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 망령' 부른 시중은행
'관치 망령' 부른 시중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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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ihkong@seoulfn.com>국내 대형 시중은행들이 정부를 상대로 구걸을 하고 있다. 달러도 모자라 이제는 원화마저 부족하다며 만기가 도래하는 은행채를 모조리 매입해달라고 아우성이다.

▲공인호 기자 ©서울파이낸스
금융당국은 일단 검토를 진행하고 있지만 25조원 전부를 매입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이같은 은행권의 작금의 행태는 가히 '관치금융 종용'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시중은행들이 이처럼 '철면피' 행세를 할 수 있는 연유는 무엇일까.
시중은행은 말 그대로  도시에 본점을 둔 일반은행으로, 공공의 이익이 아닌 극소수 주주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업이다. 엄밀히 말해 금융기관이 아니라 금융회사라는 얘기다.

극소수 주주들 역시 내국인이 아닌 외국인이 대부분이다. 지난 수년동안 은행들이 거둬들인 사상최대의 수익은 고스란히 외국인의 뱃속으로 들어갔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 23일 현재 KB지주 57.73%, 신한지주 52.26%, 하나금융 65.21%, 외환은행 75.46% 등 정부 소유의 은행을 제외한 대다수 시중은행들의 외국인 비중은 절반을 상회하고 있다.
올 초까지만 해도 이들 은행의 외국인 비중은 80%에 육박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정부 입김 아래 정책적 기능을 수행하는 국책은행과도 엄연히 구분돼야 마땅하다. 그러나 시중은행의 작금의 행태는 자신들이 정부나 국민을 위해서 일하는 것처럼 착각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물론 시중은행은 금융시장에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동맥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동맥경화에 걸린 사람이 온전할 수 없듯 은행이 제역할을 하지 못하면 그나라 경제는 파탄에 이른다.

세계 금융시장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신용경색' 현상이 은행권에서 비롯됐다는 점은 은행의 역할을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게 한다.
결국 시중은행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은행의 우월적 지위에 기인한다기 보다 '돈맥'을 책임지고 있는 '역할'에 입각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우리가 무너지면 IMF 사태가 또 올수 있으니 정부가 나서달라"는 식의 협박성 요구라고 해도 무방하다.

시중은행들은 현 금융위기가 미국발이라는 점에서 국내 은행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경제의 탄탄한 기초체력에도 불구하고 유독 금융시장이 불안하다는 점은 제1금융권으로서의 은행의 책임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은행의 키코(KIKO) 강매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들에게 시중은행은 말 그대로 '독약을 판 브로커'에 지나지 않는다.

최근 은행들이 자체적인 자구노력에 힘을 쏟고 있다는 점은 다행스럽지만 생색내기로 비쳐져서는 결코 안될 일이다. 특히 수십억원에 달하는 은행장들의 스톡옵션과 은행권의 고임금 구조는 개선돼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11년 전 IMF 사태의 주범이었던 은행들이 '코끼리 비스킷' 만큼의 임금으로 국민의 '혈세'와 맞바꾸겠다는 발상 자체가 '우리는 잘못이 없다'라고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을 주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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