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앞이 안 보이는 젊은이들의 미래
[홍승희 칼럼] 앞이 안 보이는 젊은이들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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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 좋게 대기업에 취업한 젊은이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어렵사리 취업을 해도 간신히 최저임금을 넘어서는 수준의 낮은 급여를 받으며 당장 코앞의 생활에 주저앉아 내일을 꿈꾸지 못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그나마 안정적인 일자리도 흔치 않아 주변에서 보면 프로젝트 팀처럼 한 단위 사업이 끝나면 또 몇 달 쉬면서 실업급여에 기대 생활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견된다.

갈수록 대기업 취업문은 좁아지고 중소기업 이하 사업체들은 경영실적이 좋지 않아 꾸준한 인력을 운용하지 못하는 사례들도 흔히 보게 된다. 그나마 부모가 경제적으로 안정된 중산층의 경우는 결혼하지 않은 자식들과 함께 살며 먹여주고 재워줘서 불안정한 저임금 노동현실을 버티게 해준다.

그렇다고 대다수 중산층 부모라도 자식들에게 독립자금을 지원할 여유는 없다. 설사 독립자금을 지원할 수 있어도 미래가 불확실한 자식들이 쉽사리 부모의 집을 나설 엄두는 내지 못한다. 그 때문에 30대에 들어서서도 부모에게 생활을 의존하는 자식들이 늘면서 부모의 노후준비에도 차질이 빚어진다.

산업고도화가 이루어질수록 빈부격차는 갈수록 심해지고 현 정부 들어서는 정부의 정책도 부자감세 등으로 부의 편중을 더욱 부추기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고 사회보장은 계속 후퇴하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종합적인 사회운용 프로그램이 작동하지 못함으로 인해 문제가 터지면 대증요법으로 긴급처방만 남발하다보니 젊은 세대일수록 더 빚에 쪼들리는 삶으로 내몰린다.

특히 요즘은 집값 하락을 막기 위해 젊은이들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빚내서 집사기를 권유하며 더욱 더 빚의 늪으로 밀어 넣고 있다.

출산을 장려한다면서 오히려 대출을 늘리도록 독려한다. 당장 결혼 자체에 엄두를 못내는 젊은이들도 많지만 결혼을 해도 자녀를 양육할 여건이 되지 못한 삶의 환경에는 제대로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있다.

맞벌이를 하던 가정에서 아이가 태어나면 육아휴직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소수를 제외하고는 보통 엄마 쪽에서 직장을 포기하고 아이가 초등학교를 마칠 때까지 가사와 육아에 전념한다.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경우에도 어릴 때는 어떻게든 맞벌이를 유지하다가도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방과 후 시간을 감당할 수 없어 뒤늦게 직장생활을 접기도 한다.

이쯤 되면 당연히 생활은 궁핍해지고 가족구성원 간에 서로 예민해져 갈등이 커지는 일도 흔하다. 종종 갈등이 해소되지 못한채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일도 적지 않다.

결혼율, 출산율이 낮은 것 못지않게 이혼율 또한 높은 게 요즘 한국의 상황이고 그 원인의 큰 부분이 이런 상황에 떠밀려 갈등이 증폭된 끝에 맞이하게 되는 불행이다. 그런 주변 사례들을 보며 더더욱 출산을 기피하게 된다.

특히 사회적 성공만이 가치를 인정받는 현대사회에서 여성들은 특히 자신의 성취를 가로막는 출산, 육아를 회피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과거에 비하면 가사나 육아에 남편들의 참여가 늘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주 책임자는 여성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강하게 남아있어서 육아문제로 한쪽이 직장을 포기하는 경우 아빠보다는 엄마의 직장 포기 사례가 압도적으로 많다.

그렇다고 직장을 포기하고 전업주부로 전환한 경우 그 일에 대한 사회적 인정은 여전히 약하고 법적 보호도 미흡하다. 또 쪼들리는 생활에 혼자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남편 쪽에서도 그 짜증을 전업주부가 된 아내에게 풀어버리다 결국 갈등의 골이 깊어진다.

출산율을 높이지 않으면 한국사회 자체가 소멸할 것이라는 우려가 단순한 우려 수준을 넘어섰다. 전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빠른 출산율 저하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사회는 이 문제에 관해서 범국가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

한국사회가 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상당히 늦은 상태였다. 그런데 지금 이 문제에 대한 국가적 해법은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이 문제는 젊은이들의 소득향상과 더불어 직장생활이 가정생활에 파괴적인 사회환경을 바꾸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육아는 개별 가정의 문제를 벗어나 국가의 미래 문제라는 정책적 이해가 선행돼 종합적인 지원정책이 펼쳐져야 한다.

젊은이들이 앞길이 깜깜하다고 느낄 때 국가의 미래 또한 깜깜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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