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깊은 전략성·영웅별 콘셉트 명확···TCG '플레시 앤드 블러드' 국내 안착할까
[체험기] 깊은 전략성·영웅별 콘셉트 명확···TCG '플레시 앤드 블러드' 국내 안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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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공격 카드로 상대 영웅에 표시된 체력 모두 깎아내
영문 출시 등 신규 유입 걸림돌 우려...가격도 제한요소
브레이크앤컴퍼니 관계자가 지난 3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행사장에서 '플레시 앤 블러드' 게임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이도경 기자)
브레이크앤컴퍼니 관계자가 지난 3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행사장에서 '플레시 앤드 블러드' 게임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이도경 기자)

[서울파이낸스 이도경 기자] 최근 이용해본 뉴질랜드 게임 회사 레전더리 스토리 스튜디오(LSS)의 '플레시 앤드 블러드(Flesh and Blood)'는 영웅별 콘셉트가 명확한 등 장점에도 불구하고 영문 출시 등 몇가지 제약점이 있었다. 

글로벌 흥행을 이어오고 있는 LSS사의 트레이딩 카드 게임(TCG) '플레시 앤드 블러드(Flesh and Blood)'가 국내 정식 출시됐다.

플레시 앤드 블러드는 지난 2019년 출시 후 연간 약 5000만~7500만 달러(약 660억원~1000억원) 매출액을 거두며 포켓몬 카드게임·유희왕·매직 더 개더링 등과 같이 글로벌 대표 TCG로 자리잡았다. '피엔달의 심장(Heart of Fyendal)'과 같은 고성능의 카드는 플레이어들로부터 약 300달러 이상의 가격에 거래되고 있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브레이크앤컴퍼니가 공식 배급 파트너로 참여한다. 

LSS와 브레이크앤컴퍼니는 플레시 앤드 블러드의 한국 시장 진출을 기념해 서울과 부산에서 '셀레브레이션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 2일과 3일에는 서울 강남구 토너먼트 센터와 서울 마포구 롤링다이스에서 행사가 진행됐으며, 오는 10일에는 부산 더 락에서 다양한 상품이 걸린 이벤트와 토너먼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3일 서울 롤링다이스에서 진행된 행사 현장에는 게임을 배우고 즐기기 위해 모인 50명의 참가자들로 북적였다. 하스스톤 해설자이자 스트리머인 '기무기훈' 등 유명 인플루언서들도 현장에 참가해 게임 규칙에 대한 설명을 들었으며, 제임스 화이트 LSS CEO(대표이사)가 직접 행사장에 방문해 게임을 재미있게 즐겨달라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플레시 앤 블러드 게임 세팅 (사진=이도경 기자)
플레시 앤드 블러드 게임 세팅 (사진=이도경 기자)

플레시 앤드 블러드는 한 장의 영웅 카드와 장비(한손·양손 무기, 머리, 상의, 갑옷, 신발) 카드와 40장(Blitz) 혹은 60장(Classic Construct)의 덱을 두고 시작한다. 게임의 목적은 장비와 공격 카드를 통해 상대 영웅에 표시된 체력을 모두 깎아내는 것으로, 하스스톤 등 일반적인 카드 게임과 유사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플레이어는 선공과 후공을 정한 후 영웅에 표시된 지능(약 4장) 수치만큼의 카드를 뽑으며, 카드를 사용한 후 각자의 턴이 종료될 때 해당 수치와 같은 숫자가 되도록 다시 카드를 뽑을 수 있다. 

카드에는 이 카드를 버리는 것(피치)으로 얻을 수 있는 자원의 양과 카드를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의 양이 표시돼 있다. 적색 카드는 1개, 황색 카드는 2개, 청색 카드는 3개의 행동 자원을 각각 얻을 수 있으며 같은 이름의 카드라도 얻을 수 있는 자원의 양이 적을 수록 카드 자체의 효율이 높아지는 구조다. 필요 없는 카드를 피치해 자원을 얻은 후 그 자원으로 기본 무기나 공격 카드를 사용해 상대의 체력을 깎아내면 된다. 

방어자는 패를 소모하거나 장비 카드를 통해 표시된 방어력만큼 공격을 방어할 수 있다. 만일 공격카드에 '이어가기(Go again)' 효과가 붙어있을 경우에는 공격자가 추가로 공격이 가능하다. 턴이 종료된 후에는 무기고(Asnal)에 카드를 최대 한 장까지 저장할 수 있으며, 정해진 양 만큼의 카드를 뽑고 공격과 수비를 전환한다. 무기고에 저장된 카드는 손에 있는 것처럼 사용할 수 있으나 방어와 피치로는 사용할 수 없다.

영웅 카드 '프리즘(Prizm)'과 공격 카드들. 같은 이름의 공격카드라도 얻을 수 있는 자원의 양에 따라 효율이 달라진다. (사진=이도경 기자)
영웅 카드 '프리즘(Prizm)'과 공격 카드들. 같은 이름의 공격카드라도 얻을 수 있는 자원의 양에 따라 효율이 달라진다. (사진=이도경 기자)

게임을 직접 체험해보니 공격과 수비를 주고받는 단순한 형식임에도 심도 깊은 전략성을 찾아볼 수 있었다. 손에 쥔 공격카드들이 저마다 연계된 효과를 가지고 있어 카드를 어떤 순서로 낼 지, 자원 확보를 위해 어떤 카드를 버려야 할 지 고민하는 맛이 일품이었다. 또 턴 시작 단계에서는 카드를 뽑을 수 없기 때문에 상대 공격에 어떤 카드로 방어를 해야 돌아오는 공격 단계에서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지 계산하는 데도 많은 머리를 써야 했다. 

