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가전' LG전자, AI·배터리·전장 '새 성장동력' 장착···수익성 개선 '숙제'
[초점] '가전' LG전자, AI·배터리·전장 '새 성장동력' 장착···수익성 개선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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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철수 후 사업 경쟁력 강화···가전·TV, 치열해진 시장서 활로 모색
전장, 출범 10년만에 매출 10조 달성···전기차 충전·로봇 기대감 커진 B2B
매출은 3년째 사상 최고치, 영업이익은 감소···마케팅 비용·설비 투자 '부담'
LG 트윈타워 전경 (사진=LG전자)
LG 트윈타워 전경 (사진=LG전자)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가전은 LG'라는 말은 매우 익숙하다. 특히 혼수를 준비하는 신혼부부나 새로 가전제품을 바꾸려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LG전자의 가전제품은 높은 신뢰도를 보장한다. 

그러나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기업은 오래 살아남기 위해 변화하는 세상에 맞춰갈 새로운 사업을 요구받고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기업들은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다. LG전자도 예외는 아니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나선 많은 기업들 중 LG전자가 유난히 주목받는 이유는 그들의 변화가 꽤 드라마틱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업영역을 우직하게 파고 들어서 기어이 성과를 내고, 그 성과가 기업의 체질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모범적이면서도 이루기 힘든 일이다. '가전은 LG'라는 말은 여전히 통한다. 

그러나 이제 '가전은 LG'라는 말은 LG전자를 온전히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LG전자에는 가전말고 다른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구광모 ㈜LG 대표가 지난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를 방문해 미래형 커넥티드카 내부에 설치된 의류관리기의 고객편의성 디자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LG그룹)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서울 서초구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에서 미래형 커넥티드카 내부에 설치된 의류관리기의 고객편의성 디자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LG)

◇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5년···LG전자도 바뀌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2018년 구본무 선대회장의 갑작스런 별세로 젊은 나이에 회장직에 오르게 됐다. 구광모 회장은 취임 이후 AI와 배터리, 전장사업 등 신사업을 중심으로 주요 계열사의 체질개선을 꾀했다. 여기에는 LG전자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미 2013년부터 LG전자의 신사업으로 등장한 VS사업본부는 구 회장의 취임 이후 더 탄력을 받았다. LG전자는 오스트리아 전장기업 ZKW를 포함해 2020년 캐나다 파워트레인 기업 마그나의 지분을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다. 

그 결과 지난해 전기차 시장의 급성장에 힘입어 VS사업본부도 회사 내 주력 사업영역으로 자리잡았다. 전장 사업은 출범 10년 만에 연매출 10조원을 넘기며 주력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부터는 생산사업장의 평균가동률이 100%를 넘겼으며 회사 내 매출 비중도 12%까지 확대됐다. 

올해부터는 외형 성장에 더불어 모빌리티 트렌드인 SDV(Software Defined Vehicle) 역량에도 총력을 기울인다. 가전과 IT서 쌓아 온 차별화 기술을 기반으로 차량 내 경험을 고도화하고 전기차부품과 램프를 포함한 전 사업의 효율화와 시너지를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전장 사업과 함께 B2B 사업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B2B 사업은 당장 큰 실적이 나지는 않지만, 먼 미래를 내다보고 투자하는 사업영역인 만큼 LG전자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신기술들을 소개하고 있다. 

기존 주력 상품인 디지털 사이니지를 포함해 로봇 제품과 솔루션 보급도 확대하고 있으며 전기차 시장의 성장과 함께 전기차 충전 사업도 새로운 먹거리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전기차 충전은 최근 미국 내 북극 한파로 배터리 효율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전기차 충전 수요도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업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다만 최근 국내 건설경기 침체로 빌트인 가전과 시스템 에어컨 사업은 다소 침체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미국과 유럽 등 해외 가전 박람회에 지속적으로 자사의 공조 시스템을 소개하며 글로벌 비즈니스 파트너를 확보하고 있다. 최근에는 스페인 HVAC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현지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이 밖에 지난해에는 모듈러 주택인 'LG 스마트코티지'를 선보이기도 했다. 'LG 스마트코티지'는 세컨드 하우스 개념으로 쓸 수 있는 소형 모듈러 주택으로 LG 오브제 가전과 에너지 저감기술을 적용했다. 

