007년 한해 동안 당시 CEO였던 찰스 프린스의 전용기 이용 비용으로만 17만달러를 지불했다.

같은 기간 전용기 비용으로 21만달러를 쓴 JP모건은 한술 더 떠 보안상의 이유를 들며 최신예 전투기인 '걸프스트림(Gulfstream)' G550을 한 대 구매하느라 4천750만달러를 쓰기도 했다. JP모건이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자금은 250억달러에 이른다.

파산 위기에 처한 은행들이 전용기 사용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 이유는, 이들에 대한 지원이 의회가 아닌 재무부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은행들은 의회를 대상으로 직접 구제 금융지원을 호소해야 하는 자동차 업체 CEO들과는 달리 의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있다.

구제금융을 받은 은행을 대상으로 한 SEC의 관리가 엄격하지 않은 점도 이유로 지적된다. SEC는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은 은행들에 CEO에게 지급된 보수 및 성과급 액수와 함께 전용기 사용 내역에 대해서도 보고하도록 하고 있지만, 꼼꼼한 검증이 따르지 않아 '회색 지대'가 많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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