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삼성전자의 사법리스크가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사안이 중대한 만큼 항소심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부장판사)는 17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에 대한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검찰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범행을 부인하는 점, 의사 결정권자인 점, 실질적 이익이 귀속된 점 등을 고려해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우리 사회는 이미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 등으로 삼성의 세금 없는 경영권 승계 방식을 봤다"며 "삼성은 다시금 이 사건에서 공짜 경영권 승계를 시도했고 성공시켰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 회장 측은 그룹 지배력 강화와 경영권 승계 등을 목적으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서 불법 행위를 한 혐의를 받아 2020년 9월 기소됐다. 또 이들은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로도 기소됐다. 검찰은 삼성바이오가 2015년 합병 이후 회계처리 기준을 바꿔 자산 4조5000억원 상당을 과다 계상했다는 것으로 보고 있다. 

법원은 이번 이 회장 측의 최후변론과 검찰의 구형 의견 등을 토대로 선고할 예정이다. 다만 수사기록이 19만페이지에 이를 정도로 방대한 점을 고려해 내년 초는 돼야 선고기일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재판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건 항소심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3년 넘게 재판이 이어졌고 방대한 양의 수사가 이뤄졌다. 거기에 사안도 매우 중대한 만큼 양측 모두 재판 결과에 쉽게 수긍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3년 넘게 이어진 사법리스크는 앞으로 최소 2~3년 더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2017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이 회장은 수감생활을 포함해 6년 넘게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신사업 모색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만 TSMC가 미국, 일본과 협력해 파운드리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가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도 과감한 M&A와 대외협력으로 경쟁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매주 재판에 출석하는 이 회장의 현재 상황 때문에 해외 활로를 모색하는 게 쉽지 않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2016년 미국 전장기업 하만 인수 이후 대규모 M&A가 성사되지 않고 있다.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주력 사업 전반에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신사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M&A가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2020년 김현석 당시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전문경영인이 서로 돕는 체계로만은 잘 되지 않는다. 전문경영인은 큰 변화를 만들 수 없고 큰 트렌드를 못 본다"며 이재용 회장 공백에 따른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지난해 이 회장은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뇌물공여, 횡령, 배임 등 혐의에 대해 사면을 받고 삼성전자 경영에 복귀했다. 그러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따른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가 아직 남아있어 사법리스크는 끝나지 않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에 대한 재판이 길어지면서 삼성전자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게 될 우려도 있다"며 "사법리스크에서 빠르게 벗어나는 게 숙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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