LG전자가 'CES 2024'에서 처음 공개한 투명 OLED TV 'LG 시그니처 올레드 T' 모습. (사진=LG전자)
LG전자가 'CES 2024'에서 처음 공개한 투명 OLED TV 'LG 시그니처 올레드 T' 모습. (사진=LG전자)

◇ 가전·TV, 스마트폰 철수 후 경쟁력 강화···치열해진 시장 상황

LG전자 B2C 사업은 과거 주력사업이면서 구 회장 취임 이후 가장 크게 변화된 영역이기도 하다. 특히 2020년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한 결정은 LG전자의 실적 상승세를 가로막던 족쇄를 푼 인상을 주기도 한다. 2021년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손을 떼기 전까지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는 6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를 면치 못하던 스마트폰 사업이 사라지면서 기존 사업들은 투자와 인력면에서 더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지난해 H&A사업본부는 글로벌 소비심리 위축에 대응하기 위해 구독 서비스를 확대하고 친환경 기술을 탑재한 스마트홈 솔루션 보급도 늘렸다. 그 결과 지난해 H&A사업본부는 8년 연속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며 연 매출 30조원을 넘기는 성과를 거뒀다. 

LG전자는 올해도 제품 측면에서는 세탁기, 냉장고 등 주력 제품의 프리미엄 리더십을 공고히 하는 동시에 각 국가와 시장의 특성을 고려한 지역 적합형 라인업을 빠르게 확대하는 전략적 시장공략을 지속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지만, 시장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글로벌 무대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때 LG전자는 삼성전자와 함께 백색가전 시장에서 세계 1, 2위를 다퉜지만, 최근에는 하이얼, 월풀 등 중국, 미국 기업의 견제를 받으며 5위권 언저리에 머물러있다. 

TV 시장 역시 자체 실적은 늘었으나 삼성전자에 주도권을 빼앗긴 상태이며 TCL, 하이센스 등 중국 기업의 매서운 추격을 받고 있다. 

지난해 HE사업본부는 매출 14조2328억원, 영업이익 3624억원을 기록했다. 웹OS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콘텐츠·서비스 사업이 신규 수익원으로 자리잡은 가운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큰 폭으로 늘었다. 연간 매출은 올레드 등 프리미엄 제품의 수요가 전체 시장 대비 상대적으로 더디게 회복되는 가운데 소폭 줄었다.

LG전자는 고화질 LCD TV인 QNED TV의 라인업을 강화하면서 프리미엄 시장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글로벌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는 OLED TV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시장 리더십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LG전자의 스마트코티지. (사진=LG전자)
LG전자의 미래 신사업 중 하나인 소형 모듈러 주택 'LG 스마트코티지'. (사진=LG전자)

◇ 줄어드는 영업이익률···신사업 가시적 성과내기 '급선무'

LG전자는 최근 3년 동안 연결 기준 매출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성장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꾸준히 줄어들면서 수익성 확보라는 과제를 안게 됐다. 

2022년 LG전자는 매출 83조4673억원, 영업이익 3조550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4.25%다. 2021년에는 매출 73조9080억원으로 80조원 벽을 넘지 못했으나 영업이익 4조580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5.49%였다. 반면 지난해에는 매출 84조2278억원, 영업이익 3조5491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4.21%다. 

당기순이익 역시 2021년 1조4150억원에서 2022년 1조8631억원으로 늘었으나 지난해에는 1조2270억원으로 최근 3년새 가장 저조한 수준을 기록했다. 또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잉여현금흐름(FCF)은 2021년과 2022년에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FCF 역시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그동안 전장사업에 대한 투자가 지속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2022년부터 전장사업에 대한 수요가 나타나다가 지난해부터 전기차 수요가 폭발하면서 전장사업 실적이 TV를 따라잡기 시작했다. 그러나 LG전자는 지난해 전장 수주가 100조원대에 이르렀으며 이를 위해 멕시코에 신규 생산기지 설립과 베트남, 폴란드 투자 확대 등을 고려하고 있다. 

올해 전기차 시장이 다소 주춤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관련 업계에서는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저가 공세에 나설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전장 부품 역시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저가 제품이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경쟁이 치열해지는 TV와 생활가전에서도 마케팅 비용이 늘어나면서 당장 수익성 기대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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