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22대 총선, '사라진 게임 정책'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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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도경 기자] 22대 총선을 일 주일도 채 남기지 않은 가운데, 여야가 웹툰, 미디어 등 국내 콘텐츠 시장 육성 방안을 내놓고 있다. 다만 주요 공약에서 국내 콘텐츠 산업 내 수출 규모 1위를 차지하는 게임이 자취를 감췄다는 점에는 아쉬움이 잇따른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만화와 웹툰 산업 집중 지원과 글로벌 킬러 콘텐츠 지원, 영상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 일몰제 등을 콘텐츠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으며, 더불어민주당은 R&D(연구 개발) 세제지원 확대와 저작물 보호, 제작비 세액공제 상성제도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그럼에도 게임 관련 공약은 e스포츠 육성이 거의 유일하다시피 하다. 여당은 글로벌 e스포츠 대회 국내 개최 지원을 밝혔으며, 야당은 부산을 'e스포츠 성지'로 육성하기 위한 진흥재단 설립과 국제경기 유치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는 문화'인 e스포츠가 다양한 게임 산업의 발전으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3년 상반기 콘텐츠 동향'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게임산업 수출 규모는 34억4600만달러(약 4조6500억원)으로 전체 콘텐츠 수출액의 64%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한국이 자랑하는 음악(3억8780만 달러)의 약 9배, 방송(2억9398만 달러)와 비교해서 11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현재 국내 게임 시장은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닥쳐온 불황에 침체기를 넘어 '암흑기'에 빠졌다. 일명 '3N(넥슨, 엔씨, 넷마블)'이라 불리는 대형 게임사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전년 대비 영업익이 75% 감소했으며, 넷마블 역시 연간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전년 대비 절반이 넘는 하락폭을 기록했으며 위메이드, 웹젠, 데브시스터즈 등 중견·중소 게임사들도 실적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 중국을 비롯한 외산 게임들까지 영향력을 드높이고 있다. 중국 게임을 한국 게임과 비교하기 민망하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예전처럼 중국이 표절·양산형 게임을 생산한다는 것이 아닌, 국내 게임이 중국 게임과 비교해도 완성도가 크게 뒤쳐진다는 의미다.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의무화 등 규제까지 이어지고 있으니 그야말로 설상가상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이같은 상황을 초래한 데 국내 게임업계의 책임이 없다고만은 할 수 없다. 올해 넥슨은 온라인 PC게임 '메이플스토리' 내 아이템 획득 확률을 조작했다는 이유로 공정위로부터 역대 최대 규모 과징금을 부과받았으며, 지난달 말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화 이후에는 '라그나로크 온라인' 개발사 그라비티가 확률 허위 공개로 공정위 조사를 받고 있다.

이외에도 위메이드의 '나이트 크로우', 웹젠의 '뮤 아크엔젤' 등 주요 아이템의 확률 정보 오기재되는 사례가 잇따르자 국내 게임에 대한 이용자들의 신뢰가 크게 하락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와 국회에서도 게임 이용자 보호가 최우선 과제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산업 육성과 이용자 보호는 양립할 수 없는 문제가 아니다. 편법으로 소비자를 기만하고 공정한 시장 환경을 저해하는 행위에는 책임이 뒤따라야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묵묵히 게임을 만들고 노력하는 업계 종사자들이 있다. 이들이 우리나라 문화 콘텐츠 사업의 선봉에서 자리를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회의 도움이 뒷받침돼야 한다.

22대 총선의 사전투표가 시작됐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등 친(親) 게임 의원들은 공천을 받지 못하거나 지역구 경선에서 탈락했다. 노골적인 '게임 패싱'이 이어지고 있지만 게임 산업을 위해 목소리를 높여 줄 의원이 사라지진 않았다고 믿는다. 결과가 어떻든, 새롭게 꾸려지는 국회에서는 'K-게임'의 경쟁력을 드높일 다양한 정책적 지원이 나올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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