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시장 지각변동…국내도 '영향권'
세계 금융시장 지각변동…국내도 '영향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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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대신 CB '주도세력' 급부상
해외진출 전략수정은 불가피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몰락으로 상업은행(CB: Commercial Bank)이 세계 금융시장의 새로운 주도세력으로 급부상한 가운데 국내 금융시장도 이같은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국내 금융권에서는 내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제1금융권으로서의 은행의 아성이 위협받는 대신, 대형 증권사를 모태로 한 '증권형 IB'가 금융시장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글로벌IB '역사의 뒤안길'로
지난해 8월 촉발된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는 세계 금융시장의 판도를 급격히 변화시키고 있다.
지난 20년간 급성장하며 전세계 금융시장을 호령해 왔던 글로벌IB들은 서브프라임 사태를 계기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최첨단 선진 금융기법을 자랑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의 '마이다스 손'으로 군림해온 이들 IB는 아이러니하게도 예금·대출업무 위주의 전통적인 CB들에게 무릎을 꿇었다.
지난 3월 베어스턴스가 미국 2위 JP모건에 인수된 데 이어 메릴린치는 3위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매각됐다. 또 리먼브러더스 또한 파산위기에 놓이면서 IB부문을 영국 3위 은행인 바클레이즈에 넘기기로 했다.
미국 5대 투자은행 중 유일하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역시 생존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초유의 사태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수적인 전통 은행들이 새로운 금융세계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재계, IB 도입 '논란'
이 때문에 글로벌 IB를 성장모델로 삼아왔던 국내 금융사들의 성장전략 또한 대대적인 손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내 대형 증권사들은 내년 자통법 시행을 계기로 IB로의 체질전환에 적극 나서왔다. 
미국계 대형 IB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금융기법 전수는 물론 해외진출에도 적극 나서왔으며, 금융당국 또한 선진국 수준의 금융규제 완화를 약속했다.
그러나 최근 정치권에서는 IB 도입에 대한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기자본보다 많게는 수십배에 달하는 자금을 운용하는 IB모델이 과연 국내 금융시장에 적합하느냐는 것이다.
특히 이같은 논란은 민영화 이후 글로벌IB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는 '산업은행'이 논란의 불씨를 더욱 키웠다.
지난 17일 미국발 금융위기 대책을 논의한 국회재정위와 정무위에서 일부 의원들은 리먼브러더스 인수를 추진했던 민유성 산업은행장의 자질 문제 제기하는 한편, 산업은행이 추구하고 있는 IB모델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재정위에 참석한 민주당 의원은 "산은이 리먼을 인수했었더라면 산은부터 파산했을 것"이라며 "글로벌 IB들이 줄줄이 파산하고 있는 가운데 산은이 그 모델을 따라가서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산은의 경우 시중은행에 비해 취약한 수신기반 때문에 CB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긴 힘들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과 산은은 IB를 모델로 하돼 민영화 이후 수신기반을 점차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해외진출 '일시중단'(?)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으로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진출에도 제동이 걸렸다. 이미 진출했던 해외지점들을 대상으로 리스크를 재점검 하는 한편, 해외 기업과의 대규모 프로젝트 사업도 당분간 유보키로 했다.
특히 시중은행들의 경우 미국발 신용경색 여파로 외화자금 조달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해외 금융사들과 연계된 각종 수익사업들도 일시 중단된 상태"라며 "미국발 금융불안이 잠잠해지기 전까진 해외진출을 통한 확장경영보다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IB들의 몰락이 가시화되기 전인 지난 8월까지만 하더라도 국내 은행들은 'IB의 위기가 곧 우리에겐 기회'라며 해외 인수합병(M&A)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지난달 말 "우리투자증권이 유럽의 IB 인수를 적극 검토하고 있으며, 우리금융지주도 미국의 지방은행 인수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달초 우리금융은 홍콩IB 법인의 사업확장을 위해 농협으로부터 2500만달러의 투자자금을 유치하기도 했다.  
우리금융 IB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의 IB 부문은 도이체방크와 같은 은행형 IB이기 때문에 리스크에 크게 노출될 가능성은 적다"며 "최근에는 글로벌금융시장 불안과 외화자금 조달이 어려워짐에 따라 리스크관리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IB부문이 축소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시장 전문가들 역시 국내 금융사들의 IB 비중이 전체 사업의 5%에도 못미치는 만큼 IB 강화와 함께 해외진출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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