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플랫폼 경쟁 촉진법' 추진에···IT 업계, 플랫폼 산업 위축 우려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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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정 공정위원장 "플랫폼 반칙행위 사전 예방···경쟁적 시장환경 조성"
업계, 플랫폼 산업 생태계 발전 저해···해외 기업과 역차별 우려도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1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플랫폼 독과점 폐해를 줄일 수 있는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 제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1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플랫폼 독과점 폐해를 줄일 수 있는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 제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이도경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독과점 문제를 규율하는 '플랫폼 경쟁촉진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밝히며 업계의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관련 방안을 보고했다. 독과점 플랫폼의 시장질서 교란행위를 차단하고 소상공인과 소비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윤 대통령이 지난달 공정위에 독과점화된 대형 플랫폼의 폐해를 줄일 수 있는 개선책을 마련하라 지시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제정안에는 플랫폼 시장을 좌우할 만큼 큰 소수의 핵심 플랫폼을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로 지정하고 자사 우대, 멀티호밍(자사 플랫폼 이용자에게 경쟁 플랫폼 이용을 금지하는 행위) 등 플랫폼 시장에서 빈번하게 나타나는 반칙행위들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제정안은 특히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된 플랫폼에 대해 보다 빠른 조사와 제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사전 관리하는 데 초점을 뒀다. 제재 대상이 될 위반행위와 지배적 사업자 지정 기준 등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플랫폼 산업의 혁신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독점력 남용을 규율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지정 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그간 공정거래법을 통해 독과점 플랫폼 남용행위에 대응했지만, 플랫폼 시장의 빠른 독과점화 속도에 비해 조치가 뒤늦게 이뤄져 시장경쟁 회복에 한계가 있었다"며 "이번 제정안으로 독과점 플랫폼의 반칙행위를 사전 예방하고 스타트업 등 다른 플랫폼들이 마음껏 경쟁하는 시장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없는 경우, 효율성 증대 효과가 경쟁제한 폐해를 상회하는 경우, 다른 법률의 준수를 위해 필요한 경우 등 여러 예외 사유를 고려하고 있다"며 "정당한 사유가 없는 경우에는 시정명령, 과징금 등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업계는 이러한 사전 규제가 시장 혁신보다는 플랫폼 산업 생태계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며 우려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구체적이 기준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매출 등을 기준으로 삼을 경우 플랫폼 기업들이 자산 규모와 시가 총액을 늘리는 신규 사업 투자에 매우 소극적으로 변할 것"이라며 "글로벌 진출을 하는 법인도 국내법 상 규제를 받는 것보다 별도 해외 법인을 만드는 편이 유리하다고 판단하게 될 수 있다. 사실상 국내 기업의 글로벌 진출이 가로막히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유병준 서울대학교 교수는 "국내 배달·콘텐츠 플랫폼이 미국 기업에 밀리기 시작했고, 네이버 등 포털의 입지도 좁아지기 시작했는데 이러한 상황에 규제를 늘리는 것이 정말 기업과 국가를 위한 것인지 의문스럽다"며 "규제를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공정거래법 등 현재진행형인 규제도 부족하다고 보기 힘든 상황에 이를 더욱 강화하는 것은 국가 부 창출의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 보기 어렵단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외 기업 간 규제 역차별로 자국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만 피해를 입을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규제책의 칼날이 해외 기업에 닿게 되면 통상 마찰이 일어날 수밖에 없고, 디지털 통상 관련 FTA 위반이 될 수도 있다. 결국은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로 이어질 것"이라며 "현 정부 초기 규제 철폐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는데, 현재 상황을 보면 우려를 넘어 절망에 가깝게 흘러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권남훈 건국대학교 교수는 "유럽연합(EU)에 대해서도 비슷한 규제가 도입됐고, 이번 플랫폼 경쟁촉진법도 그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유럽의 경우 자국 보호적 관점이 많이 적용된 데 반해, 우리나라의 경우 자국 플랫폼이 활성화돼있고 해외 플랫폼과 경쟁이 치열한 나라인 것을 감안하면 플랫폼 경쟁이 사라졌다는 판단은 성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역시 지난 18일 별도 의견서를 통해 "디지털 시장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중복 규제로 한국과 미국 플랫폼 사업자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고, 중국 등 외국 사업자들만 유리해질 수 있다"며 "합리적 소비가 나타나는 상황에서 근거에 기반하지 않은 섣부른 사전규제는 소비자 물가 상승을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이번 플랫폼 경쟁촉진법 제정에 대해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소비자 후생 증대 등 예외 조항이 법안의 실효성을 떨어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참여연대는 19일 성명문을 통해 "해외 주요국들이 앞다퉈 온라인플랫폼 기업의 시장 독과점과 불공정 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제도 마련에 나서는 상황에, 정부가 늦게나마 관련 법 제정에 나서겠다고 밝힌 점은 다행"이라며 "다만 국내 플랫폼 기업들이 이미 입점업체 부담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소비자 후생 증대 효과를 운운하고 있는 만큼, 여러 예외 요건이 법안의 실효성을 떨어트릴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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