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더 가난해지는 미래를 막을 길
[홍승희 칼럼] 더 가난해지는 미래를 막을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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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해 경제성적표는 최악이었다. 한국전쟁 이후 이제껏 가처분소득이 줄어든 사례는 2023년이 최초였다.

2020년 수준으로 후퇴했다. 외환위기, 금융위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에도 가처분소득은 줄어들지 않았으나 작년 한해 동안은 우리 국민 모두가 더 가난해졌다는 얘기다.

국세 수입은 51조9000억원이 감소하며 재정에 구멍이 뚫렸다. 1998년 외환위기 때도 국세수입 감소액은 2조2000억원에 그쳤다. 2009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도 2조8000억원 감소했을 뿐이고 전세계가 중병을 앓았던 2020년 팬데믹 때도 7조9000억원 감소로 전세계에서 우수한 방어능력을 보였던 대한민국이었다.

그런 대한민국이 특별한 대외적 변수도 없었고 별다른 재앙을 겪은 것도 아닌 지난 한해 유례없는 국세수입 감소를 경험했다. 정부는 세계적인 경기침체를 변명거리로 내놓지만 왜 유독 한국만 세수의 전례없는 대규모 감소사태가 발생한 이유를 설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의 주장대로 미·중 무역분쟁의 격화나 우크라이나전쟁 등이 세계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은 맞지만 그 어느 나라도 한국과 같은 빠른 후퇴를 겪지는 않았다. 당장 중국과의 분쟁을 촉발한 미국조차 대중국 수출이 한국만큼 큰 폭으로 감소하지 않았다.

중국으로부터 값싼 생필품을 주로 수입하며 무역적자를 지속하던 미국 입장에서는 오히려 대중 무역적자가 감소하는 효과도 얻었다. 물론 그로 인해 물가가 가라앉지 않아 지속적인 금리인상을 하며 전세계를 힘들게 했지만 큰 틀에서 경제적 손실을 크게 겪지 않았다.

이는 유럽이나 일본 등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처럼 세수가 감소하는 정도의 고통을 겪은 나라는 없었다.

세수 감소는 기업의 생산활동이 줄어들고 소비위축이 심해도 웬만해서는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은 정부가 앞장서서 세수감소를 일으킨 것이나 진배없는 정책을 전방위적으로 펼쳤고 그 결과 유례없는 대규모 국세수입 감소를 기록했다.

그로 인해 국가부채 규모는 엄청나게 늘었고 국가의 미래핵심 전력의 토대가 될 부문의 예산은 대폭적으로 삭감돼 미래 동력을 꺼트릴 위기를 초래했다. 반면 부산엑스포 유치실패의 사례처럼 소득 없는 지출은 커지면서 이번 정부가 집권초기부터 내걸었던 건전재정의 기치가 무색해졌다.

국세수입의 60~70%를 감당해야 할 법인세는 2.8%p 감소한 반면 봉급생활자들의 생활안정 나아가 사회적 안정을 지지해야 할 근로소득세는 2.7%p 늘었다. 법인세뿐만 아니라 부자들의 세금규모가 클 수밖에 없는 부동산을 포함한 자산소득에서의 세금징수가 대폭 줄어들고 그 부분을 근로소득세로 대체하는 방식을 택했지만 규모 자체의 차이 때문에 결국 세수의 구멍을 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수출시장 확대에 사활을 걸어야 할 한국은 적대국을 최소화하는데 외교적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현 정부들어 한국은 최대 시장이었던 중국과의 적대를 대놓고 선언했고 새로운 사업파트너로 성장하던 러시아와도 척을 지는 무모한 행동을 택했다.

그 어떤 나라도 이렇게 극단적으로 등 돌리는 외교를 편 나라는 없다. 한국만이 유일하게 외교적 수사도 없이 상대국들에게 직격탄을 쏟아 붓는 선택을 했고 그 결과는 무역수지를 심각하게 감소시켰고 기업의 생산력에 타격을 가했다.

가처분소득의 감소는 필연적으로 자영업의 몰락으로 이어진다. 유독 자영업의 비중이 큰 한국에서 특히 노후준비가 미흡하고 사회보장은 부족한 한국에서 자영업으로 은퇴 후를 대비하던 이들이 치명적 타격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경기가 후퇴하면 가장 낮은 계층부터 생존의 위기로 내몰린다. 그런 와중에 의료비의 비중은 점차 커져가고 가난의 대물림은 더욱 견고해지는 사회분화현상이 심화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부는 왜 필요한가. 시장의 균형이 깨지며 사회적 안정이 흔들리면 시장 그 자체도 파괴될 수 있지만 시장은 탐욕스러운 자본의 속성상 그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런 파괴적 상황을 예방하고 대비할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

그걸 위해 세금을 내는 것이다. 소비하는 국민, 노동하는 국민을 기업과 대등한 위치에서 협상하도록 만들어야 하는 정부의 역할은 결과적으로 시장을 유지 발전시키는 일이라는 얘기다.

백성의 고혈을 짜내며 지배층은 호의호식하는 폭군의 시대는 왕조의 몰락을 불렀던 게 역사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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