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이제 본격화할 민생문제
[홍승희 칼럼] 이제 본격화할 민생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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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은 끝났다. 총선을 앞두고 발표를 미루었던 국가 재정상황이 드러났다.

GDP 대비 국가채무가 마침내 50%를 넘어섰다. 세수결손은 87조원에 달한다. 국가채무 비중이 더 늘어날 일만 남았다는 의미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40%선을 고수하며 재정지출을 더 늘리면 나라가 망할 듯이 게거품 물던 기획재정부가 건설업계 좀비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과도하게 재정을 늘린 게 정부 부채비율을 급증시킨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처음은 강원도지사의 앞뒤 재지 않고 내지른 한마디로 삽시간에 금융위기가 올 뻔 한 데서 시작됐지만 이후 거듭 부적절한 정부 대응은 한국경제 전반을 갈수록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가뜩이나 세계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때에 장기적 안목은 고사하고 현황파악조차 신중하게 하지 못하는 정부가 외교적으로도 위험한 선택을 반복함으로써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경제를 추락시키고 있다. 수출이 유례없이 위축되고 내수경기마저 얼어붙는 상황에서도 정부는 세계경제 탓만 하고 있지만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봐도 유독 한국의 뒷걸음질은 두드러진다.

문제는 앞으로가 더 걱정스럽다는 것이다. 치솟는 환율, 기름 값에 소비부진 속에서도 오르기만 하는 물가 등 민생은 점점 수렁으로 빠져든다. 그렇다고 뾰족한 대책을 내놓을 기대도 지금의 정부에게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부부채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어서 더욱 그렇다.

5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부실채권 규모는 12조4425억 원에 달해 팬데믹 기간 중인 2020년의 8조7254억 원보다도 3조7171억 원, 43.3% 가량 늘었다. 과도한 PF대출로 폭탄이 돼버린 2금융권들과 달리 보수적인 운용을 해온 5대 금융지주조차 이런 처지라는 것은 앞으로 상황이 개선되기 매우 어려워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난해 한국의 명목GDP는 2236조3294억 원이었지만 이 가운데 중앙정부 지방정부를 합친 공공영역 지출규모는 944조원에 그쳤다. 그나마 국세수입은 중앙정부 예산 638조7000억 원의52.56%에 불과한 335조7000억 원이고 지방세 항목의 제약으로 지방정부는 이보다 더 상황이 나빠 예산 305조4000억 원 대비 지방세 규모가 22년 기준 118조6000억 원으로 예산의 38.83%에 불과하다.

소위 부자감세로 부동산 투기세력에게 날개를 달아준 결과가 정부가 기대하듯 부동산 경기를 살리는 효과는 없이 세수부족을 부채질했다. 가뜩이나 전반적인 경기가 나쁜 상태로 법인세 세수도 줄어든 위에 부자감세까지 더해지며 국가재정을 악화시킨 결과다.

한국 경제의 위기는 단순히 재정정책의 실패 때문이라고만 말할 수는 없다. 지금 밀어내기를 본격화하고 있는 중국 상품의 저가공세에 맞서기에 한국 상품들은 경쟁력이 심각하게 떨어지고 있다.

게다가 웬만한 생필품은 이제 중국산이라고 과거의 저가상품으로 간주할 수 없다. 소위 근린궁핍화 전략을 들고 나와 세계시장을 향한 저가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중국의 공산품들은 그간 품질을 높여온 상태여서 그 품질에 그 가격의 상품들에 맞설 국산제품들은 갈수록 줄어들 전망이다.

대기업의 경쟁력도 이제 단순히 생산단계의 독점적 지위에 머물러서는 희망이 없다. 한국이 반도체 강국이라 하지만 설계, 설비, 소부장 등 그 지위에 위협이 될 요소들이 너무 많다.

소부장 부분은 그나마 일본의 앞선 공격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어지간히 국산화를 이뤄가고 있지만 설계기술은 미국이, 장비는 네덜란드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에게 의존하며 종종 갑질을 감수해야 할 처지다. 원료를 해외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까지는 불가피하다 해도 기본 설계능력을 스스로 키우지 못하면 기술이 발전해갈수록 하청기업의 지위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진다.

물론 이런 문제는 기업들이 스스로 해결해나갈 일이지만 우선 새로운 시대에 적합한 인력을 키울 교육시스템을 만들고 또 세계시장이 요구하는 탄소제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일은 정부가 해줘야 하는 일이다. 이처럼 정부가 할 일이 있고 기업이 할 일이 있지만 지금 정부가 보여주는 태도는 그 구분이 모호하다.

수출 대기업들의 일은 또 그렇다 하고 이미 로봇이 인력을 대체하는 비중이 세계적으로도 가장 높은 한국에서 일자리 문제며 가계의 기본 생계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도 정부가 고민할 매우 중요한 문제인데 이런 문제에 대해 정부는 그다지 고민이 없는 것 같다. 대비해야 한다는 인식 자체가 없어 보인다. 이 문제야 말로 국가의 현재와 미래를 건 심각한 민생문제이기도 하다. 동시에 내수시장을 지탱하는 경제성장의 바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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