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장을 위한 변명
우리은행장을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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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ihkong@seoulfn.com>은행권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연일 끊이지 않고 있다.

국내 은행들이 과거 외환위기의 뼈아픈 교훈에도 불구 은행 덩치키우기에만 골몰한 나머지 우리 금융시장을 위기로 내몰았다는 것이 주된 이유이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은행장은 물론 임직원들의 연봉삭감 등 고강도 자구책을 주문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치솟고 있는 연체율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 대출 확대를 강요하고 있다.

은행들로선 정부의 이같은 요구에 대해 '관치금융 회귀'라고 반발하면서도, 전방위적인 정부지원이 필요한 까닭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성황에 처한 형국이다.

은행들이 매년 '땅짚고 헤엄치기식' 영업으로 수조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거두며 성과급과 배당잔치를 해왔다는 점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작금의 분위기를 그냥 지나치기엔 아쉬운 부분이 남는다.
시중은행의 모든 수장들이 똑같은 비난을 받고 같은 수준의 패널티를 받고 있다는 데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최소한 책임에 대한 경중은 가릴 필요가 있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물론 책임이 적다고 해서 비난을 피해갈 수는 없겠지만 책임이 무거운 사람과 적은 사람에게 같은 수준의 채벌을 가해서는 안될 것이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향후 책임의 경중은 확실히 해야 똑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이같은 관점에서 국내 은행들 가운데 우리은행이 가장 억울한(?) 케이스일 수 있다. 사실 이종휘 우리은행장은 금융위기가 본격화되기 직전인 올해 6월 취임한 '신임 딱지'를 채 못뗀 '초보' 은행장이다.

이 행장의 행보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이전 행장이었던 박해춘 행장(現 국민연금 이사장)의 '공격경영' 탈피를 위해 영업전략에 대대적인 손질을 가했다는 점이다. 이전 행장이었던 박 행장은 이전 행장(現 KB금융 회장)이었던 황영기 회장의 '공격경영' 바통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취임 당시 이 행장은 "성장을 포기할 순 없지만 사업부문간 균형과 속도 역시 문제"라며 "카드사업과 해외진출의 경우 지나치게 속도감 있게 진행된 부분이 없지 않은지를 검토를 해본 후에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우리은행이 지난 수년동안 과도하게 덩치를 키워온만큼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같은 관점에서 이팔성 회장 역시 마찬가지. 이 회장 역시 이 행장과 한달 가량의 간격을 두고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내정됐다.
최근 우리은행이 직면했던 각종 악재들이 이들 수장과 전혀 무관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이들 수장들에게 책임을 지울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단적으로 지난해에 이어 수천억원대의 손실을 기록한 해외채권 역시 수년 전에 투자됐다. 이들 수장들로선 우리은행 전 수장들로부터 '잠재적' 부실채권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셈이다.

최근과 같이 불안한 경제상황에서 책임의 경중을 논한다는 것이 다소 억지스러울 수도 있겠으나, 책임의 경중 없이 모든 은행장들에게 똑같은 책임을 묻는 관행이 계속된다면 글로벌 금융그룹을 이끌어낼 수 있는 '스타 CEO' 탄생도 묘연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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