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제로에너지 건축 의무···실효없는 인센티브
커지는 제로에너지 건축 의무···실효없는 인센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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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배출 밀접 관련있는 건설업···2050년까지 신축 ZEB 1등급 의무화
저탄소 자재·빗물 재활용·태양광·모듈러 등 현장 적용하는 건설사들
ZEB 시공 시 공사비 인상·분양가 상승 유발···"인센티브 더 명확해져야"
국내 최초로 공동주택 에너지 효율등급 '1++'인증을 받은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 1차'. (사진=네이버)
국내 최초로 공동주택 에너지 효율등급 '1++'인증을 받은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 1차'. (사진=네이버)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내년부터 민간에 제로에너지 건축(ZEB·Zero Energy Building) 의무가 강화되며 2050년까지 신축 건축물은 제로에너지건축물 1등급을 100% 달성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이에 건설사들은 일찍이 친환경 건설기술 개발에 나서 현장 적용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제로에너지 건축 시 더 많은 공사비가 발생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없다면 당분간 민간 활성화가 쉽지 않을 거란 지적도 나온다.

29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ZEB시장은 2050년까지 180조원에 달해 지속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의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라 탄소 배출과 밀접 관련이 있는 건설업은 신축 건축물에 대해 ZEB 1등급 100%를 달성해야 하고, 기존 건축물은 그린리모델링 에너지효율등급 가정용 1++, 상업 및 공공용 1+를 100%를 달성 목표로 한다.

구체적으론 인증 의무화를 세부적으로 나눴는데, 당장 내년부터 시행되는 부분은 민간 공동주택 30가구 이상 건축 시 최소 5등급(에너지 자립률 20~40%) 수준의 인증 의무화, 2030년부터는 공공·민간 모두 연면적 500㎡ 이상 건축물 신축 시 ZEB 인증이 의무화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찍이 건설사들은 친환경 건설 기술을 개발하고, 에너지 절감 기술을 공동주택 현장 적용하는 것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12월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탄소 배출량이 높은 시멘트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 콘크리트 기술을 적용한 '제로(Zero) 시멘트 보도블록'을 개발해 본격적인 생산에 나선다고 밝혔다. 특수 자극제, 산업 부산물인 고로슬래그 등을 사용해 시멘트의 기존 품질과 강도를 유지하면서도 탄소 배출량을 최대 70%까지 낮춘 것이 특징이다. 또 지난 7월에는 친환경 저탄소 콘크리트 기술을 보유한 캐나다 카본큐어사에 투자해 기술 협력을 확대하기도 했다.

현대건설은 2014년 경기 용인에 '그린스마트 이노베이션 센터(GSIC)' 세우고, 신재생 에너지로 소요 에너지의 최대 70%까지 생산하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센터 건립 초기부터 GSIC에 적용된 'Smart BEMS'는 인공지능 기반으로 복합 제어를 하는 시스템으로 국내 최초로 한국에너지공단으로부터 'BEMS 설치확인 1등급'을 받았다. 이 기술이 적용된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 1차'가 국내 최초로 공동주택 에너지 효율등급 '1++'인증을 받은 바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자연채광, 빗물 재활용, 태양광, 모듈러 건축 등 106가지 친환경 기술을 접목한 '포스코 그린빌딩(Green Building)'을 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 건립 시 적용했다. 기존보다 2배 이상의 단열효과가 있는 고단열 '스틸커튼월'의 건축자재를 사용해 일반 건축물에 비해 52.5%의 에너지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신재생 에너지를 통한 자체 생산 에너지는 필요한 전력의 35%를 조달하고 있다.

이 외에도 GS건설은 자이(Xi) 아파트에 적용하고 있는 '그린 스마트 자이' 기술을 고도화하고, 롯데건설과 한화 건설부문도 각각 '에코에너지 TFT', '친환경 건축기술 TF'를 결성하고 ZEB 구현을 위한 원천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당분간 ZEB 민간 활성화는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해당 건축물에 대한 현재 정부의 인센티브가 많지 않아 건설사들이 자체적으로 활성화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 의견이다.

온실가스 배출은 크게 준공 전 시멘트와 철강재 등 자재 생산 단계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와, 준공 이후 운영단계에서 냉난방, 조명 등을 위한 에너지 생산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두 가지로 구분된다. 친환경 건설자재 외에도 ZEB에는 단열 기능을 높인 고효율 제품을 사용하고 태양광·지열시스템 등 신재생에너지 기기를 적용해야 한다. 건산연 조사 결과 ZEB 시공 시 30% 안팎의 공사비 인상을 유발한다. 구체적으론 최소 5등급 달성을 위해선 비주거 건축물의 경우 약 30~40%, 공동주택의 경우 표준건축비 상한가격 대비 약 4~8% 정도의 추가 공사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우선 분양가가 상승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다"며 "ZEB인증이 건축허가와 사용승인의 필수요건이 아니기 때문에 공사비를 높이면서까지 시공에 적극적이긴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ZEB에 대한 정부의 인센티브도 크지 않다. ZEB 인증등급(1~5등급)에 따라 용적률, 건축물의 높이 등 건축기준 최대 15% 완화, 취득세 최대 20% 감면, 주택도시기금대출한도 20% 상향, 주택건설사업 기반시설 기부채납률 최대 15% 경감 등만 지원되고 있다. 반면 ZEB 인증 의무화 대상 건축물이 본 인증을 획득하지 못하더라도 고작 100만원의 과태료만 부과될 뿐이다.

박용석 건산연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녹색건축인증제도, 제로에너지건축물인증제도,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제도 등이 운영 중이지만 각 인증을 받을 경우 건축규제 완화, 세제 감면, 정부 보조금 지급 등 인센티브가 명확하지 않다"며 "인증제도를 통합하거나 확실한 인센티브를 주고, 건물의 에너지 비용이 줄고 사용자 편익이 증가했다는 가치가 인증제도로 공증되고 또 이것이 부동산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국토교통부 녹색건축과 관계자는 "업계의 고충을 알고 있는 만큼 ZEB 인증체계 간소화 , 정보 제공, 데이터관리 등 내년 중 행정지원 방침도 마련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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