다양한 영웅 카드들도 게임에 매력을 더했다. 기본 제품만 해도 20종이 넘는 영웅이 저마다 개성있는 효과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이를 어떻게 활용하는 지가 게임의 승패에 큰 영향을 미쳤다.

예를 들어 기자가 체험한 '카사이(Kassai)'는 이번 턴에 추가 카드를 뽑을 경우 기본 무기의 자원 소모량을 없애는 효과를 가지고 있는데, 무덤의 자원을 소모하는 것으로 자원 2개를 소모해 추가 카드를 뽑을 수 있는 '골드' 토큰을 만들 수도 있다. 다만 카드를 뽑는 데 적지 않은 자원이 드는 만큼 추가 카드를 뽑은 턴에 최대한 폭발적인 데미지를 누적하는 것이 중요한 전략 중 하나다.

이외에도 △매 턴 두 번째 공격의 공격력을 강화하고 각종 공격 카드를 연타하는 '아이라(Ira)'  △이번 공격이 데미지를 입힐 수 있을 지 상대와 내기하고 극단적인 한 방으로 일방적 이득을 얻는 '벳시(Betsy)' △카드를 손에서 버릴 경우 턴 종료까지 상대 손에서도 카드 한 장을 지워 가드를 뚫는 '라이나르(Rhinar)' 등 영웅별 콘셉트가 명확해 매 새로운 게임 경험을 얻을 수 있었다.

기계공 영웅 '대쉬(Dash)'는 공식 대회에서 81번의 성적을 더 내면 '명예의 전당'에 올라 더 이상 이용할 수 없게 된다. (사진=FaBrary)
기계공 영웅 '대시(Dash)'는 공식 대회에서 81번의 성적을 더 내면 '명예의 전당'에 올라 더 이상 이용할 수 없게 된다. (사진=FaBrary)

제공되는 영웅의 수가 많은 만큼 영웅 간 밸런스가 매우 중요한데, 플레시 앤드 블러드는 공식 대회에서 일정 승 수(500~1000회) 이상을 기록한 영웅을 더 이상 플레이할 수 없게 하는 '명예의 전당' 시스템을 통해 이를 해소하는 모습이다. 

포켓몬 카드게임이나 매직 더 개더링 등 기존 TCG의 경우 게임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파워 인플레이션을 방지하고 유기적인 게임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사용 가능한 카드의 범위를 발매 시기별로 조정하는 '로테이션' 제도를 활용하는데, 플레이 앤드 블러드는 이를 변형해 영웅 별로 조정한 것이다. 

이용자는 홈페이지를 통해 영웅 별 누적 승수를 확인하고 금지 시기를 계산할 수 있으며, 이용 중인 영웅이 명예의 전당에 오를 경우 가지고 있던 카드를 유사 직업군(가디언, 워리어, 궁수, 암살자, 기계공, 환영술사 등) 영웅에 활용해 게임을 계속 할 수 있다. 만일 기존 영웅을 계속 사용하고 싶다면 명예의 전당에 오른 영웅들끼리 대결하는 '리빙 레전드(Living Legend)' 포맷을 이용할 수도 있다. 

종합적으로 플레시 앤드 블러드의 게임성은 글로벌 흥행작이라는 명성에 맞게 매우 훌륭했다. 다만 국내 시장에서도 흥행을 장담하기에는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한 높은 초기 비용과 한국어 지원 없이 영문 출시된 점 등이 신규 유입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점이 우려로 남는다.

고성능 범용카드 'Command and Conquer' 이미지. 일반 가격 108.42달러, 높은 희귀도의 포일 카드는 999달러(약 133만원)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사진=TCGplayer)
고성능 범용카드 'Command and Conquer' 이미지. 일반 가격 108.42달러, 높은 희귀도의 포일 카드는 999달러(약 133만원)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사진=TCGplayer)

기본 제품은 1만8000원으로 크게 부담스럽지 않지만, 플레시 앤드 블러드 정보 제공 사이트 'FaBrary'에 따르면 대회에 사용되는 높은 성능의 덱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평균 약 300~800달러(한화 약 40만~100만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덱에 3장 씩 투입하고 보는 고성능 범용카드 '커맨드 앤 퀀커(Command and Conquer)'의 경우 카드 거래 사이트 TCGplayer 기준 108달러(약 14만4000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그마저도 매물을 찾을 수 없는 카드들이 많다. 국내에서는 아직 싱글 카드를 구매할 수 있는 시장이 없기 때문에 해외에서 카드를 직구입해야 하며, 부스터팩을 뜯어서 카드를 얻기에도 팩당 가격이 6500원으로 적지 않은 편이다.

깊게 파고 들 의지만 있다면 게임성에 대해서는 흠잡을 게 없지만 최근 보다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는 데브시스터즈의 신작 '쿠키런: 브레이버스'가 빠르게 시장에 안착하고 있고, '원피스 카드게임'이나 '드래곤볼 카드게임' 등 경쟁 작품도 잇따라 국내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접근성이 부족하다는 점은 아쉬울 따름이다. 다만 약간의 영어가 가능하고, 큰 욕심 없이 기본 블리츠덱만으로 캐주얼하게 게임을 이용하고자하는 게이머라면 가벼운 마음으로도 충분히 새롭고 즐거운 경험이 가능해보인다.

서울에서 카드숍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신규 이용자 유입을 위하 발매 후 한동안은 기본 블리츠덱만으로 이벤트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기본 블리츠 덱에서도 명예의 전당에 올라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는 덱들이 있는데, 해당 기간 동안은 금지 유무와 관계 없이 이용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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