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주가부양 '쉽지않네'
하나금융, 주가부양 '쉽지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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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적 투자성향 '禍' 불러
증권사들, 목표 주가 하향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ihkong@seoulfn.com>국내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공격적인 투자성향을 보여왔던 하나금융지주가 글로벌 금융불안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올초 지분을 인수했던 메릴린치가 심각한 부실우려로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매각된 데 이어 최근에는 통화옵션 상품 키코(KIKO)로 부도위기에 놓인 태산LCD의 환리스크를 떠안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주가가 큰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앞서 김승유 회장은 주가부양을 위해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지만 향후 상황 역시 녹록치 않다.
 
■투자금 회수 가능하나?
▲     © 서울파이낸스
지난 2월 하나금융은 테마섹으로부터 메릴린치 주식 100만주를 5천만달러(주당 50달러)에 사들였다. 국내 민간금융사 가운데 글로벌IB에 투자한 첫사례라는 점에서 당시 하나금융은 높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메릴린치의 손실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주가는 반토막 나기에 이르렀고 결국 이달 BOA에 매각됐다.
일단 하나금융은 메릴린치 투자에 따른 손실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8월 메릴린치로부터 신주 106만주를 무상으로 받아 평균 매입단가가 25달러 아래로 떨어진 데다 BOA가 매입하기로 한 가격이 주당 29달러이기 때문에 현재로선 1천만달러 이상의 평가이익이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게 금융시장의 중론이다.
BOA의 메릴린치 실사 과정에서의 추가부실 규모에 따라 실제가치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메릴린치 주식이 BOA에 편입된 이후의 주가 변동도 손익에 영향을 미쳐, 최악의 경우 손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서도 상업은행과 IB와의 합병에 대해 회의론이 대두되고 있다"며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큰 만큼 IB투자에 따른 수익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PBR 0.83배 '비상경영'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환율상승세 역시 하나금융의 주가부양에 복병으로 등장했다. 대다수 은행들이 키코 피해기업들에게 비난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기업의 환손실을 떠안은 것은 하나은행이 처음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TV와 노트북의 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의 부품인 백라이트유닛을 제조하는 매출액 6천억원대의 중견기업인 태산LCD가 하나은행과 또 다른 통화옵션 상품인 피봇(PIVOT)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평가손실을 떠안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9일 푸르덴셜투자증권의 성병수 애널리스트는 "태산LCD가 회생절찰를 진행하기 때문에 매달 차액을 정산해야 하는 상품계약에 따라 거래 은행인 하나은행이 환리스크를 대신 떠안을 가능성이 크다"며 "전날 원·달러환율 1153.30원 기준으로 계산한 피봇관련 추정손실은 3551억원으로 9월말까지 환율이 현 수준을 유지한다면 하나은행은 이 금액을 평가손실로 인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나은행의 이같은 손실 가능성이 제기되자 이날 하나금융 주가는 52주 최저가인 2만9350원대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미국이 부실채권 인수기관 설립을 논의하고 있다는 소식에 은행주를 포함한 대다수 금융주가 큰폭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도 대조적이다.
주가가 급락하자 하나금융은 이날 공시를 통해 "지난 17일 환율 1116원 기준으로 태산LCD의 하나은행과의 파생거래 관련 전체 평가손은 2861억원이며, 이중 피봇 관련 평가손은 1388억원"이라며 "환율이 적정구간 진입시 만기 예상손익은 대폭 줄어들 것"이라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증권사들 역시 하나금융의 목표주가를 속속 하향조정하고 있어 주가안정에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이날 크레딧스위스는 하나금융에 대한 투자 의견을 기존 '시장수익률상회(Outperform)'에서 '중립(Neutral)'으로 하향했으며 목표주가도 5만8천원에서 3만500원으로 대폭 낮췄다. 이로써 하나금융의 주가순자산비율(PBR)도 0.83배 수준으로 하락하며 '비상경영'을 선언했던 지난달에 이어 주가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이례적으로 기업설명회(IR)에 모습을 보인 김승유 회장은 "자기자본이익률(ROE) 15%, 총자산이익률(ROA) 1%는 넘겨야 한다는 내부기준을 세웠는데 달성된 게 별로 없고 무수익여신(NPL)비율 등도 과거보다 떨어져 비상을 걸어야겠다고 생각한다"며 "PBR 0.85배면 수치스러운 수준으로, 더 떨어질 것도 없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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