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급 70위권 건설사 '바지분양'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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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 건설사 불신 가중...자금회수 압박세질 듯

[서울파이낸스 박용수 기자]한때 환경친화 고급아파트를 표방, TV광고 등으로 유명세를 탔던 한 중견건설사가 미분양아파트를 분양된 것처럼 속여 금융기관으로부터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자금을 대출받은, 속칭 '바지분양'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저축은행 등 금융권이 부동산PF대출 등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는 가운데 터진 사건이라 건설업계에 대한 금융권의 불신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현재 정부와 은행연합회 등은 도급 순위 100위 건설사들을 대상으로 대주단(채권단) 자율협약 가입신청을 18일부터 접수받기로 했다. 가입유무에 따라 부실 건설사를 정리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구상이다. 그러나 이 회사의 이같은 부정 대출 건이 단지 이 회사 뿐이겠느냐는 의견이 적지 않아 참여 금융권이 소극적으로 나설 공산이 커보인다.

14일 은행권과 검찰 등에 따르면, 경남지역에 본사를 둔 도급순위 70위권내 A사는 지난 6월 계약률이 저조하자, 브로커를 고용해 200여명의 바지계약자를 동원, 금융권으로부터 200여억원의 중도금 대출을 받았다.

검찰은 브러커를 고용한 이 회사 김모 분양팀장 등 2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지난 7월 실제 분양받지 않은 이모씨 명의로 서류를 꾸며, 금융기관으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9천여만원의 중도금을 대출받았고, 이같은 수법으로 6월부터 9월까지  220여명의 명의대여자를 이용, 220여억원의 대출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브로커가 명의대여자 1명을 데려올 경우 400만~500만원씩 수당으로 챙겨주는 수법으로 명의대여자를 모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회사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바지분양에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풀기 위해 이 회사의 본사를 압수수색하는 한편, 해당 금융기관 관계자들도 불러 공모여부를 주밀하게 살피고 있다.

특히 검찰은 지방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중견건설업체들이 자금난에 봉착하자 회사 경영진 차원에서 자금난 타개일환으로 '바지분양'에 개입했을 수 있다는 가정 아래 전방위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금융권이 받은 충격은 상당하다. 이 사건에 연루된 건설사는 도급순위 70위권으로 현재 전국적으로 아파트 분양사업을 벌이고 있는 중견회사였기 때문이다. 그 이하의 건설사들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는 것. 이에 따라 중견건설사에 대한 금융권의 대출 회수 압박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A사 관계자는 "자금난 등으로 어려움을 겪자 불가피하게 벌어진 일"이라며 "대부분 건설사들의 사정이 우리와 비슷할 것"이라고 실토했다.

이 회사도 계약률이 떨어지고, 금융권 등으로부터 부동산PF 대출마저 쉽지 않자 공사비 조달을 위해 '바지분양' 유혹에 빠졌다는 설명이다.  즉 회사가 자금난에 봉착하자 바지분양 등의 불법대출을 받아 운용자금으로 썼다는 것.

사태의 심각성은 대다수 아파트 분양대금 중도금 대출이 금융기관 등을 통해 이뤄지고 있어 걸려내기가 쉽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이같은 수법의 불법대출은 부산 등 경남 지역 일대에서 대구 지역까지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이같은 불법대출이 많지 않겠지만 생각보다 건설사의 자금난이 심각하다는 사례"라며 "중견건설사들이 시장의 신뢰얻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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