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GM·포드 전기차 '투자 취소'···현대차·도요타 '예정대로'
폭스바겐·GM·포드 전기차 '투자 취소'···현대차·도요타 '예정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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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전기차 판매 증가율 매년 감소···유럽뿐 아니라 북미서 잇단 전략 수정
GM·혼다 "사업성 없다"···포드는 예상보다 성장 더디다는 이유로 투자 연기
현대차그룹 "잠깐 '허들' 있겠지만 계획대로"···도요타 되레 투자 확대 단행
폭스바겐의 독일 엠덴 소재 전기차 공장에서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ID.4'가 생산되고 있다. (사진=폭스바겐)
폭스바겐의 독일 엠덴 소재 전기차 공장에서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ID.4'가 생산되고 있다. (사진=폭스바겐)

[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GM, 혼다, 포드에 이어 최근 폭스바겐 그룹이 세계적인 전기차 수요 둔화에 따라 배터리 공장 설립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세계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이 눈에 띄는 전기차 판매 둔화에 잇따라 전기차나 배터리 설비투자를 늦추고 있는 데 비해 현대차그룹과 도요타는 오히려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어 대조를 이루고 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21년 116%였던 세계 전기차 판매 증가율은 지난해 61%로 감소했고, 올해는 22%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2위 완성차 업체인 폭스바겐 그룹은 유럽을 포함한 세계 주요 지역 전기차 수요 둔화로 동유럽에 세우기로 한 배터리 생산 공장 설립을 무기한 연기하는 결정을 최근 내렸다.

폭스바겐 그룹 관계자는 "이미 잘츠기터(독일), 발렌시아(스페인), 세인트토마스(캐나다)에 배터리 생산 공장 부지를 마련했다"며 "이들 3곳의 생산 잠재력(연간 최대 200기가와트시)만으로도 충분히 수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투자 연기 이유를 설명했다.

폭스바겐 그룹은 배터리 생산 공장 설립 무기한 연기에 앞서 지난 9월에도 전동화 전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전기차 생산 규모를 줄였다. 또 2026년까지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세우기로 한 전기차 전용 공장 설립 계획을 전면 백지화했다.

전동화 전략 수정은 유럽뿐 아니라 북미 지역 완성차 업체들 사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 현지 매체인 CNBC에 따르면 제네럴모터스(GM)와 혼다는 지난 10월 3만 달러 미만의 보급형 전기차를 공동 생산하기로 한 지 1년 반 만에 이 계획을 폐기하기로 했다. 예상에 못 미치는 전기차 수요와 충전 기반시설 부족 등이 원인이다.

GM 관계자는 "광범위한 연구와 분석 후 보급형 전기차 공동 생산 프로그램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면서 "그럼에도 각 사는 전기차 시장에서 경제성에 계속 전념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베 토시히로 혼다 최고경영자(CEO)는 "작년부터 GM과 공동으로 보급형 전기차에 대한 연구개발을 이어왔지만, 작은 배터리를 장착한 보급형 전기차는 비용과 사업성 부분에서 난이도가 높고, 외부 환경 역시 부정적으로 흘러가고 있어 비즈니스를 성공시키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포드 전기차 라인업 (사진=포드)
포드의 전기차 모델. (왼쪽부터) F-150 라이트닝, E-트랜짓, 머스탱 마하-E (사진=포드)

포드 역시 전기차 수요 증가세가 예상보다 더 빨리 꺾였다는 이유로 120억 달러(약 16조원) 규모의 전기차·배터리 생산 공장 관련 투자를 전격 연기했다. 

포드 CEO 존 롤러는 "세계 전기차 시장이 업계 예상보다 더디게 성장하고 있다"며 "전기차 관련 투자를 중단하지는 않겠지만, 속도 조절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포드 전기차 사업부는 지난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배에 달하는 13억달러(약 1조70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이처럼 상당수 세계 톱 클래스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기차 설비투자를 취소하거나 연기하고 있는 데 비해 세계 자동차 판매 3위인 현대차그룹과 1위인 도요타는 오히려 더 과감한 설비투자와 전동화 전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올해 3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전동화 전략을 수정하지 않는다며 투자 강행 의지를 드러냈다. 서강현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은 "잠깐의 '허들'이 있겠지만, 전기차 생산을 줄이거나 개발을 늦추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 하반기 완공 예정인 미국 전기차 전용 공장 일정도 계획대로 추진해 2026년 94만대, 2030년 200만대 규모의 전기차를 세계 시장에 판매하겠다"고 말했다.  

기아도 전기차 모델 라인업 확대로 성장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달 EV5 중국 출시를 시작으로 4분기 중 EV9를 유럽·미국에 판매할 예정이다. 또 내년 2분기 EV3, 4분기엔 EV4를 세계 주요 시장에 선보여 2026년 100만대, 2030년 160만대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다른 제조사에 비해 뒤늦게 전기차 시장에 뛰어든 도요타 역시 전기차 사업 축소가 아닌 확대를 선택했다. 도요타는 최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배터리 생산 공장에 80억달러(약 11조원)를 추가 투자하며 "전동화 전환 가속화와 지역 경제 성장을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도요타는 이 공장에서 2025년부터 전기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전용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며, 향후 추가적인 투자를 통해 2026년 150만대, 2030년 350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도요타의 지난해 전기차 판매 실적은 2만4000대에 불과했다.

현대차 메가플랜트 조감도 (사진=현대자동차)
미국 조지아주의 현대자동차 전기차 전용 공장 '메가플랜트' 조감도 (사진=현대자동차)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폭스바겐 그룹, GM, 포드 등은 숨고르기에 나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무버’인 만큼 사전 준비를 통해 기회를 잡겠다는 뜻으로 보인다"며 "도요타는 전기차에서 많이 뒤처진 상태라 투자에 나설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현대차그룹과 도요타는 중장기적 관점으로 전동화 흐흠을 보는 반면 폭스바겐그룹, GM, 포드 등은 단기적으로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전동화 전환이 오래 두고 서서히 진행해야 하는 일이라면 장기적 관점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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