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신계약 줄고 해약 급증 '이중고'
보험업계, 신계약 줄고 해약 급증 '이중고'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구조조정 칼바람 본격화 우려

[서울파이낸스 박민규 기자] 보험사들이 '몸사리기'에 돌입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국내 금융시장 불안이 신계약 감소와 해약률 증가라는 악재로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생명보험사들의 신계약 건수는 1258만5018건으로 전년동기 1329만6450건 대비 5.4% 감소했다. 같은 기간 해약·효력상실 건수는 385만2099건으로 전년동기 344만6312건 대비 11.8%나 급증했다.

즉, 신계약은 감소하고 해약률은 늘어나고 있다는 소리다. 그만큼 생보사들의 수익성은 악화되는 셈이다.

손해보험사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자동차보험 매출은 감소하고 장기보험 해약률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매출은 8498억으로 전년동기 9249억원 대비 8.1%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신규 등록차량 감소에 따른 보험가입 감소와 보험료 인하 등에서 기인했다는 분석이다. 또한 가격이 저렴한 다이렉트 채널의 시장점유율이 올 4월 17.4%에서 지난달에는 18.4%로 늘어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달 신차 판매량은 7만4753대로 전년동기 대비 27.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같은 기간 자동차보험금 지급액은 5946억으로 전년동기 5738억원 대비 3.6%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즉, 보험료로 거둬들이는 수입은 줄어드는 반면 보험금으로 나가는 지출은 늘어난 것이다. 자연히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손보사들의 주 수익원인 장기보험의 해약 증가세가 예사롭지 않다. 삼성화재의 경우 지난달 한달 동안에만 5만건이 빠져나가 전년동기 대비 35.1%나 늘었다. 같은 기간 LIG손보와 현대해상의 해약건수 역시 각각 4만8458건·4만1830건으로 전년동기 대비 20.3%·37.1%씩 급증했다. 동부화재도 지난 10월까지 올 회계연도 누적 해약건수가 28만1207건으로 전년동기 대비 37.4%나 늘어났다.

이 같은 해약 증가세는 사실 이미 예견된 것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에 이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내 경기가 위축되면서 보험산업의 성장성도 둔화될 것이 자명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같은 기조가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아직까지는 글로벌 금융불안이 본격적인 국내 실물경기 침체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내년 초 국내 실물경기 침체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현재까지의 신계약 감소와 해약률 증가는 시작에 불과해지는 셈이다.
이에 보험사들은 극도로 긴장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상당수 보험사들은 내년 계획조차 아직 세우지 못하고 있다. 보험사들의 사업연도는 4월부터 시작되기에 아직 기간이 남아있긴 하지만 12월 정도에는 다음 회기 사업계획을 마무리짓는 게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향후 전망이 너무 불확실해 섣불리 계획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대다수 보험사들이 비용 지출을 줄이고 조직을 개편하는 등으로 긴축경영에 들어갔다. 특히 당분간 신사업 진출이나 부수업무에 드는 비용을 최대한 절감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금감원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당초 내년 1월 진출할 예정이었던 삼성화재의 다이렉트자동차보험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적게는 1~2개월에서 많게는 수개월까지 진출이 늦춰질 전망이다.

동양생명의 경우도 당초 올해 기업공개(IPO)를 마무리지을 방침이었지만 내년으로 연기됐다. 동양생명은 지난 8월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해 내년 2월까지 상장을 완료해야 하지만 시장여건이 호전되지 않을 경우 다시 6개월간 상장을 연기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특히 메리츠화재는 지난 18일 대표이사 직속편제로 리스크관리본부를 신설했다. 이를 통해 규제환경 변화 및 금융시장 변화·불안정성에 대한 대비는 물론, 고객정보·평판리스크 등을 종합관리토록 한 것이다. 아울러 조직을 경영지원·채널전략·영업총괄 등 세부문 체제로 전환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조직개편에 따른 희망·명예퇴직 등 인원감축은 없었다는 설명이다.

LIG손보 역시 지난 19일 조직통합을 단행했다. 개인·법인영업과 해외사업을 전담하는 영업총괄 부문을 신설한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아직까지 보험산업이 금융위기의 영향을 크게 받지는 않는 상황이라고 분석한다. 하지만 신계약 감소와 해약률 증가세가 예사롭지 않고 내년 초 본격적인 실물경기 침체가 도래할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초 실물경기 침체가 본격화된다면 보험산업도 실질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이 경우 아직까지는 은행·증권사에 비해 조용한 보험권에도 구조조정 바람이 불어닥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