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스퀘어, 자회사 잇따른 매각 움직임···'NAV 75조' 비전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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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쉴더스 이어 웨이브·11번가도 매각 움직임
'순자산가치 75조' 비전 우려 목소리 높아
투자조직 이원화···非반도체 자회사 전략 변할 듯
'SK스퀘어' CI. (사진=SK텔레콤)
'SK스퀘어' CI. (사진=SK텔레콤)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SK그룹의 ICT(정보통신기술) 계열 중간지주사로 지난 2021년 11월 출범한 SK스퀘어가 출범 2년만에 시험대에 올랐다. 자회사의 IPO 성공 등으로 투자활동에 성과를 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 잇달아 좌초되고 있기 때문이다. 

SK스퀘어는 최근 이사회를 통해 11번가에 대한 콜옵션을 포기하기로 했다. 콜옵션은 미리 정한 가격에 자산을 살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SK스퀘어가 경영난을 겪고 있는 11번가를 '손절'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11번가의 지분 매각 권한은 재무적 투자자(FI)에게 넘어가게 됐으며 매각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SK스퀘어는 2년전 출범 당시 포트폴리오 가치를 키워 주주환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박정호 당시 SK스퀘어 대표이사는 "회사 분할의 가장 큰 목적은 주주가치 극대화이며 분할 후 통신과 투자라는 명확한 아이덴티티로 빠른 성공 스토리를 써 나가겠다"며 "지금까지 잘 키워온 포트폴리오 가치를 시장에서 더 크게 인정받고 이를 주주분들께 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올해 보안회사 SK쉴더스의 지분을 스웨덴 발렌베리가(家)의 투자사인 EQT파트너스에 매각하며 경영권까지 넘겼다. EQT파트너스는 SK쉴더스의 지분 68%를 확보했으며 나머지 32%는 SK스퀘어가 보유하고 있다. 

SK쉴더스는 물리보안 기업인 ADT캡스와 IT보안 기업인 SK인포섹이 합병해 2021년 창립한 회사로 시설과 정보보안을 더한 융합보안 서비스를 주력으로 내세웠다. 이 같은 사업 비전을 바탕으로 당초 SK스퀘어의 1호 IPO(기업공개) 자회사로 주목 받았으나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결국 IPO를 철회했다.

여기에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자회사인 콘텐츠웨이브도 IPO 후보군으로 주목 받았으나 최근 티빙과 합병 MOU를 체결하면서 매각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IB업계에서는 티빙이 대주주로 올라서고 웨이브가 경영권을 내줄 것으로 보고 있다. 

콘텐츠웨이브는 SK스퀘어가 40.5%의 지분을 확보해 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고 KBS와 MBC, SBS 등 방송 3사가 각각 19.8%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지상파 드라마 콘텐츠를 바탕으로 점유율을 끌어올렸으며 자체 콘텐츠인 '약한영웅 class1'이나 '모범택시' 등이 큰 인기를 거뒀다. 

넷플릭스나 티빙 등 타사 콘텐츠 대비 화제성을 확보한 콘텐츠는 적었지만, 중장년층 시청자를 확보한 지상파 드라마를 중심으로 1인당 월평균 사용시간이 국내 OTT 중 가장 높기도 했다. 

SK쉴더스와 함께 웨이브와 11번가도 매각이 확실시되면서 출범당시 약속한 비전을 지킬 수 있을지 의구심을 제기하는 시선도 늘고 있다. SK스퀘어는 출범 당시 공격적인 M&A와 ICT 자회사 IPO를 통해 2025년까지 순자산가치를 75조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그러나 올해 반도체 업황이 부진했고 IPO 시장 상황도 좋지 않으면서 이 같은 목표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박정호 부회장은 올해 초 모바일월드콩그레스에서(MWC)에서 이 같은 비전에 대해 "투자회사로서는 다운 사이드(Downside·하방)가 기회"라며 수정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함께 SK스퀘어는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투자조직(CIO)을 이원화했다. 이원화 조직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신성장 영역 투자를 담당하는 'CIO 그로스(Growth)', 기존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고 자산 가치를 높이는 'CIO 트랜스포메이션(Transformation)'이다. 이를 통해 SK스퀘어는 CIO별 전문 역량을 고도화하고 상호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SK스퀘어는 이 같은 조직 이원화를 통해 반도체 부문과 비(非) 반도체 부문의 투자전략을 다르게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비 반도체 부문 투자조직인 'CIO 트랜스포메이션'의 최고 책임자로 발렌베리가와 SK쉴더스 딜을 마무리 지은 송재승 CIO(투자총괄)를 선임했다. 

송 CIO는 맥쿼리, 도이치뱅크 등 주요 투자은행에서 경력을 쌓다가 2018년 SK텔레콤에 합류했다. 송 CIO는 11번가의 기타비상무이사로 아마존과 제휴,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등을 주도했다. SK스퀘어에서는 ICT 자회사의 매각과 인수 등 구조조정을 전담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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