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美·유럽 간 성장격차 장기화 가능성···재정정책·고령화 등 영향"
한은 "美·유럽 간 성장격차 장기화 가능성···재정정책·고령화 등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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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미국과 유럽의 성장세 차별화 배경 및 시사점' 발표
에너지·교역부진 등도 영향···"향후 성장격차 지속될 수도"
미국 뉴욕주의 맨해튼 도심 (사진=픽사베이)
미국 뉴욕주의 맨해튼 도심 (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미국과 유럽간 성장격차가 심화된 배경에 재정정책과 무역개방도, 그리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가격 충격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생산성과 고령화 등 구조적 여건이 바뀌지 않는다면, 양 지역간 성장률 격차가 장기적으로도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일 한국은행 조사국 미국유럽경제팀은 '미국과 유럽의 성장세 차별화 배경 및 시사점 : BOK 이슈노트'를 통해 이 같이 진단했다.

지난해 양 지역간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보면 미국의 경우 2.5%, 유로존 지역은 0.5%로, 2%포인트(p)나 벌어졌다.

작년 4분기만 놓고 보면, 미국의 경우 전분기 대비 3.3% 성장하며 시장 예상치(2%)를 크게 웃돌았다. 반면 유로존의 성장률은 0%에 그쳤으며, 3분기에는 마이너스 성장(-0.1%)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은 미국유럽경제팀은 이 같은 성장격차의 배경으로 △재정정책 △에너지가격 충격 △교역부진 영향 등을 꼽았다.

먼저 미국의 경우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소비증가세로 이어지면서 양호한 회복세를 보인 반면, 유로지역은 가계에 대한 재정지원 규모가 미국의 절반 정도에 그쳐 소비여력이 제한됐다고 분석했다.

러·우전쟁으로인한 에너지 가격 급등 영향도 차이를 보였다. 유로지역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2021년 기준 55.5%)가 미국(2022년 기준 -5.9%, 순수출)에 비해 높은데다, 겨울철 수급차질 우려가 심화되면서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이에 기업 수익성이 악화되고, 소비자물가도 미국보다 더 크게 상승하면서 실질 구매력이 저하된 것으로 보인다.

무역개방도가 높은 유로지역의 특성상 수출 감소로 인한 경기둔화 효과가 미국에 비해 더 크게 나타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 지난해 미국의 수출은 2.7% 가량 증가한 반면, 유로지역의 수출은 작년 1~3분기 기준 0.3% 하락했다.

문제는 장기적 시계열로 볼 때다. 미국유럽경제팀은 해당 요인들이 점차 사라지면서 성장률 격차가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차별화된 성장을 지속시키는 생산성과 노동력 차이 등 구조적 요인이 상존한다고 지적했다.

먼저 미국의 경우 벤처캐피탈 등 자본시장을 바탕으로 혁신적 유니콘 기업이 탄생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 이에 AI(인공지능)이나 자율주행 같은 첨단부문에서 세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이민자들의 지식전파 등을 통해 생산성이 향상되고 있다.

반면 유로지역은 관광업과 전통 제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첨단산업에 대한 정책적 육성 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유인된 이민자들 역시 저숙련 인력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유로지역의 빠른 고령화도 추세적 성장격차를 심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실제 2010~2019년 중 유로지역의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연평균 0.1%씩 감소한 반면, 미국은 0.5%씩 증가했다.

특히 UN 세계인구전망(2022년)에 따르면 앞으로도 이 같은 고령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향후에도 인구구조에 따른 성장격차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종합하면 미국의 성장세가 다소 약화되고, 유로지역은 부진이 완화되면서 양 지역간 성장률 격차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구조적 여건들이 바뀌지 않는다면, 일정 이상의 성장률 격차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민수 미국유럽경제팀 과장은 "우리나라도 고령화라는 노동투입 측면과 첨단산업을 둘러싼 공급망 재편이라는 생산성 측면의 도전을 공통적으로 겪고 있다. 실효성 있는 대응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예컨대 적극적 이민정책과 저출산 정책을 병행해 노동력 감소세를 완화하는 한편, 신성장 산업에서 혁신기업이 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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