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파페치 인수' 쿠팡에 쏠리는 눈···백화점·명품 버티컬몰 '예의주시'
[초점] '파페치 인수' 쿠팡에 쏠리는 눈···백화점·명품 버티컬몰 '예의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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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쿠팡의 물류 서비스·파페치 명품 콘텐츠 결합 사업 고도화 관건"
백화점업계 "온라인 플랫폼보다 AS 등 고객 신뢰 높아···걱정 안 해"
쿠팡 파페치 명품소싱 네트워크 활용·온라인 명품 판매 가능성 높아"
서울 송파구 쿠팡 사옥 (사진=쿠팡)

[서울파이낸스 이지영 기자] 쿠팡의 모기업 쿠팡Inc가 창사 이래 처음 글로벌 명품 플랫폼 파페치(Farfetch)를 인수하며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전통적인 명품 판매채널인 백화점·면세점업계와 머스트잇·발란·트렌비 등 명품 버티컬 플랫폼(전문몰) 업계까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파페치가 쌓아온 명품 유통채널의 신뢰성과 쿠팡의 물류 서비스가 합쳐질 경우 강력한 시너지가 발휘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앞서 쿠팡의 모회사 미국 쿠팡 아이앤씨(Inc)는 지난달 18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연매출 3조원대 파페치홀딩스를 약 6500억원(5억달러)에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쿠팡Inc는 파페치 인수를 위해 투자사 그린옥스 캐피탈과 '아테나'(Athena Topco)라는 합자회사를 설립했다.

아테나는 인수대금 명목으로 파페치와 대출 계약(브릿지론)을 체결해 5억달러를 지급한다. 아테나 지분은 쿠팡Inc가 80.1%, 그린옥스 펀드가 19.9%를 각각 소유한다. 아테나는 영국법에 의거한 사전 회생절차(pre-pack administration process)를 통해 파페치의 모든 비즈니스를 인수한다. 파페치는 글로벌 190개국 이상 진출해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명품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이다. 에르메스·샤넬 등 1400여개 명품 브랜드가 입점돼 있다. 포르투갈 사업가 호세 네베스가 2007년 영국에서 창업한 뒤 2018년 뉴욕증시에 상장됐다.

김범석 쿠팡Inc 창업자 겸 CEO는 파페치 인수를 발표하며 "파페치는 명품 랜드마크 기업으로서 온라인 럭셔리가 명품 리테일 시장의 미래임을 보여주는 변혁의 주체가 된 기업"이라며 "파페치는 비상장사로서 안정적이고 신중한 성장을 추구함과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독보적인 브랜드에 대한 고품격 경험을 제공하는 데 다시 한번 주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쿠팡의 이번 인수로 4000억달러(약 520조원) 규모의 글로벌 명품 시장 공략에 나서며 전통적인 명품 판매 채널인 백화점에 대한 도전이 가속화됐다는 평가다. 특히, 인당 개인 명품 지출이 전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히는 한국의 방대한 명품 시장에 파페치의 가치를 선보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명품시장 규모는 168억달러(약 20조8000억원)로 전년 대비 24% 증가했다. 1인당 명품 소비액은 325달러로 미국(280달러), 중국(55달러)보다 많은 세계 1위에 올랐다.

이번 인수합병 계약 체결을 통해 쿠팡은 파페치가 계속해서 독점 브랜드, 부티크에 맞춤형 첨단 테크놀로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세계 유수의 디자이너들이 파페치를 통해 전세계 소비자에게 다가설 수 있도록한다는 방침이다.

아직 구체적인 운영 방안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쿠팡이 파페치를 별도로 운영하면서 상품을 로켓배송으로 판매하거나 파페치 입점사를 쿠팡에 입점시키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다만 쿠팡이 배송 서비스인 로켓배송을 파페치에 적용할 경우 오프라인 명품 판매 채널 중에 신뢰도가 높은 백화점업계가 가장 긴장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쿠팡은 현재전국 30개지역에 100개가 넘는 물류 센터를 갖춘 만큼 배송 경쟁력을 적용해 명품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앞서 쿠팡은 로켓그로스(Rocket Growth)를 통해 과거 일반 배송으로 2일 이상 걸렸던 마켓플레이스 상품들도 로켓그로스를 통해 당일·익일에 로켓배송이 가능해졌다. 로켓그로스는 중소상공인들이 상품 입고만 하면 쿠팡이 이후의 보관, 포장, 재고관리, 배송, 반품 등 풀필먼트 서비스 일체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이에 대해 국내 백화점 업체들은 국내 시장에서 매출이 빠지는 등 큰 파급력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쿠팡의 성장세가 가파른 만큼 예의주시 하고 있다.

복수의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최근 백화점 매출을 견인한 명품 소비가 온라인몰에서도 성장하고있지만 아직도 가품 문제 등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국내 명품 플랫폼들은 백화점 명품숍에 비해 에이에스(AS) 등이 어려운 병행 수입업체로 인식돼 신뢰도가 낮은편"이라며 "쿠팡이 이번 파페치 인수를 통해 명품 패션 부문 경쟁력을 보완한 것은 맞지만, 국내에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화점 매출을 견인한 명품 소비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유통업체 매출 추이'에 따르면 백화점 3사(신세계·롯데·현대백화점)의 해외유명브랜드(명품) 매출은 3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갔다. 올해 6월(0.9%)과 7월(3.7%)까지는 상승세였지만, 지난 8월~10월 3개월 간 매출은 각각 -7.6%, -3.5%, -3.1%로 하향곡선을 그렸다. 다만 여전히 백화점 명품 매출 비중이 약 40%를 차지한다.

명품 시장까지 손을 뻗은 쿠팡Inc를 두고 백화점업계뿐만 아니라 머스트잇·트렌비·발란 등 명품 버티컬 플랫폼 3사도 쿠팡과의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심지어 이들 기업은 지난해 광고선전비·판매촉진비 등 마케팅 비용을 과도하게 지출하며 영업적자가 심각한 상황이다.

한 명품 플랫폼 관계자는 "국내 인당 명품 소비액은 전 세계에서 1위를 할 정도로 시장이 발달해 있지만, 그에 비해 온라인 전환이 늦는 상황"이라며 "다만 일각에서는 쿠팡이 로켓배송을 파페치에 적용할 경우 빠른 배송력을 강점으로 보고 있지만 기존에 발란 익스프레스 등에도 존재하는 서비스"라고 전했다.

이어 "명품 카테고리는 일반 판매와 개념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배송이 빠르다는 강점보다는 정품인증, 브랜드 상품 강화, 반품 교환, 고객 문의 응대 등 소비자 서비스 품질 강화로 승부해야할 것"이라며 "명품 버티컬 플랫폼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보증서 도입, 가품시 환불 보상 제도 등을 도입하며 큰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파페치가 독자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긴 어렵고 향후 쿠팡과의 시너지가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한다. 쿠팡의 물류 서비스와 파페치의 명품 콘텐츠 부티크 섭외 능력을 결합한 사업 고도화 전략이 관건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명품의 낮은 온라인 침투율 등을 고려했을 때 경기 회복 구간에서 온라인 명품 시장은 안정적인 성장을 보일 것"이라며 "파페치는 명품을 소싱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구축돼 있어 쿠팡이 이를 활용해 직접 온라인 명품 판매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어 "더딘 경기 회복에 따른 글로벌 소비자의 소비 여력 둔화를 고려했을 때 파페치 사업이 빠른 시간 내 개선되기는 어렵다"면서도 "쿠팡의 온라인 명품 시장 진출은 국내 백호사점의 명품 매출에는 부정적"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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