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패권국가의 수명은 짧다
[홍승희 칼럼] 패권국가의 수명은 짧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요즘 패권국가 미국은 힘의 약화를 인지하고 이런 약화를 막기 위한 무리수가 이어지며 점차 더 약화의 길을 가고 있다. 물론 아직은 세계 최강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고 또 당분간은 그 위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최전성기를 지난 것으로 보이는 여러 징후들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고 빠르게 미국의 턱밑을 향해 질주하던 중국이 그런 패권국의 지위에 도달할 것이라고 장담하는 사람들은 중국인들 외엔 없어 보인다. 이는 현재의 중국이 과거 그 땅에서 탄생하고 사라져간 패권국가들의 역사적인, 그리고 철학적인 전통을 계승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역사에서 수많은 패권국가들이 등장했다가 스러져 갔지만 강력한 패권국가들의 평균 수명은 그리 길지 못하다. 이는 한반도에서 하나의 왕조가 5백년 혹은 1천년의 역사를 이은 사례와는 극명하게 대조된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지녔던, 그리고 지금도 유럽 역사에 긴 그림자를 남기고 있는 로마제국의 경우도 실제 패권국가로서 제국의 역사는 그 수명이 고작 300년 정도에 불과하다. 전설의 시대까지를 포함하면 로마의 역사는 1000년에 이르지만 주변국가들을 아우르며 그 영향력을 행사하는 패권국가로 성장한 시기는 카이사르가 등장한 이후의 일이다.

이런 현상은 중국 땅에서 일어난 여러 강성했던 나라들에서도 반복된다. 중국인들이 스스로 한족(漢族)이라고 부르며 역사적 기원으로 삼는 한나라와 이후 로마와도 교류한 흔적을 남긴 당나라 정도가 각각 300년 전후의 역사를 기록했고 근세에 이르러 명나라, 청나라가 그 비슷한 수명을 지켰다지만 실제 300년 이상을 버틴 왕조는 없다고 봐야 한다.

우리는 식민사관이 주입된 역사교육으로 한국이 끊임없이 외세에 시달린 약소국가로 오해하고 있지만 실상 세계사에서 한국사만큼 평온한 역사는 드물다. 우리가 침략, 침탈을 당했다고 호소하는 대부분의 사례들은 다른 지역 역사에서는 일상다반사였던 일들이었다.

강성한 패권국가일수록 오히려 그 수명이 짧은 경우도 다수 발견된다. 역사학자들의 주장에 따르자면 지금 세계 속에서 중국이 차이나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기원이 됐다는 진나라 같은 경우 매우 강력한 국가로 전해지지만 그 수명은 제국을 세우고 전성기를 이룬 진시황 사후 그 아들 대를 넘기지 못했고, 중국사가 강대한 역사로 주장하는 수나라의 경우는 30년의 짧은 역사를 남기고 있어서 수나라의 업적이 과연 옳은 사실의 기록인지를 의심케 할 정도다.

어차피 현재의 중국 땅에서 이루어진 역사는 끊임없이 침략해온 외세들 간의 각축이었고 중국이 스스로의 정체성으로 내세우는 한족에 의한 역사의 기간은 극히 짧다. 바꿔 말하면 외세가 번갈아 침탈한 그 모든 역사 과정이 오늘날의 중국을 낳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한 중국이 다시 세계의 패권국으로 서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점이다.

지금 중국은 경제적 위기를 겪고 있다고 전 세계가 파악하고 있다. 이런 위기는 많은 국가들이 통과의례처럼 거쳐 가는 과정이고 따라서 올바르게 극복해내면 일종의 성장통에 그칠 수도 있지만 거꾸로 그 극복과정이 내부적으로 제대로 수용되고 이해되지 못하면 체제전복을 초래할 수도 있는 기로를 암시한다.

현재 중국이 겪고 있는 위기는 당초 미국이 제기한 무역분쟁에서 촉발된 것으로 보였지만 현재 진행되는 상황을 보면 외부적 요인보다는 내부적 불안이 더 큰 요인일지도 모른다. 대외적으로 개방된 태도를 유지할 수 있을 때 내부적으로 권력중심은 이동하더라도 역사문화적으로는 오히려 융성했던 역사적 경험을 그들은 잊은 것으로 보인다.

개혁개방 이후 대문을 활짝 열고 세계 자본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중국은 빠른 성장을 이뤘고 그 때문에 미국의 경계심을 자극했다. 그러나 빠른 성장으로 부실화된 여러 내부적 상처들이 팬데믹 이후까지 이어지는 미국과의 갈등이 더해지며 온전히 처리되기 힘들게 됐다.

이는 문제를 팩트 그대로 수용하고 치료하기보다는 내부적으로 커지는 불만에 외부적 자극이 더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신종 쇄국정책을 펼침으로써 치료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통신시대에 자국민들을 외부세계 소식에 무지하게 만들려는 정책은 우민화를 가속시키고 이는 결국 스스로 지키고자 하는 체제의 수명을 단축시킬 가능성을 높인다.

미국이 패권국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 발버둥 칠수록 수렁으로 빠져들 듯 차기 패권국을 노리는 중국 또한 체제수호를 선순위로 삼다보니 오히려 그 체제에 위해를 가하는 우를 범하며 세계사의 경험을 반추하게 만든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