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명운을 가르는 지도자의 능력
[홍승희 칼럼] 명운을 가르는 지도자의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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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아시안게임에서 4강 탈락한 한국대표팀의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비판이 작금의 정치상황과 비교되는 말들을 많이 듣는다. 역대 최강 라인업을 자랑하던 한국팀에게 거는 기대가 컸기에 뚜렷한 전략이 보이지 않고 유명 선수들을 거의 혹사하도록 내몰기만 한 감독에 대한 비판은 축구를 잘 모르는 일개 시청자의 눈에도 이상해 보이기는 했다.

네티즌들은 전략 없이 그저 선수들의 개인 기량에만 의존한다며 '해줘'축구라고 비아냥댄다. 아무리 유능한 선수들을 모아놓고 또 선수들의 호흡이 좋아도 사령탑인 감독이 적시에 적재적소로 선수들을 기용할 줄 모르면 결코 승리할 수 없다는 교훈을 선수들은 물론 전세계 축구팬들에게도 확실히 각인시킨 시합이었기에 혼란한 현실정치와 비교된다.

손흥민이나 이강인 같이 그야말로 혼신을 다해 뛴 선수들은 혹여라도 시합 도중 실수한 선수들에게 비난이 몰릴까를 몹시 걱정하며 그들에게 비난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분노한 대부분의 팬들은 실수를 한 선수들이 아니라 감독의 무책임을 더 강하게 질타한다.

축구에 대해 잘 모르기에 클린스만 감독이 선수생활은 제대로 한 사람인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잇단 연장전으로 지치고도 제대로 회복할 시간도 없이 다음 경기에 뛰는 선수들에 대해 배려할 줄 모르는 감독을 보면 선수생활을 했더라도 그라운드에 많이 서보지는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선수들의 체력적 한계를 고려할 줄 모른다는 것은 그 자신이 한계까지 뛰어본 적이 없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물론 자신의 경험이 부족해도 객관적 데이터를 충실히 파악했다면 그런 무리수를 둘 것 같지는 않지만 만약 경험도 연구도 부족하다면 상식에 반하는 결정을 할 위험성이 생긴다.

대통령의 자리는 주변에 자문을 해 줄 숱한 인력이 포진하게 된다. 그들은 저마다의 편견과 아집에 싸여 있을 수도 있고 지나친 이상주의적 고집을 가질 수도 있으며 또한 사적 이익을 자문을 가장해 슬그머니 밀어 넣기도 하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한 나라의 역사를 짊어진 대통령은 개인적 취향에 맞추기보다는 다채로운 색깔과 지식, 경륜을 가진 인물들의 두루 주변에 배치하고 다양한 의견들을 들을 틀을 갖춰야 한다. 이는 스스로의 정치적 성공을 위한 대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종적 결정은 대통령 스스로 내려야 할 일들이 있고 그 역사적 책임 또한 대통령이 진다. 그런 만큼 공식, 비공식 보고나 충고, 제언들의 핵심을 파악할 역량 또한 대통령이 스스로 갖춰야만 한다.

그런 점에서 종종 현실과 동떨어진 숫자를 들고 나와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대통령의 말과 행동은 매우 우려스럽다. 대통령이 지원하겠다고 말하는 부문의 예산이 다른 어느 분야보다 대폭 삭감되는 황당한 일은 그 과정이 어떻든 대통령이 스스로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깎아내는 일이다.

특히 그게 국가의 백년지대계라 할 교육이나 미래 먹거리와도 밀접한 과학기술분야 예산의 대폭적 삭감 같은 일이라면 그 심각성은 굳이 지적할 필요도 없다. 미국 NASA에서 유인 달탐사를 위한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한 대한민국 정부에 2호선 탑재체를 싣는 비용 70억원을 요구했으나 예산부족을 이유로 거절했다는 최근 소식에는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이 프로젝트의 불참은 향후 달 개척시 한국의 지분을 포기하겠다는 뜻으로 읽혀 더욱 당황스럽다. 혹시 이 프로젝트 참여가 일본의 반대를 꺾고 전임정부의 노력으로 실현된 일이어서 전 정부 실적지우기 용으로 불참하겠다는 것은 아닌가 의심이 들기도 한다. 이것이야말로 대통령과 그의 정부가 정말 아마추어라고 실토하는 일이 될 것이다.

정치에 대해서는 적어도 대한민국 대다수 국민이 전문가 연한다. 이는 올바른 민주주의의 모습이지만 그러나 옆에서 훈수 두는 것과 정치인으로서 실전에서 뛰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라는 게 잠깐이나마 정치판을 경험한 이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다.

그렇기에 정치인으로서도 성장의 단계가 있고 성장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다른 부문에서의 높은 지명도만으로 그런 성장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느닷없이 결정과 결단의 책임이 큰 자리에 선택되면 필연적으로 숱한 오류를 낳는다. 그리고 그 파장은 종종 역사의 후퇴를 가져오기도 함을 세계 정치사에서 종종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지혜로운 국민만이 만들어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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