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민영화 공포증'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까?
[데스크 칼럼] '민영화 공포증'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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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더 데이스'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어난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드라마는 사건일지와 생존자의 인터뷰,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장이었던 요시다 소장의 자서전을 토대로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당시 상황을 꽤나 자세하게 담고 있다는 의미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경과 과정에서는 뚜렷한 '빌런'이 등장하지 않는다. 이 사고는 '인재(人災)'인 지점이 다수 눈에 띄지만, 직접적인 사고원인은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에 있다. 그런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뚜렷한 빌런이 눈에 띈다. 극 중에서 '토오전력'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 도쿄전력이다. 

드라마에는 원전사고를 수습하려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의지가 등장한다. 발전소장과 직원들부터 정부 관료까지 사고 수습에 적극적이다. 그런데 이들의 의지를 막는 세력이 바로 '토오전력'이다. 

이들은 현장에 상주 중인 발전소장의 판단으로 바닷물을 투입하려는 것을 막는다. 안전성 검증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리고 총리에게 보고해야 할 사항을 누락하고 사고 파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총리를 답답하게 한다. 총리가 "직접 현장으로 가겠다"라고 고집부린 이유도 토오전력 때문이다. 

'더 데이스'를 본 시청자는 토오전력 때문에 고구마를 100개 먹은 것처럼 답답함을 느낄 수 있다. 이는 도쿄전력의 당시 행태를 거의 100%에 가깝게 묘사하고 있다. 

도쿄전력은 1883년 도쿄전등을 모태로 1951년 만들어진 민영 전력회사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전부터 원전 검사기록에 대한 은폐 등으로 논란이 된 바 있는 도쿄전력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파산하면서 국유화됐다. 

도쿄전력의 사례는 공공서비스 가운데 핵심인 전기를 민간에 맡겼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문제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최근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은 신년사에서 이탈리아 에넬 등을 언급하며 '탈 공기업'에 대한 뉘앙스를 풍기는 말을 했다. 이 때문에 일부 매체에서는 정부가 한전을 민영화하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특히 한전은 45조원이 넘는 누적 적자를 기록하면서 재정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은 "민영화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라며 급하게 수습에 나섰다. 이후 민영화에 대한 논란은 잦아들었지만, 공공서비스의 민영화에 대한 공포는 늘 남아있다. 

많은 국민들은 공공서비스의 민영화를 늘 걱정한다. 건강보험부터 철도, 수도, 가스 등 일상생활에 필수적인 서비스를 민간에 맡기면 이용요금이 몇 배는 뛸 수 있고 서비스가 부실해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필자 역시 "민영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하고 싶지만, 월급받고 세금내는 입장에서 민영화 공포는 늘 가지고 있다. 이미 민영화 된 몇 개의 공공서비스가 합리적인 가격으로 더 나은 품질을 제공하고 있는지 물어보면 쉽게 대답하기 어렵다.

그저 정부가 필수 공공서비스를 민영화하지 않을 거라고 믿는 수밖에 없다. 정부가 그런 믿음을 줬으면 좋겠다. 민영화 공포증이 무서운 이유는 그게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여용준 산업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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