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금융불안 원인"…은행장 '시련의 계절'
"은행이 금융불안 원인"…은행장 '시련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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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출 자제하고 이미지개선 행보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ihkong@seoulfn.com>금융불안의 진원지가 은행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은행의 수장들도 시련의 계절을 보내고 있다. 연봉이 최대 20% 삭감되는가 하면, 그동안 의욕적으로 추진해 왔던 중대 현안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최근 은행권의 유동성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전방위적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한시름 놓게 됐지만 은행장들로선 대내외 이미지 개선이라는 쉽지 않은 숙제를 떠안게 됐다. 
 
■주도권 경쟁 '소강상태'
국내 주요 은행장들은 유동성 위기가 수면위로 급부상하기 직전까지 '리딩뱅크'를 둘러싸고 연일 신경전을 펼쳤다. 외환은행 인수를 두고 국민-하나은행이 날을 세우기도 했으며, 정부의 금융공기업 매각 방안이 발표되자 우리금융지주와 기업은행을 둘러싼 갖가지 시나리오가 난무하면서 빅4 은행들간 갈등구조가 형성되기도 했다.
급기야 지난달에는 KB금융지주 황영기 회장이 지주사간 '대등합병'을 제안하면서 은행권의 주도권 경쟁이 새 국면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금융불안 장기화로 산업은행과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연기가 예상되면서 은행권의 신경전은 한동안 소강상태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외환은행 역시 최근 주가급락으로 몸값이 크게 하락하자 론스타가 매각을 늦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의 유동성 위기가 '자산경쟁'에서 비롯됐다는 비난이 나오는데 M&A 관련 발언을 내뱉을 수 있겠느냐"며 "금융불안이 완전히 해갈되지 않는 이상 은행간 M&A는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력 약화
특히 은행들은 빠르면 연내 추진할 예정이었던 굵직한 현안마저 무기한 연기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자본증대를 위해 지주사 전환과정에서 보유하게 된 자사주 5510만주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지분매입에 나서는 주체도 없는데다 취득단가도 높아 손실이 불가피하다. 또한 국민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ING생명 지분 14.9%도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ING생명이 유동성 위기에 처하면서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은행은 해외투자로 인한 손실로 인해 3분기 실적악화가 예상돼 예금보험공사와 맺은 경영이행약정 목표달성이 어려워졌다. 또 최근에는 워크아웃설이 나돌고 있는 C&그룹에 2천억원이 넘는 여신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의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성병수 애널리스트는 "C&그룹의 워크아웃 가능성을 예단하기는 어려우나 자구책이 순조롭지 않을 경우 워크아웃을 신청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은행들은 대부분 담보를 확보하고 있어 최종 손실규모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신의 20% 이상은 비용인식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나은행 역시 최근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비용증가로 중국 길림은행 지분 인수가 불투명해 졌으며, 태산LCD가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피봇계약에 따른 상당규모의 충당금 적립도 불가피해 자본여력이 크게 약화된 상황이다.
 
■은행장의 '굴욕'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촉발된 국내 은행의 유동성 위기에 대한 책임론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은행장들을 질타하는 정치권 안팎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주요국들이 금융회사 CEO들의 연봉을 제한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은행장들의 연봉도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수백억원에 달하는 월가 CEO들의 연봉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지만 최근 금융불안에 대한 책임분담 차원에서 CEO들의 연봉삭감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것.
지난달 23일 국회 정무위 김용태 한나라당 의원이 시중은행들로부터 제출받은 연봉자료에 따르면 국민은행장이 기본급과 성과급 등 모두 16억2000만원을 받았으며, 신한은행장은 14억16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은행장은 10억원으로 활동수당과 스톡옵션이 없어 상대적으로 적었다.
정부도 최근 은행들의 외화차입에 대한 지급보증 양해각서 외에 은행의 보수체계 개편을 포함한 경영구조개선을 추진키로 했다.
이 때문에 각 은행장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연봉의 10%~20% 내외의 연봉삭감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와함께 이종휘 우리은행장 등 일부 CEO들은 악화된 대외 이미지 개선을 위해 발빠른 행보에 나서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IMF사태와 카드대란의 교훈을 잊은채 또다시 국내 금융시장을 위기로 몰고간 은행장들이 사상최대의 스톡옵션을 받아온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며 "금융위기 어느정도 해소될 경우 은행장에 대한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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