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북극 한파'가 불러온 나비효과···韓 배터리 업계 흔들까?
美 '북극 한파'가 불러온 나비효과···韓 배터리 업계 흔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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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40도 한파에 전기차 성능 저하 '줄줄이 먹통'···수요 둔화에 '가속페달' 우려
"화석연료 생산 확대"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 상승···韓 배터리 업계 '최대 리스크'
트럼프 당선시 LG엔솔 美 공장 타격 우려···"IRA 폐지시 경합주 피해, 쉽게 손 못댈 것"
(사진=AP/연합뉴스)
(사진=AP/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미국을 뒤덮은 북극 한파가 전기차 시장에 새로운 과제가 되고 있다. 최근 미국을 덮친 기록적인 한파로 전기차 배터리 성능이 급감하면서 멈춰버리는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전기차 수요를 타고 급성장한 국내 배터리 기업들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23일(현지시간) CBS 등 주요 매체에 따르면 미국 중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영하 40도 내외의 한파가 불어닥치면서 방전된 전기차가 견인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이는 액체로 이루어진 전해질이 낮은 기온의 영향으로 굳으면서 내부 저항이 증가해 배터리 효율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배터리 구성요소 중 하나인 전해질은 이차전지의 충·방전 과정에서 이온이 양극을 오가는 통로 역할을 한다. 

노르웨이 자동차연맹에 따르면 전기차 주행거리는 영하 2도가 되면 영상 23도일 때보다 18.5% 짧아진다. 특히 전기차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비교적 저렴한 LFP 배터리 도입이 확대됐는데 업계에서는 LFP 배터리가 다른 배터리보다 겨울철 성능 저하가 더 크다고 지적했다. 저렴한 전기차일수록 겨울철 배터리 성능 저하가 더 크다는 의미다. 

실제 미국 내 SNS에서는 북극 한파를 겪은 전기차 이용자들이 다시는 전기차를 타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테슬라 모델3을 이용하는 한 운전자는 "30분 충전하면 273마일(약 444km)을 주행할 수 있지만, 밤 사이 배터리의 3분의 1이 사라졌다"며 "다시는 테슬라를 타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또 다른 전기차 이용자는 미국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전기차 충전에 하루 3시간 이상 쓰고 있다며 "이것은 완벽한 재앙"이라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파로 인한 전기차 성능 저하 우려는 이전부터 있어왔지만, 최근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한 이후 맞는 첫 번째 한파인 만큼 자칫 성장세 둔화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미국 연간 전기차 판매는 약 130만대 이상에 이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 환경보호청은 지난해 이산화탄소 등 오염물질 배출을 6년간 단계적으로 감축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이를 위해 2032년까지 전기차 신차 비중을 67%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2년 미국 내 승용차 신차 중 전기차 비중은 5.8%였으나 지난해에는 9%로 크게 성장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전기차 수요가 둔화되면서 완성차 기업과 배터리 기업 모두 수요 조정에 들어갔다. 여기에 한파로 인한 배터리 방전이 대대적으로 언급되면서 전기차 수요는 더 급격하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폭설이 내린 미국 거리. (사진=UPI/연합뉴스)
폭설이 내린 미국 거리. (사진=UPI/연합뉴스)

특히 올해 한파는 연말께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일어난 일인 만큼 한파에 따른 전기차 성능 저하가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또 선거 결과에 따라 전기차 수요가 현재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공화당 유력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관련해 "역사상 가장 큰 세금 인상"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자신이 재선하게 되면 환경 의제를 중단하고 화석 연료에 대한 생산을 늘리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최근 북극 한파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 같은 공약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만큼 내연기관차 비중을 늘리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약이 지지를 얻을 수 있다.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고 IRA를 손보기 시작하면 우리 배터리 기업에게도 피해가 돌아갈 전망이다. 국내 최대 배터리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3382억원 중 IRA를 통한 세액공제 규모가 2501억원에 이른다. 

다만 미국 내에서 IRA에 따른 투자가 공화당 강세 지역에 몰린 만큼 트럼프 전 대통령도 전기차 시장을 쉽게 흔들기 어려울 거라는 관측도 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의 생산법인 중 최대 규모 공장이 들어선 애리조나주는 대선의 결정적인 승부처가 될 수 있는 5개 경합주 중 한 곳이다. 

CNN은 "애리조나, 조지아, 네바다, 위스콘신 등 4개주가 실질적 경합주일 가능성이 높다"며 "뉴햄프셔는 보수성이 짙은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기엔 무리가 있고,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 역시 공화당이 되찾기에는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자동차와 조지아주에도 합작법인을 설립해 30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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