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높아진 대출문턱에 신용리스크 '악순환'
카드사, 높아진 대출문턱에 신용리스크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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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론 줄고 리볼빙 늘고···취약차주 '울며 겨자먹기'
불어난 연체율에 대출태도 강화···대출 감소세 지속
"시차 두고 반영···4분기도 리스크관리 위주가 될 것"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최근 카드론(장기카드대출) 잔액이 줄어든 반면, 금리가 더 높은 리볼빙(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 잔액이 늘어나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연체율 악화 등으로 카드사들이 대출문턱을 높이면서, 금리가 더 높지만 문턱이 낮은 리볼빙에 취약차주들의 대출수요가 쏠렸다는 분석이다. 이로 인해 취약차주들의 상황부담이 늘어나면서 카드사들의 건전성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10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9개 신용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NH농협)의 카드론 잔액이 38조4171억원으로 전월 대비 0.7%(2679억원) 감소했다.

반면 리볼빙 잔액은 7조6126억원으로 같은 기간 1.7%(1262억원)나 늘었다. 잔액기준 사상 최대치다.

리볼빙이란 이달 결제해야 할 카드값의 일부를 이월하는 서비스다. 결제대금 중 일부를 연체 없이 상환을 연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자율이 카드론보다 높다.

실제 9월 말 기준 9개사의 카드론 평균 금리는 14.04%(12.45~15.38%)인 반면, 리볼빙 평균 금리는 16.41%(15.3~17.88%)로 2.37%포인트나 높다. 이자율이 낮은 카드론 이용이 줄어든 반면, 이자율이 높은 리볼빙 이용은 늘어난 셈이다.

이 같은 역전현상의 원인은 카드사의 대출태도다.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올해 카드사들의 태출태도지수가 △2분기(–6) △3분기(-7) △4분기(-9) 등으로 점차 하락하고 있다. 해당 지수가 하락할수록, 대출심사가 빡빡해진다는 의미다.

이는 크게 두가지 요인에 기인한다. 먼저 악화된 건전성이다. 3분기 말 금융지주계 4개 카드사의 평균 연체율은 1.4%로 전년 동기 대비 0.57%p나 악화됐다. 고금리 기조속 대출금리가 오름세를 보이며 취약차주의 상환부담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한은 역시 4분기 카드사들의 신용위험지수를 29로 전망, 3분기(7) 대비 22p나 상향했다. 이로 인해 4개사의 대손충당금전입액(1조8152억원) 1년새 74.6%나 증가하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났고, 건전성 관리 강화 차원에서 카드사들이 대출심사 등을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하나는 법정최고금리의 존재다. 지난 3월 3.8%선까지 떨어졌던 여전채 금리(AA+, 3년물)가 최근 5%에 육박하는 오름세를 보이면서 조달비용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대출금리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저신용차주에 대한 대출금리가 이미 한계(20%)에 달해 더 이상 올릴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9월 기준 신용점수 500점대 차주에 대한 카드론 금리는 대부분 19%대에 머물고 있으며, 400점대 이하 차주에 대해 대출이 실행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조달비용 오름세가 이어지며, 이 같은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렇듯 대출심사가 강화되고 대출취급도 줄어들면서, 취약차주들이 상대적으로 조건이 헐거운 리볼빙을 울며 겨자먹기로 이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로 인해 취약차주들의 상환부담이 가중되고 있으며, 연체율 역시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이는 대손비용 상승 등으로 이어져 4분기 카드사 실적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안소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비우호적 시장환경에 상승 중인 여전채 금리는 2~3개월의 시차를 두고 대출상품 금리에 반영될 것"이라며 "현재 시점에서 대출서비스의 잔액 추이 보다 대출금리를 더 주의깊게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태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소득 차주의 경우 이미 최고금리에 가까운 대출금리가 이미 적용되고 있는 비중이 높다"며 "금리가 지속 상승할수록 상환부담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금융접근성도 제한돼 애로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출 공급기관은 대출 규모를 줄이지 못하는 차주군을 중심으로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고, 이들의 상환여력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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