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원격진료했던 수술 환자와도 상봉
[서울파이낸스 (부산) 강혜진 기자] 국제의료봉사단체 그린닥터스재단(이사장 정근)이 부산 온종합병원(병원장 김동헌)과 지난해 12월 29~30일 세밑 경남 사천시 삼천포 신수도를 다시 찾아 의료봉사 활동을 펼쳤다.
이번 봉사지역인 신수도는 19년 전인 2004년 정근 이사장이 1년 동안 매주 두 차례씩 원격 무료진료를 해 온 곳이어서 그린닥터스로서는 그 의미가 남달랐다.
그린닥터스와 온종합병원 등은 정근 이사장·윤선희 원장, 박석주 부산백병원 교수 등 의사들과 정복선 이사·주연희 간호부장 등 온종합병원 간호사 24명, 자원봉사자 신수교회 조희억 목사 등 모두 60명의 봉사단을 꾸려 경남 사천시 신수도에서 무료 진료활동을 벌였다.
연말연시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신수도를 찾은 그린닥터스 봉사단은 선착장 인근 신수어촌계 사무실에 임시진료실을 설치하고 약 주민 100명을 무료로 진료했다.
외래진료를 받은 대부분의 주민은 고급 영양제 처방을 받았고 어깨나 허리, 무릎 통증을 호소하는 어르신들은 물리치료까지 받았다.
신수도는 여전히 배편으로만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는 낙도다. 현재 120세대가 등록돼 있으나 거의 1인 가구이며 20곳은 빈집 상태다.
그린닥터스가 이 낙도를 찾은 게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4년 그린닥터스는 대규모 의료봉사단을 꾸려 신수도에서 안과, 정형외과 등 무료 진료봉사를 펼쳤다. 그해 1월 초부터 부산 서면에서 정근안과를 운영하던 정근 이사장은 신수도의 조 목사와 함께 PC를 통해 신수도 주민들에게 무료로 원격진료 봉사도 펼친 바 있다.
지난 2004년 신수도에서 원격 진료 보조역할을 자임했던 조희억 목사는 "당시 컴퓨터에 장착된 카메라를 통해 서로 얼굴을 보고 했다. PC 화면으로 환자의 아픈 부위를 직접 보면서 진료했다"며 "정 원장이 컴퓨터 화면을 제대로 볼 수 있게 하려고 신수도에서 카메라 초점을 맞추느라 꽤 힘들었다. 원격지 의사의 처방에 따라서 교회에 미리 마련해 둔 약을 전달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봉사단은 원격진료를 통해 백내장 수술까지 받았던 신수도 주민들과 극적으로 상봉했다. 올해 82세 최설자 할머니는 "62세 때 원격 진료로 백내장 진단을 받고 수술 이후 지금까지 좋은 시력을 유지하고 있다"며 "당시 원격진료로 백내장 진단을 받고 모두 5명의 주민이 정근안과에서 수술을 받았는데 나만 빼고 다들 나이 들어 세상을 등졌다"고 하자 정근 이사장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정근 이사장은 "당시 우리나라에 초고속인터넷망이 막 깔리기 시작하고 정보통신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어, 멀지 않아 국민 건강증진을 위해 원격진료가 합법화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남들보다 먼저 PC통신을 이용한 원격진료를 시도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번 의료봉사에서 19년 전의 원격 진료했던 주민들이 유명을 달리했다는 소식에 마음이 착잡했지만 다른 어르신들은 여전히 건강한 모습이니 20년 뒤에도 건강하게 다시 만나고 싶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