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금융지주 부회장제 폐지만이 답일까
[데스크 칼럼] 금융지주 부회장제 폐지만이 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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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개혁신당(가칭) 정강정책위원장은 지난 8일 개혁신당의 '10대 기본정책' 중 공약 1호로 공영방송 사장 선임구조 개혁안을 내놨다.

이 정강정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영방송 사장에게 10년 이상의 방송 경력을 강제하도록 해 직무 경험이 전무한 낙하산 사장의 임명을 원천 봉쇄하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정당 출범에 앞서 내세운 1호 공약치고는 이례적이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평가다. 그만큼 공영방송 역할의 중요성과 함께 낙하산 인사가 몰고 올 폐해를 우려해서다.

낙하산 인사 문제는 비단 공영방송에만 해당되지 않을 것이다. 금융권 역시 비껴가기 힘든 이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의 금융지주 부회장 제도와 관련한 발언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이복현 원장은 지난달 12일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단 간담회'에서 "부회장 제도의 경우 셀프 연임보다는 훨씬 진일보된 제도이지만 내부적으로 폐쇄적으로 운영돼 신인 발탁이라든가 외부 인사를 차단하는 부작용도 있다는 점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 발언 직후 KB금융지주와 함께 부회장직을 운영 중인 하나금융지주가 같은 달 26일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부회장직 제도를 폐지하고 '부문 임원 체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틀 뒤 KB금융 역시 부회장제를 폐지했다.

이 원장의 발언의 핵심은 CEO를 선출할 때 공정성과 투명성을 담보하기 위해 내부와 외부 후보자 간 차별을 없애라는 것이다. '거수기' 이사회를 통해 셀프 연임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 위한 의도로 이해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론 CEO후보 육성 수단인 부회장 제도가 지닌 장점을 쉽게 간과한 게 아닌지 의문이 든다.

부회장직은 그룹의 핵심사업부문을 각 부회장이 맡게 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안정적인 경영승계를 위한 후계양성 검증수단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낙하산 인사를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해 왔다는 점 역시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금융지주사들이 부회장직제 폐지 수순을 밟은 것은 당국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어서다. 정부는 올 초부터 "은행의 이자장사" "은행은 공공재" "은행의 종노릇" 등 은행권을 겨냥한 비난의 수위를 높여왔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 원장의 발언 역시 압박으로 받아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전문성을 갖추고 조직 혁신을 이끌 참신한 외부 인사라면 어떤 조직이든 삼고초려할 것이다. 하지만 그간 전례를 봤을 때 능력보다는 권력의 동아줄을 타고 온 인사들로 조직이 사달 나는 경우가 허다했다.

실제로 KB금융은 지난 2014년 국민은행 전산시스템 교체 문제를 놓고 당시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 간 갈등으로 내홍(KB사태)을 겪었는데, 두 수장 모두 관치인사 혹은 낙하산 인사였던 탓에 사태수습은 고사하고, 조직을 사분오열로 몰고 갔다.

더 큰 문제는 외부 입김이 작용할 경우 소모적 논쟁이나 분란의 소용돌이에 쉽게 휩쓸릴 수 있는데, 그 피해는 고스란히 내부 구성원들과 주주들, 금융소비자들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

기업은 정부의 '모범답안'이 없더라도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혁신을 좇을 수밖에 없다. 외부인력 수혈도 마찬가지다. 시대 흐름에 역행할 경우 기업의 운명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부회장제 폐지가 도화선이 돼, 차기 금융지주 회장 인선에서 '낙하산 인사' '관치인사' 논란이 재점화되는 게 아닌지 벌써부터 우려스럽다.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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