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반도체 개발, 젊은 엔지니어가 성장해야
[전문가 기고] 반도체 개발, 젊은 엔지니어가 성장해야
  • 정명수 카이스트 교수(파네시아 CEO)
  • mj@panmnesia.com
  • 승인 2024.02.22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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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와 회사 대표가 공통적으로 겪는 일이라면 졸업한 또는 졸업을 앞둔 학생들을 만나고 면담하는 것이다. 서는 곳이 바뀌면 보이는 풍경이 바뀔 수 있다 했던가. 카이스트 교수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학생과 만나 면담을 했지만, 파네시아 대표로 일하면서 입사 면접에서 만나는 학생을 대하는 건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있었다.

졸업 후 첫 경제생활을 시작 해야 하는 면접자들은 복잡한 양가의 감정을 추스르며 대표와 면접을 본다. 다수의 면접자들은 본인의 가치를 높이는 한편, 그에 해당하는 자신감을 채우기에는 반도체 관련 경력에 대한 부족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연구실을 진학하는 경우는 배움과 성장 그 자체에 큰 의의를 둬, 같은 형태라도 본인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든가 또는 본인의 반도체 경험의 부족으로 서로 간의 이야기가 어색해지지 않는다.

하지만 입사는 기본적으로 본인의 가치를 연봉과 돈으로 어느정도 빗대어 생각할 수밖에 없으며 그 가치에 본인의 반도체 경력 부재가 가져다 주는 일종의 불편한 현실을 인지하는 과정은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쯤에서 나에게도 고민은 생겼다. 나의 제자는 아니었음에도 학부 생활동안 독립심을 키우며 배움을 최우선으로 했던 학생들이 가지는 각 본인의 어려움을 교수로서 이해하면서도, 한 회사의 대표로서 회사의 반도체 설계/개발 영역의 경력 부재를 인지하는 것이다. 학생과 나의 처지를 조금만 깊게 생각 해보면 각각 서로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다양한 하드웨어 기간기술(IP)들과 시스템-온-칩(SoC, 반도체 장치)을 설계하고 구현하는 것은 그 자체로 중요한 일이지만 졸업생은 둘째로 치고 대부분의 젊은 경력 엔지니어들(2~4년차)도 실제로 경험해보기 쉽지 않은 일이다.

이유는 반도체 구현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모든 것이 돈과 시간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시스템-온-칩에 들어가는 설계/구현한 뒤에, 실제로 반도체 실리콘을 위한 다수의 입출력 및 백앤드(Back-end)공정들에 많은 시간과 인력, 그리고 돈이 들어간다. 우여곡절 끝에 이를 웨이퍼 최신공정에 올렸더라도 처음 설계/개발의 결과가 만약 동작하지 않으면 결과 웨이퍼는 그냥 벽돌(실리콘은 모래로 만들어진다)과 다르지 않다.

상황은 조금씩 다르지만 인건비를 제외하고 한 번의 실리콘에 수백억원 이상이 투입되고, 실패 한다고 해도 그 소요시간은 백앤드 공정 및 팹 리드시간, 그리고 칩 테스트 시간을 포함해 1~2년 이상은 족히 들어가게 된다.

아무리 대형 회사라고 하더라도 자칫 회사의 존폐가 결정될 수 있는 이 과정에 들어가는 엔지니어를 경험 부족 또는 단절에 있는 신입들을 참여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젊은 엔지니어 입장에서 이러한 환경은 이어지는 경험의 부족과 또다른 경력 단절을 가져올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이에 "기존의 경력자들은 어떻게 현재 이르기까지의 반도체 개발 경험을 할 수 있었나?"에 대한 자문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과거에는 하드웨어 블록들이 지금처럼 복잡하지 않았고 실리콘 공정이 지금처럼 덜 고도화돼 리스크가 조금 적었다고 할 수 있었나.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렸다. 기존 경력자들은 이제 시작하는 현재 젊은 엔지니어들보다 기회 자체가 많았다는 생각이 든다. 반도체/실리콘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입장에서 회사는 리스크를 부담할 수밖에 없었으며, 경험자가 없으니 다수의 사람들이 비슷한 수준에서 시작할 수 있었다. 즉, 과거 젊은 엔지니어에게는 대부분에게 주어지는 기회라는 것이 존재했고 현재 개발자가 과거를 스스로 돌이켜 생각해볼 때 낭만으로 치부할 수 있는 시간들이 존재했다. 내가 만나는 현 시대를 사는 젊은 엔지니어들과 졸업생들은 고도화된 실리콘 공정과 고경력을 요구하는 반도체 코어 개발에 본인들이 발을 들여놓을 수 있는 기회가 기성 경력자들의 젊은 시절과 달리 매우 적다.

하나의 시스템-온-칩 실현에 긴 시간과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경력/경험에 대한 단절과 기회 희소성의 악순환을 끊어내고 젊은 엔지니어가 성장하도록 응원하는 것이 회사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서 중요한 일이다. 최소한 나와 파네시아의 엔지니어들은 그렇게 믿고 있다. 지금의 고경력자들이 과거 젊은 엔지니어일 때 그 기회와 낭만이 없었다면 지금의 반도체/실리콘 생태계가 존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또한 다양한 젊은 엔지니어가 같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제시할 수 없다면 분명 지금처럼 다수의 반도체회사와 팹리스업체들이 조명을 받고 성장을 꾀하는 것은 한 낯 신기루에 그쳐버리지 않을까.

파네시아에서는 반도체 산업계의 중심에서 젊은 엔지니어를 위한 환경을 구축하는데 일조하고 그들과 같이 성장하고 싶다. 작년에만 하더라도 '세계 최고의 차세대 데이터센터 CXL 기술 개발', '독자적 CXL 솔루션으로 해외 유수 하이퍼스케일러의 협업 제의', '230억원 규모의 반도체 사업 자금 확보', 'CES 혁신상 수상에 CXL 기반 AI 가속기' 모두, 파네시아의 젊은 엔지니어들과 함께 이루어 낸 결실이다. 올해는 갑진년에 다양한 곳에서 젊은 엔지니어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실리콘 경력의 기회들이 많이 생기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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