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젤 Ⅱ 대비 국내銀 발걸음 빨라졌다
바젤 Ⅱ 대비 국내銀 발걸음 빨라졌다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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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적용시 충족銀 전무...'진짜 구조조정은 이제부터가 시작'

내년 시범적용을 거쳐 2007년경 본격 시행 예정인 바젤Ⅱ대비를 위한 국내은행들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지난달 30~31일 경기도 기흥연수원에서 이틀간 열린 워크숍에 국내은행 및 감독기관의 리스크관련 실무자들이 모인 것도 바젤Ⅱ대비책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이후 각 금융기관들은 바젤Ⅱ대비 세부사항 점검에 한층 집중하는 모습이다. 특히 바젤위원회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선 리스크관리가 보다 치밀해져야하는데 이럴 경우 중기대출의 축소가 우려돼 이에 대한 논의도 시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메이저은행의 한 임원은 “현재 국내은행의 경영상태로는 내년 바젤Ⅱ시범적용시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는 곳은 한 곳도 없다”며 “바젤Ⅱ시행으로 국내은행산업은 도 한차례 구조조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고, 그런 의미에서 은행 구조조정은 어쩌면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진단했다.

국내은행들은 바젤Ⅱ를 대비해 세미나개최 및 TF팀을 구성, 회수율과 부도손실률 등을 정확하게 산출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한미은행은 지난 11일 ‘BISⅡ를 대비한 신용리스크 관리방안’을 주제로 20층 강당에서 세미나를 열고 바젤Ⅱ시행을 대비한 준비현황을 점검했다.
이날 하영구 한미은행장은 “바젤Ⅱ시행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당위의 문제”라며 “이를 대비한 준비와 검증작업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은행 중 리스크관리가 잘 된다는 우리은행도 바젤에서 원하는 기준에 맞추기 위해 분주하다.

우리은행 리스크관리본부 관계자는 “바젤Ⅱ에 대비하기 위해선 회수율이 핵심인데 현재는 추정치를 쓰고 있다”며 “문제는 바젤에서 원하는 기준에 맞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은행인 국민은행도 지난해 10월부터 TF팀을 구성, 바젤Ⅱ대비 세부여건을 정리중이다.

이상호 리스크팀장은 “연초에 마스터플랜을 마련했고 현재는 ‘대기업 신용평가모델 개발’ 등과 부도손실률(LGD) 산출에 치중하고 있다”며 “문제는 소매금융쪽의 신용평가가 어렵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도 2006년 Foundation IRB(FIRB)를, 2009년 Advanced IRB(AIRB) 시행을 목표로 로드맵을 진행중에 있다.

하나은행 리스크관리본부 실무자는 “FIRB 모델은 부도율만 자신의 은행 자료를 쓸 수 있고 AIRB 모델은 부도율뿐만 아니라 회수율, 그레이딩 등 내부 데이터 자료의 사용이 가능해진다”며 “문제는 바젤Ⅱ기준으로 각각 과거 DB가 3년치, 7년치가 필요하다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바젤Ⅱ협약 규정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35%, 소매금융 75%, 상업용 부동산담보대출 100%, 연체대출 150% 등의 위험가중치가 적용된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 관계자는 “바젤Ⅱ가 도입되면 소매금융에 강한 대형은행이나 높은 신용등급이 매겨진 기업에 대해 여신이 좋은 은행들은 자기자본 부담이 줄어든다”며 “반면 그렇지 못한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은 하락하고 자산운용 수익률이 저하될 공산이 크다”고 전하며 중소기업대출의 한계에 부닥칠 것을 우려했다.

한편, 각 금융기관들은 감독원의 대응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금감원의 로드맵에 따라 금융기관들이 움직일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리스크관리 실무자는 금감원이 바젤Ⅱ를 도입할 때 중소기업대출에 대해 일부 조정과 보완을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즉 공공성 측면에서 경제의 기초가 되고 고용을 창출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이 무조건 리스크에 따라 축소돼서는 안 된다는 이유다.

금감원 관계자는 외국의 대형은행들도 바젤Ⅱ를 향후 영업의 중요한 활동으로 인식, 2∼3년전부터 전략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국내은행들의 경우 바젤Ⅱ에 대한 경영진의 관심 부족과 은행내 전담팀의 미비로 향후 국제 금융시장에서 경쟁상 뒤쳐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 안종식 은행감독국 경영지원팀장은 “은행 규모의 차이와는 상관없이 로드맵이 진행될 것”이라며 “우리 스케줄대로 먼저 따라오는 곳부터 인정해 줄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연구원 김상환박사는 “바젤Ⅱ는 은행 교과서나 다름없다”며 “중요한 것은 이런 규정을 각 국이 어떻게 적용하는가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각 행별로 신용평가등급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큰 차이가 없는 한 감독기관은 이를 용인해주는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며 “바젤Ⅱ대비한 특별한 대책보다 기존에 있는 시스템을 신뢰할 수 있게 개선해가는 데 초점을 둬야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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