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 금융위기 한파에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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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30대 초반까지…행장도 안심못해

퇴직 30대 초반까지…행장도 안심못해(?)
영업시간 조정에 고객들 비난 이어져
 

[서울파이낸스 문선영 기자]올 겨울이 은행원들에게는 유독 춥다.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중은행들이 대대적인 인력감축, 조직개편, 임금동결 등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대부분의 은행들이 대규모 희망퇴직과 임원인사를 단행했으며 이같은 움직임은 당분간 계속 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은행에 정부의 공적자금이 투입될 경우 은행장과 금융지주회장 등도 인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까지 대두되고 있다.
은행원들의 시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 금융노사가 체결한 '2008년 임금 및 단체협약'을 두고 고객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영업시간을 30분 앞당기기로 한것에 대해 고객들의 편의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난이 일고 있는 것이다.

■퇴직대상 대폭 확대…대대적인 임원 인사도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나섰다. 특히 이번 희망퇴직에서는 이례적으로 30대 초반까지 퇴직대상에 포함시킨 은행까지 나오고 있다.
국민은행은 올해 준정년퇴직제 신청 대상을 기존 근속 15년 이상에서 8년 이상으로 대폭 확대했다. 신청 대상 확대에 따라 2001년 입사자부터 퇴직 신청이 가능하게 됐다. 4년제 대학 졸업 입사자의 경우 빠르면 97학번, 96학번부터 퇴직 대상에 해당되는 상황이다. 이들 학번은 대부분은 30대 초반이다.
한국씨티은행 역시 희망 퇴직 대상자를 지난해 10년 이상 근무자에서 올해 5년 이상 근무자로 낮췄고 이에 따라 신청자는 지난해보다 약 124%(165명) 늘어나 300명에 육박했다.
SC제일은행의 경우 38세 이상 10년 이상 근속자를 희망퇴직 대상으로 삼았다. 이에 SC제일은행 역시 지난해보다 80여명 늘어난 190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중앙회 역시 지난해보다 111명 늘어난 330명이 희망퇴직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대대적인 '물갈이' 또한 단행됐다. 우리은행은 부행장 11명 가운데 8명을 전격 교체하는 집행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농협은 계열사를 포함한 전 임원의 3분의 2가량을 경질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말이나 내달 초 임원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진 국민은행 역시 비교적 큰 폭의 임원인사가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신한은행은 내년 3월 이인호 신한지주 사장, 신상훈 신한은행장 등 그룹 고위 임원의 만기가 만료됨에 따라 대규모 인사가 단행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은행에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하면서 행장과 금융지주회장 등에 대한 대대적인 인사가 단행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주 정부가 은행에 20조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면서 은행의 강도높은 자구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자금 지원을 했는데도 부실이 여전한 은행에 대해 내년 하반기부터 구조조정을 본격 추진키로 했다. 이과정에서 실적부진 등을 이유로 조기 퇴진하는 은행장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고객들 "은행 편의만 고려했다"
금융노사는 최근 임금동결과 영업시간 조정 등을 내용으로 하는 2008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금융 노사는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고통분담 차원에서 올해 임금을 소급해 동결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내년 2월부터 영업시간을 오전 9시에서 오후 4시로 종전보다 30분 앞당기기로 했다.
은행원들은 이번 임금동결에 대해 현 금융위기와 내년 경제상황을 고려했을 때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어지는 구조조정에 임금동결까지 은행권의 분위기는 상당히 침체돼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고객들의 비난까지 이어지고 있다.
영업시간을 앞당기기로 한 결정때문이다.
고객들은 은행 영업시간이 당겨지면 오후에 금융거래를 하는데 불편이 커지게 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은행의 문 닫는 시간이 빨리질 경우 영업시간이 외에 부과되는 각종 수수료 부담이 지금보다 증가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ATM기 마감 전 타행 서비스를 이용할 때에는 은행 별로 500원에서 1000원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지만 ATM기 마감 후 타행 서비스를 이용할 때는 수수료가 1000~1200원선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은행들이 은행시간 단축에 대비해 무인자동화기기 확대, 수수료 인하 등과 같은 대책 마련에는 소홀하다는 것이다.
이에 한 고객은 "고객의 사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은행 입장만 생각하고 있다"며 "정부로부터 온갖 지원을 받으면서 정작 고객에 대한 서비스에 대해서는 고민이 없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러나 은행권에서는 은행원들의 근무시간은 물론 업무량이 다소 과도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은행원들의 하루 평균 근무시간은 12시간 정도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은행 직원들의 68.8%가 현재 느끼고 있는 노동강도가 아주 큰편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나타났다.
은행권 관계자는 "과도한 근무는 직원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며 "적절한 근무를 통해 직원들의 근무 만족도를 높이면 고객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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