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더 윈터 이즈 커밍'(The Winter is com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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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다. 개인은 먹고 사는 게 전쟁이고, 기업은 살아남는 게 전쟁이며, 이 나라는 매일 같이 두 편으로 나뉘어 이념 논쟁하는 게 전쟁이다. 

세계도 지금 전쟁이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언제 끝날지 모르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내일 어떻게 될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 서로 죽고 죽이는 살육 전쟁이 서기 2000년이 넘은 지금도 계속된다. 대만을 둘러싼 중국과 미국의 전운도 여전하고, 북한을 둘러싼 우리나라와 미국, 러시아와 중국 간 전운도 언제 닥칠지 모르는 일이다. 미국을 위시한 나토(NATO) 세력과 중국·러시아 등 사회주의 세력 간 신 냉전 체제는 위기감을 더한다.

진짜 전쟁은 경제 전쟁이다. 대표적인 미-중의 세계 경제 패권 전쟁이 지난 수 년간 노골화했고, 세계 경제의 그물망처럼 얽혀있던 산업 공급망은 붕괴했다. 서로 자원, 소재·부품·장비 수출을 통제하며 경제전쟁의 무기로 삼았다. '나부터 살고 보자'는 자국 우선주의가 팽배해 세계 경제는 그야말로 엉망진창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고통받은 세계 경제는 미국의 잇단 금리 인상을 필두로 고금리에 신음하고 있고, 살육 전쟁과 신 냉전체제 영향에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강 달러 기조에 한국 같은 나라들은 환율이 치솟아 자국 경제에 타격을 받았다. 지난 3~4년 간 지속된 세계 경제 침체 속 물가가 치솟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의 어두운 그림자가 2023년이 다 저물어가는 지금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국내적으론 고용이 감소하고, 수출이 감소하고, 나라 빚과 가계 부채는 1100조원에 육박하고, 파산하는 기업 수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나라 경제도 이만저만 한 게 아니다. 대외적 경제 악재만 해도 어마어마한데, 나라 안 경제도 피폐해 내일 당장 경제위기가 온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그야말로 '퍼펙트 스톰'이 코 앞까지 와 있다. 하루 하루가 마치 살얼음 판 위를 걷는 듯 불안 불안하기만 하다. "올해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힘든 해 같다"는 말이 산업계 곳곳에서 나온다. 또 많은 기업들이 "내년은 더 힘들 것 같다"고들 한다. 

경제위기가 내년으로만 끝난다면야 그래도 다행이다. 제발 그러길 바란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고용을 창출하고, 임금을 받아 개인이 소비를 촉진하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하는 주력 산업 대부분이 위기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가 고꾸라져 있다. 그나마 반도체는 내년부터 조금씩 회복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조선·철강·석유화학·항공·무선통신기기·디스플레이·가전 등 대부분 주력 산업은 정체를 넘어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그 이유는 중국 제조산업이 무섭게 발전해 우리 주력 산업을 밀쳐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조선업이 아직은 고부가가치 LNG선박, 친환경 선박 등을 수주하며 버티고는 있지만, 중국 조선사들이 무섭게 기술력을 높여 한국 조선사들을 따라잡고 있다. 대표적인 탄소 다배출 산업인 철강은 중국의 대대적인 투자로 가격 경쟁에서 밀리고 있고, 세계 각국의 탄소규제에 따라 석탄을 사용하지 않는 청정 수소환원 공정으로 전환하는데 수백 조원을 투입해야 하는 코너에 몰린 상황이다.

석유화학 산업도 중국의 물량 공세와 기술 수준 상승으로 계속해 밀리고 있고, 항공산업은 치열한 세계 시장 경쟁 속에 국적사가 하나로 줄어드는 상황에 처해 있다. 스마트폰 등 무선통신기기는 미국 애플에 치여 기를 펴치 못하고 있고, 무서운 기술력으로 쫓아오는 중국 제조사들에게 언젠간 자리를 내어줘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디스플레이는 또 어떤가. 이미 LCD는 중국이 세계 1위이고, 아직 제대로 피지 못한 OLED도 중국 기술이 턱 밑까지 올라와 있다. TV, 냉장고, 세탁기 등 이른바 백색 가전도 언젠가는 중국이 세계 시장을 휘어잡는 날이 올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자동차는 또 어떤가. 대표적인 친환경차인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의 기세는 실로 놀라운 지경이다. 중국 BYD로 대표되는 중국 전기차의 기술력은 함부로 싸구려라 치부하지 못할 정도로 상위급 수준으로 올라왔다. 복잡 다단한 내연 엔진이 없어도 되는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이 세계 시장을 지배할 날도 머지 않아 보인다. 

이런 산업의 대위기 속에 우리나라 경제의 미래를 책임질 차세대 산업은 잘 보이지 않는다. 언제까지 반도체로만 먹고 살 순 없는 노릇이다. 바이오는 신약 원천기술을 가진 외국 제약사에게 주문을 받아 위탁생산해주는 수준으로, 아직 주력산업이라 말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미국 구글이나 애플처럼 그들만의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가진 것도 아니고, 엄청난 인공지능(AI) 기술을 지닌 것도 아니다. 무엇하나 '아 이 산업이 앞으로 우리나라를 먹여살리겠구나' 하는 게 없다. 

이런 급박한 위기 상황에서 10~20년 뒤 초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들 우리나라 살림은 쓸 돈은 많은데, 들어오는 돈은 적어지는 난국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산업 붕괴와 노동 인구 감소, 소비 감소, 고용 감소 등 우리 사회는 저성장이 아니라 마이너스 성장이란 몰락의 길을 걸을 수 있다고 많은 경제학자들이 경고한다. 

제발 이 나라를 이끄는 정치 지도자들을 비롯해 정부 공무원들은 '언제나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가 최우선'이라는 과거 역사 속 교훈을 잊지 말길 간청한다. 둘로 나뉘어 패싸움, 진영싸움에만 몰두하는 와중에 우리 경제는 그만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다. 이 땅의 내 자식이, 그 후손이 풍요롭고 아름답게 살 수 있도록 새로운 먹거리 산업과 일자리를 만드는 일에 집중, 또 집중해주길 간절히 요청한다.

김승룡 산업1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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