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사후약방문' 언제까지?
금융당국 '사후약방문' 언제까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뒤늦게 키코 수습 나서
산은, 외환銀 '실기' 논란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ihkong@seoulfn.com>중소기업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는 키코(KIKO) 사태가 금융권의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금융당국의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이 금융권의 중대 사안마다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않은 채 여론의 눈치보기로 일관하다 결국 실기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중대 고비 맞은 키코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28.30원 급등한 1188.80원에 마감했다. 특히 이날 장중 환율은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졌던 1200원선까지 뚫리며 시장의 패닉(공황) 상태를 반영했다. 정부의 개입으로 환율 상승폭은 줄었지만 국제수지 적자 및 미국 금융불안 지속으로 앞으로도 상승압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환율 급등세가 지속되면서 키코 계약을 맺은 중소기업들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것. 중소기업중앙회 자체 추산 결과,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일 경우 153개사 기업체 기준 키코 손실액은 1조3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들 중소기업들은 은행들이 수수료 수익을 위해 위험고지 의무는 소홀한 채 불완전 판매 나섰다고 반발하는 한편, 시중은행들을 대상으로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뒤늦게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정부가 이들 피해 업체들의 지원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중소기업과 은행간 양자합의를 통한 손실 부담'이 기본 원칙이기 때문에 어느정도 실효성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금융시장에서는 키코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을 금융당국의 '직무유기'에서 찾고 있다. 키코 계약이 지난해 이후 집중적으로 체결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초 출범한 금융위원회 및 금융감독원의 관리감독이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키코 피해가 가시화되기 전인 지난 5월 중소기업중앙회는 금융위와 금감원에 키코 관련 피해대책을 촉구하는 건의서를 제출하기도 했지만 "감독당국이 간여할 사항이 아니다"라며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사태가 이처럼 악화된 데는 금융당국의 무성의한 태도가 한몫을 했다는 지적이다.
 
■해외진출 '발목잡기'    
이같은 금융당국의 느긋한 태도는 금융시장에 부정적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9일 HSBC와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매계약 역시 금융당국의 '실기'가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HSBC는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1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계약을 유지하며 금융당국의 승인을 기다리다 결국 막판에 발을 뺐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국내 시장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외자유치를 통해 금융선진화를 이루겠다는 금융위의 입장과는 상이한 결과를 초래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또,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반대로 무산된 산업은행의 리먼브러더스 인수 역시 '사후약방문'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달 초 산업은행은 국내 비판여론을 의식해 리먼지분 25% 이상 부실자산을 제외한 우량자산을 사들이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산은의 리먼 투자에 대한 비난여론은 끊이질 않았고 금융당국마저 '시기상 적절치 않다'며 산은의 발목을 잡았다.
이후 리먼이 파산에 이르자 금융권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판단에 대해 '적절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산은이 포기한 리먼의 우량자산을 일본 금융사들이 속속 사들이면서 '금융위의 판단착오'라는 상반된 시각이 금융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6일 니혼게이자 신문에 따르면 일본 최대 증권사 노무라홀딩스가 최근 매수키로 한 미국 리먼브러더스 유럽ㆍ중동 사업 부문의 인수 가격은 2달러에 불과했다. 특히 노무라는 파산한 리먼브러더스와 유럽ㆍ중동 부문 자산을 가격 하락 위험 때문에 인수하지 않고 종업원 2500명 대다수를 승계하는 조건에 합의했다. 노무라로선 인력이탈 우려도 불식시킨 셈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산은의 협상안은 노무라의 인수 추진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며 "노무라의 산은 인수를 평가하긴 이르지만 미국 금융위기를 IB진출의 기회로 삼고 있는 일본 금융사를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서울파이낸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