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인호 기자 © 서울파이낸스 |
앞서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불안한 금융시장을 감안해 인수합병(M&A)에 대한 발언을 자제해줄 것을 당부했으며, 이후 금융회사 CEO들의 M&A 관련 발언은 '답변' 수준에 그치며 간간히 언론에 오르내렸다.
황 회장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합병 가능한 상대 지주사로 외국계 은행을 제외한 모든 은행들을 '파트너'로 지목했다.
이 자리에서 황 회장은 '총자산 500조원'이라는 규모의 목표치와 함께 '내년 상반기'라는 구체적인 시기까지 언급하며 M&A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황 회장은 일본·스위스·네델란드 등 국가를 예로 들며 은행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선 대형 은행 2~3개를 중심으로 재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KB지주뿐 아니라 대다수 지주사들도 자체성장만으로 글로벌플레이어가 되는 것에 한계가 있으니, KB지주와의 M&A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검토해 달라는 제안인 셈이다.
황 회장이 제안한 총자산 500조원 요건을 충족시키려면 우리·신한·KB지주 등 빅3 간 M&A가 지름길이다. 하지만 우리금융의 경우 민영화 방안이 구체화되지 않은 데다 우리금융 주도로 M&A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며, 신한지주는 은행 비은행 부문 간 최적의 포트폴리오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 만큼 당분간 자체성장에 주력한다는 게 기존 입장이다.
기업은행 역시 민영화 일정이 상당기간 연기된 터라 '내년 상반기'라는 시기적인 조건을 만족시키긴 힘들다. 지난 수년 동안 국민은행의 애간장을 녹였던 외환은행 역시 HSBC에 빼앗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현재로선 민영화 일정이 확정된 산업은행과 빅3 경쟁구도에서 밀린 하나금융이 KB지주의 유력한 M&A 파트너로 지목되고 있다.
하지만 M&A 가능성이 황영기 KB지주 회장의 '입'에서 시작됐다는 점은 여타 은행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M&A는 '먹고 먹히는 싸움'쯤으로 인식되는 게 보통이기 때문이다. 특히 KB지주의 총자산 300조원 가량인 점을 감안할 경우 하나금융과 산업은행의 두배에 이른다. 겉으로만 봐도 KB지주가 월등히 우세한 덩치를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황 회장은 인수가 아닌 '대등합병'을 방법론으로 제시하는 한편, '경영권'에 대한 미련도 버리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M&A 이후 상대 경영진이 보다 훌륭하다고 판단되면 미련 없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것이다.
KB지주를 5년 내 아시아 10위권으로 도약시키겠다는 강한 의중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금융회사 CEO로서의 황 회장의 경영능력은 이미 삼성증권 사장 및 우리금융 회장 등을 거치면서 수차례 검증받은 바 있다. 하지만 우리금융 시절의 '공격경영'은 대내외적으로 은행업이 호기였다는 점을 감안할 경우 단순히 '실력'이었다고 보기엔 무리가 따르는 것도 사실이다.
내년 자본시장통합법 및 '금융빅뱅'이라는 거대한 파고를 앞두고, 자산규모 국내 3위로 내려앉은 KB지주호(號)의 향후 행보에 따라 '검투사'로서의 황 회장의 '진짜' 실력이 새롭게 평가받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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