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의 굴욕…한국씨티에 '불똥' 튀나
씨티의 굴욕…한국씨티에 '불똥' 튀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씨티그룹 금융위기에 '흔들'…국내 외국계銀들 '노심초사'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ihkong@seoulfn.com>국내 금융시장에 진출한 영미계 은행들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막대한 손실을 입은 모(母)기업이 해외시장 진출을 자제하는 한편, 기 진출한 지역의 영업조직마저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한국씨티은행의 경우 모기업인 씨티그룹이 서브프라임모기지로 막대한 손실을 기록하는 등 부실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한국씨티의 영속성에 대한 의구심이 일고 있다.
 
▲ 한국씨티은행  © 서울파이낸스
■매각 안한다지만...
씨티그룹의 로버트 루빈 회장은 지난 6월 당시 제기됐던 '한국씨티은행 매각설'에 대해 "소문일 뿐"이라며 매각설을 전면 부인했다. 한국은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매력적인 투자처일 뿐 아니라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가능성 등을 고려할 경우 철수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루빈 회장은 "하반기 실적도 장담하긴 힘들지만 더 나은 미래를 보장해 줄 것으로 예측한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루빈 회장의 이날 발언으로 '매각설'은 잠잠해졌으나 씨티가 아시아 일부 국가에서 철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만큼 한국씨티의 매각 가능성 역시 실현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실제로 씨티그룹은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550억달러 이상의 손실을 낸 미국 최대 피해 은행으로 주가도 지난해 대비 반토막 난 상태이다. 최근에는 시가총액 규모에서 미국 4위 은행인 웰스파고에 밀리는 수모를 겪으며 세계 최대 은행으로서의 자존심마저 크게 훼손됐다. 또, 지난 세분기 동안에도 무려 174억달러에 이르는 적자를 기록하는 등 향후 실적악화에 대한 우려감을 쉽게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성장세 '뒷걸음질'
씨티그룹의 한국시장 철수 가능성은 모기업 손실에 따른 대외적 요인뿐 아니라 대내적 요인도 한몫하고 있다.
우선 씨티와 HSBC·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등 국제시장에서 내로라하는 외국계 은행들이 유독 한국시장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이 주된 요인이다.
특히 한국씨티은행의 경우 지난 2004년 한미은행 인수 때만 하더라도 국내 금융시장에서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은 전무했다.
하지만 이후 4년여 기간 동안 한국씨티의 성장세는 답보 상태를 거듭하며 총자산 규모도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4년 한미은행 인수 당시 한국씨티의 총자산은 66조원이었지만 올해 6월말 현재 55조원으로 10조원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한미은행이 한국씨티로 편입되면서 상당수 고객들이 이탈했다는 방증이다.
이같은 실적부진에도 불구하고 한국씨티는 은행권에서 가장 높은 연봉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한국씨티는 지난 1/4분기 기준 1인당 평균연봉이 7633만원으로 업계 최고 수준이지만 직원 1인당 예금실적은 지난해 대비 -11.5%로 은행권 꼴찌를 차지했다. 
외국계 은행의 이같은 실적부진은 최근 들어서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태세다. SC제일은행의 경우 이달말까지 본부 인력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으며, HSBC는 외환은행 인수 포기로 한국 내 영업망 축소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외국계 은행 한 관계자는 "향후 실적에 대한 비관적 전망 때문에 모기업의 국내 영업망을 축소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며 "이번 SC제일은행의 구조조정이 대대적인 칼바람을 예고하는 건 아닌지 우려하는 직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사회적 책임 '외면'
한국씨티를 포함해 외국계 은행들이 유독 한국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문화적 차이'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있다. 특히 시중은행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은 소홀한 채 모기업을 위한 단기수익 확대에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국내 중소기업들을 부도위기로 몰고 가고 있는 키코(KIKO) 상품 역시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 등 외국계 은행의 판매율이 압도적이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130여개 중소기업에 키코를 판매한 은행은 론스타가 대주주인 외환은행(17.3%)을 비롯해 한국씨티은행(16.6%)·SC제일은행(20.8%) 등 외국계 은행이 전체 판매율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들 은행은 또 사회공헌 활동에도 국민·신한·우리·기업은행 등 국내 은행에 비해 소극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한해동안 국민·신한은행이 사회공헌활동에 각각 500억원 이상 지원한 반면, 한국씨티와 SC제일은행은 각각 18억원씩 지원하며 국내 지방은행 평균에도 못 미쳤다.
금융시장 한 전문가는 "국내 진출한 외국계 은행의 경우 본사 경영전략에 따라 생존 가능성이 결정되기 때문에 수익 위주의 영업활동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며 "이같은 영업행태가 되레 외국계 은행의 이미지를 악화시켜 영업력  확대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서울파이낸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