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항공사들, 섬 공항용 소형여객기 도입에 난색, 수요 적어 수익성 의문
전문가 "섬 강풍 등 기상악화 대비한 운항제한 조치, 항법시설 구축 등 필요"
[서울파이낸스 김수현 기자] 무안공항, 양양공항 등 활주로가 긴 기존 지방 대형 공항들조차 적자 경영을 면치못하고 있는데, 정부가 울릉도·흑산도·백령도 등 섬들에 소형 공항까지 잇달아 건설하겠다고 나서 또다시 적자 공항을 만들어 지방자치단체 재정에 악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게다가 섬에는 강한 바람이 자주 불기 때문에 안전성 우려도 지적된다.
지난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선교 의원이 한국공항공사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2017년∼2022년 6월 기준) 전국 공항 당기순이익 현황'에 따르면 한국공항공사가 관리하는 전국 14개 공항 중 10개가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가 가장 큰 전남 무안공항의 경우 838억원의 손실액을 기록했다. 이어 강원 양양공항은 732억원, 전남 여수공항은 703억원, 경남 울산 공항은 64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처럼 지방 대형 공항조차 여객과 화물 수요 부족으로 적자 경영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 이보다 훨씬 수요가 적은 섬의 소형 공항이 적자를 피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현재 국내 영업 중인 공항 중 가장 짧은 활주로를 가진 울산 공항보다 섬 소형 공항 활주로는 더 짧다. 활주로가 짧으면 이착륙이 가능한 항공기종이 줄어들어 운항 횟수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 울산 공항 활주로는 2000m로, 대형 여객 항공기 비행이 불가능해 지난 10월 항공편 총 운항 횟수가 248편에 그쳤다. 이는 한국공항공사가 운영하는 14곳의 지방공항 중 원주, 사천, 무안, 포항 경주, 군산 등에 이어 아홉 번째로 낮은 수치다.
정부가 추진 중인 소형 공항의 설계상 활주로 길이는 1200m다. 국토교통부는 2026년까지 울릉공항을, 2027년까지는 흑산공항과 백령공항 개항을 목표로 하고 있다. 1200m 길이는 서울 김포공항 활주로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의 주력 기종인 보잉 737-800 항공기로도 소형 공항에 이착륙이 불가능하다. 섬 공항 취항을 위해선 기존 항공사들이 기존 항공기보다 더 작은 새 기종 도입을 고려해야 하는데, 수지 타산이 맞지 않으면 어느 항공사도 도입을 꺼릴 것으로 예상된다.
LCC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항공기가 들어오면 그에 맞는 정비, 시스템, 노선까지 고려해야 되기 때문에 현재 항공사들이 쉽게 결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존 LCC 업체들보다는 새 소형기 운송 사업자가 참여해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성식 한국교통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50석 이하의 소형항공 운송사업자의 경우, 허가제가 아닌 등록제로 누구든지 일정 요건을 갖추면 운영 가능하다"며 "기존 LCC 항공사 운영 허가보다 요건이 까다롭지 않아 새로운 사업자 중심으로 사업이 편성돼 기존 공항과 다르게 운영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도서지역 강풍으로 안정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병흠 한국항공대학교 항공운항과 교수는 "소형공항은 국가 안보 강화와 교통 인프라 구축을 위해 건설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활주로가 짧기 때문에 소형기밖에 운항할 수 없는데, 도서 지역의 경우 강풍과 기상조건 악화로 운항 제한, 항법 관련 안전 시설 구축 등 안전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