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400원 육박…'외환위기' 재현 공포
환율 1400원 육박…'외환위기' 재현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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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안보람 기자]<ggarggar@seoulfn.com> 원·달러 환율이 '폭주기관차'처럼 내달리고 있다.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00원을 위협하는 등 위태로운 행보를 보였다. 외환위기를 겪던 1998년 이래 처음이다.
외환당국이나 정부 관계자들은 '외환위기때와는 다르다' 혹은 '과민반응이다'라고 말하고 있지만, 시장참가자들은 '외환위기 때와 다를게 없다'고 입을 모은다.

■환율 '폭등' 또 '폭등'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6.9원 상승한 1335원으로 거래를 시작해 1330원으로 밀리는 듯했지만 매수세폭주로 1399원까지 고점을 높였다가 1395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4거래일간 208원 폭등한 것으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10년만에 최고 수준이다.
이처럼 환율이 치솟는 이유는 미국발 금융위기의 세계적 확산과 신용경색의 장기화로 실물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칠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의 각국 정부들은 특단의 조치를 내놓고 있지만, 시장이 진정되지 않자 공포감은 더해만가는 양상이다.
또 달러 품귀현상으로 인해 미국발 금융위기에 상대적으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원인으로 보인다.
올해들어 외국인은 33조원 가량의 주식을 '팔자'에 나서고 있고 무역수지는 9개월간 142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더불어 국내외 증시의 폭락이 환율상승의 재료가 되고 있다.
밤사이 뉴욕증시가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배당금 삭감과 대규모 증자 소식 등으로 폭락한 점이 이날 코스피지수를 포함한 전세계 주요 주가지수의 동반 폭락을 이끌었다.
이것이 국내 은행권 참가자들의 매수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함께 역외환선물시장에서의 '환투기꾼'이 환율폭등을 부추긴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60원가까이 치솟은것은 전날 뉴욕 NDF시장에서 원·달러 1개월짜리 선물 환율이 55원이나 치솟은 영향이라는 지적이다.
은행의 외화자금 담당자들은 이러한 NDF시장 급등의 배경을 투기세력으로 꼽았다. 뉴욕뿐아니라 싱가포르 시장에서도 원화가치의 추가하락을 예상해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전일 오후 북한이 서해상에서 단거리 미사일을 2발 발사했다는 소식도 시장불안을 부추겼다. 
대우증권 고유선 이코노미스트도 "펀더멘털에 대한 차분한 분석을 하지 못하고 공포에 가까운 불안한 심리에 휘둘리고 있기 때문에 북한 미사일 발사 소식에도 흔들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과하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경제체력이나 외환보유액 등을 감안하면 10년전 외환위기의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이후 벌어진 최근 외환시장의 반응은 과도한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지난 2일부터 7일까지 현물환 거래량은 하루 평균 55억7000만달러로 지난달 하루평균 80억1000만 달러보다 24억7000만달러 급감했다. 하지만, 약간의 외부 충격에도 출렁이는 외환시장은 극심힌 '쏠림현상'을 보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에대해 시장체질개선을 위한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 환율의 움직임은 이미 통제가능한 수준을 넘었다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장재철 수석연구원은 "시장이 비정상적인 상태여서 밑 빠진 독에 물붓기식 개입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며 "원화가 주요 통화가 아닌 데다 달러화 위주로만 거래가 이뤄지고 있어 미국발 충격의 파급 효과가 큰 것으로 보여 유로화와 엔화 등의 거래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환율 '예측불가'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더 이상의 환율 전망은 의미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공포감이 진정되지 않고, 신용경색이 지속되고 있어 당분간 환율 상승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동완 국제금융센터 상황정보실장은 "국제 금융시장에서 리보금리가 급등하는 등 자금시장의 경색이 워낙 악화돼 있어 외환시장이 그 영향을 받고 있다"며 "서로가 상대방의 리스크를 믿지 못하는 극도의 불신이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거래량 자체가 줄었기 때문에 약간의 외부 충격에도 환율이 크게 출렁이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어느 순간 확 급락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과천청사 기자실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우리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면 (원·달러 환율이) 올라가는 속도처럼 급락할 가능성이 많다"며 "대기업들이 수출대금 매도를 계속 미루다가는 상당한 손실을 볼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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