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월街는 보너스로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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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김도우 전 메릴린치 IB담당 공동사장 사례도 거론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발생하기 직전인 2006년 월스트리트로 대표되는 미국 금융업계는 기본 급여가 아닌 상여금으로 움직이고 있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8일 인터넷판에서 보도했다.

이 신문은 당시 메릴린치 투자은행에서 연봉 18만달러(약 2억3천만원)를 받던 30대 투자담당자가 500만달러(약 64억원)를 보너스로 받는 일도 있었다며, 최고경영자(CEO)부터 사원에 이르기까지 만연된 고액 상여금이 모든 세대에 걸쳐 성공이라는 말의 의미를 뒤바꿔버렸다고 지적했다.

2006년은 서브프라임모기지를 비롯한 모기지 채권을 우량 채권과 섞어 부채담보부증권(CDO) 같은 파생금융상품을 만드는 사업이 절정에 달했을 때였고, 같은해 메릴린치의 순이익 75억달러는 사상 최고치였다.

NYT에 따르면 2006년에 메릴린치에서 채권사업 부서에서만 100만달러를 넘는 상여금을 받은 사람이 100명을 넘었고, 골드만삭스에서도 같은해에 50여명에게 상여금으로 2천만달러 이상을 지급했다.

이렇게 금융업계의 돈잔치가 이어지면서 1975년 이후 금융업계 종사자에 대한 총 급여의 증가 비율은 무려 6배로 같은 기간 평균적인 미국 노동자의 급여 증가 속도의 2배에 달했다.

특히 NYT는 2003년 메릴린치 투자은행(IB)부문 공동사장으로 임명되며 한국계로는 월스트리트에서 최고위직에 오른 김도우 전 사장 역시 스탠리 오닐 당시 메릴린치 CEO와 함께 2006년 고액 보너스로 호사를 누렸던 금융업 종사자들 중 한명으로 지목했다.

신문은 김도우 전 사장이 부실 위험성이 높은 모기지 채권을 일반 채권과 혼합해 CDO를 만드는 일을 주로 했으며, 메릴린치의 2006년 전체 수입의 절반을 김 전 사장이 이끄는 채권영업팀이 창출하는 '성과'를 올렸다고 설명했다.

당연히 그 '성과'에는 천문학적 액수의 상여금이 따랐는데, 오닐 전 CEO는 4천600만달러, 김 전 사장은 3천500만달러를 각각 상여급으로 챙겼고 그들을 포함한 메릴린치 임직원 2천명에게 50억∼60억달러의 상여금이 주어졌다.

그러나 2007년 터져 나온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는 올해 전 세계 금융위기의 발단이 됐고, 2006년 메릴린치가 거뒀던 이익은 결국 신기루였음이 드러났으며, 메릴린치의 올해 손실은 이전 20년간의 순이익 총액보다도 커졌다.

NYT는 2006년까지 10년 동안의 대부분이 미국 금융업계에서는 '황금시대(golden age)'가 아닌 '금칠의 시대(gilded age)'였다며 엄청난 액수의 상여금을 받아내기 위해 금융업자들이 당연히 감안했어야 할 위험 요인을 무시했던 게 아니냐는 비판론자들의 주장을 실었다.

이 신문은 이제 월스트리트에서도 '그때 돈 때문에 눈이 멀었다'는 반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메릴린치를 매각한 비운의 CEO 존 테인이나 다른 몇몇 전직 금융회사 경영진들이 상여금을 반납하기도 하고 있지만, 거품이 한창일 때 엄청난 상여금을 챙겼던 많은 금융업자는 여전히 벼락부자가 돼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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