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배터리 엇갈린 사이클···삼성·SK, 시설투자로 활로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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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반도체 불황 끝나자 올해 배터리 '침체'
불황 속 시설투자 유지···"업턴 때 성과낼 것"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지난해 반도체 불황을 벗어나 올해 회복기에 접어들고 있지만, 올해 배터리 업계 불황기가 찾아오면서 이들 두 사업을 모두 주력으로 하는 삼성과 SK는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4일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반도체 업황개선에 따라 각각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5조29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1% 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SK하이닉스 역시 1조4741억원으로 흑자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D램 가격 회복에 이어 낸드플래시까지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반도체 실적이 빠르게 개선되는 분위기다. 여기에 AI반도체 수요가 늘어나고 PC, 모바일 재고가 줄어들면서 반도체 수요가 큰 폭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올 하반기 중 지난해부터 진행한 감산 정책을 올 하반기 중 종료하고 생산 정상화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117억달러로 2022년 3월 이후 2년만에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베트남과 홍콩 등 IT 수출 거점 지역에서도 반도체 수출을 중심으로 호조세를 보이며 실적 상승세를 견인했다. 

올해 들어 반도체 업황이 회복세에 접어들었지만, 배터리 업계는 전기차 수요 둔화 등 영향으로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특히 중국 CATL, BYD의 가성비 경쟁 영향으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배터리 점유율 1위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도 미국 IRA보조금을 제외하면 올해 1분기 사실상 적자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KB증권은 삼성SDI가 1분기 매출 5조1600억원, 영업이익 223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 41% 줄어든 수준이며 증권가 컨센서스보다 소폭 하회한 수치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EV용 중대형 배터리는 실적 선방이 예상된다. 비중국 배터리 제조업체들의 업황 부진이 이어지고 있으나, 삼성SDI의 용량 기준 판매량은 전분기 대비 5% 상승할 것으로 추정돼 업종 평균 대비 양호할 전망"이라며 "다만 래깅돼 반영된 리튬 가격 급락 영향이 ASP를 9% 낮출 것으로 추정돼 매출액은 전분기 대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SK온 역시 장기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안타증권은 올해 상반기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부문 영업손실이 7000억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 3일 일부 매체에서는 SK엔무브와 SK온을 합병한 뒤 2028년까지 상장을 추진할 것이라는 계획이 보도됐다.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은 "SK온의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반박했다. IB업계에서는 현재 모기업인 SK이노베이션과 그룹사가 SK온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지만, 수익성 악화가 장기화되면서 SK이노베이션의 기업가치 평가에도 장애가 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SK온은 페라리와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나서고 있으며 포드와 북미 배터리 공장 설립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배터리 업황이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적자 탈출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와 배터리의 사이클이 엇갈리면서 삼성과 SK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특히 두 사업 모두 대규모 시설투자가 요구되는 사업인 만큼 빠르게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업계에서는 투자 규모를 지속하면서 업턴에서 최대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올해 불황기에도 불구하고 시설투자 규모를 더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는 올해 시설투자에 대해 "지난해보다 투자 규모를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SK온 역시 배터리 생산시설 투자에 2조400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반도체 업계는 지난해 불황기에도 투자 규모를 유지한 만큼 올해 투자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시설투자에만 53조7000억원을 쏟아부었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사장은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장기적으로 균등한 투자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올해 시설투자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3일(현지시간) 미국 인디애나주에 5조2000억원 규모의 AI메모리용 반도체 어드밴스드 패키징 공장을 짓기로 했다. 이를 포함해 올해 총 10조원 가량의 설비투자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HBM에 대한 선제적인 투자로 지난해 AI반도체 시장의 강자로 떠오른 SK하이닉스는 주도권을 이어가기 위해 올해 시설투자를 전년 대비 50% 가량 늘린다는 계획이다. 

한편 정부에서는 반도체와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을 국가첨단전략산업으로 정하고 인센티브 제공과 인재양성, 기업 생태계 조성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정부는 반도체 수출을 2027년까지 1700억달러(약 229조원)으로 확대하고 배터리 글로벌 점유율 1위를 지키도록 돕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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