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총선 이후가 더 걱정 된다
[홍승희 칼럼] 총선 이후가 더 걱정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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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몇 년 전부터 조짐을 보여 왔지만 최근 들어서 한국의 사회·경제적 문제들이 점점 더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그나마 지금은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문제를 어떻게든 틀어막아 드러나는 것을 피하고 있지만 총선이 끝나고 나면 아예 막아놨던 둑이 터지며 수습하기 어려운 상황이 가속화될 불길한 예감을 피할 수 없다.

제조업은 세계시장에서 점차 경쟁력을 잃어가며 한국제품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올해 들어 2,67%까지 떨어졌다. 전체 산업의 75%를 차지하고 있는 수출주력 13대 품목의 시장점유율은 2017년 이전 수준으로 후퇴했고 그마저도 반도체를 제외한 12대 품목만 보면 아예 2011년 이전 수준까지 뒤로 밀렸다.

억지로 시장을 받치기 위해 가계부채 급증을 초래했던 부동산시장 역시 붕괴하며 자칫 가계파산과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양산할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이미 인구붕괴가 빠르게 진행되는 사회적 문제는 부동산문제를 기존의 방식대로 계속 이어갈 경우 더욱 심화되며 한국경제 전체를 더 큰 위험 속으로 밀어 넣을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제조업의 퇴조는 고소득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고 가뜩이나 높은 자영업 비중을 더 늘리겠지만 자영업조차 버텨내기 어려운 조건들이 늘어간다. 소득이 줄어든 가계는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으니 자영업의 폐업이 늘고 따라서 실직자의 수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지금 정부가 행하듯 법인 지원 위주의 금융정책은 좀비기업만 양산하며 국가경제를 회복 불가능한 늪으로 빠트릴 뿐이다. 그동안은 가계부채만 걱정했지만 이제는 기업부채 문제가 더 심각해진 상태다.

특히 부동산경기 침체로 건설업체들의 부실이 심해진 상태에서 부실화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다. 이들 건설업체의 연쇄부도를 막겠다고 금융지원으로 연명시키는 현재의 정책방향은 30년 전 일본이 실패한 길을 답습하는 매우 위험한 선택이다.

1가구 1주택이 자산의 전부이다시피 한 대다수 중산층들은 소득감소와 더불어 불안한 노후를 예비했다. 과거처럼 성장한 자식들이 부모를 부양하는 가족부조 시스템은 더 이상 가동될 수 없지만 변화된 사회에 적합한 사회시스템은 제대로 마련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1주택 가구가 받던 노령연금이 단지 집값이 올랐다는 이유로 취소되는 사례도 나타날 만큼 정부의 지원의지는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다. 지금은 자식이 부모를 부양하기는커녕 청년실업률이 높고 취업청년들의 경우도 저소득 서비스 직종 종사자 비중이 높다보니 성년이 된 자녀들이 오히려 부모의 보살핌을 받아야만 하는 현상이 더 늘어가고 있다.

제조업이든 서비스 자영업이든 일단 소비가 살아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 어떻게든 정부가 할 일은 국민 전반의 소비여력을 늘리는 데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

이는 단지 국민 복지를 위해서가 아니다. 그보다는 산업 전반의 견실한 발전을 위해서 절실하다. 지금처럼 소득은 줄고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서 부자들을 우선 지원하는 방식이 지속되면 전반적인 소비는 위축될 수밖에 없고 국가 경제 자체가 수렁에서 빠져나올 길은 영영 사라진다.

특히 지금 진행되는 속도로 봐서는 컴퓨터시대 다음 단계로 인공지능(AI) 시대가 코앞까지 다가왔다. 이 새로운 시대에는 당연히 기존의 일자리 상당수는 사라질 것이고 그에 대비한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할 경우 빈곤층으로 전락할 국민의 비중이 급격히 커지며 사회안전망은 붕괴될 것이다.

문제는 한국사회의 경제정책을 입안하는 관료들은 물론 소위 오피니언 리더라고 불리는 사회 엘리트들마저 사회적 변화에 대응할 인식이 토대조차 마련되지 못한 모양새다. 다른 나라, 다른 환경에서 몇 십 년 전 이용되다 폐기되는 낡은 이론의 틀 속에 스스로를 가두고 한국이라는 콘텍스트에 합당한 독자적 모델을 만들어낼 의지조차 갖추지 못한 채 새로운 발상은 배척하기 바쁘다.

박정희 정권의 경제성장은 적잖은 부작용을 낳기는 했지만 어찌됐든 한국적 경제모델을 스스로 만들어내 이룩한 성과였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물론 시대가 변했으니 새로운 모델 개발이 필수임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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